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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대 매출 기업 일군 새터민 전철우

“실패 즐기다 보니 성공이 눈앞에 있네요”

400억대 매출 기업 일군 새터민 전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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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대 매출 기업 일군 새터민 전철우

전철우 사장(왼쪽)은 “위기나 약점을 기회로 만들어야 성공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김정호 다른 방송사에서도 섭외가 들어왔겠군요.

전철우 네. MBC가 먼저였는데, 거기서 ‘통일전망대’라는 프로에 출연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곳 등 여러 장소를 방문해 새터민이 남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과정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어요. 제가 성격이 밝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 즐겁게 촬영에 임했지요. 같이 출연한 남한 사람들도 신기해하면서 친근하게 잘 해주셨고요. 그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SBS에까지 진출했죠. 감동과 눈물이 있는 코미디 ‘대동강 편지’를 기획하면서 제게 출연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그해 제가 방송 3사의 신인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때 저와 경합하던 친구들이 요즘 한창 인기 좋은 ‘컬투’ 그룹이죠, 하하.

김정호 방송활동도 바빴을 텐데, 고향랭면 사업은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전철우 그 무렵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 바로 뒤에 살았기 때문에 녹화를 쉴 때면 동료들을 집으로 불러다 밥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다들 맛있다고 난리였죠. 이봉원 선배는 “음식점 열면 냉면 하나만 잘해도 대박 날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나중에 음식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 그런 칭찬을 많이 들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던 중 선배 한 분이 남영동 한 빌딩에 빈 가게 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 얘기를 해줬어요. 그전에 서너 가게가 망해 나가서 아주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곳이었습니다. 그때는 상권 같은 걸 전혀 볼 줄 몰랐어요. 빌딩 주인한테 물어보니 아주 싸게 임대할 수 있다기에 친구와 동업을 시작했습니다. 300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한푼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저희가 인테리어 공사까지 직접 했습니다.

김정호 사업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전철우 그렇더군요. 방송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때라 주방장을 모집하니 제 얼굴만 보고 찾아온 지원자가 꽤 많았습니다. 구두로 계약을 하고 막상 가게를 보여주면 다들 꼬리를 빼는 겁니다. 가게 자리가 너무 나쁘다는 거지요. 몇 달 안에 망할 거라고 다들 고개를 젓더군요. 그래서 주방장의 급을 한 단계 낮춰서 뽑았어요. 그리고 제가 음식을 꽤 잘 만드는 편이니 옆에서 돕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대박이 난 겁니다.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가 됐지요.

김정호 북한 출신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것 때문에 사업에 영향을 받진 않았습니까.

전철우 저는 어떤 위기나 약점도 기회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에서 왔다고 하면 좋지 않은 선입관을 가질 수 있겠죠. 그래서 그걸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가게 전단지를 북에서 온 삐라마냥 아주 자극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빨간 종이 위에 “위대한 고향랭면 만세! 냉면 먹으러 우리 모두 똘쳐 나서자!”라는 등의 자극적인 문구를 삽입했어요. 사람들이 일단 받아 들면 안 볼 수 없게, 그리고 안 웃을 수 없게요.

“위대한 고향랭면 만세!”

김정호 핸디캡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한 셈이네요.

전철우 그렇지요. 그것으로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거죠. 또 북한 출신답게 정통 냉면을 만들고 있다고 선전했고요.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끔 냉면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냉면 면발이 다들 굵었는데, 저희 가게는 굉장히 가늘게 뽑아내 느낌을 달리했습니다. 이런 제 생각들이 다 잘 맞아떨어졌죠. 그래서 20평(66.12m2)이 안 되는 가게에서 하루 매출이 200만원 가까이 됐습니다. 음식 나르는 종업원들을 보고 손님들이 “쿵푸하는 사람들처럼 날아다닌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김정호 새터민이라는 이미지를 제대로 파셨군요. 그렇지만 사장이 북한 출신의 유명 방송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그렇게까지 장사가 잘되진 않았을 겁니다. 음식은 어떻게 만들었습니까. 제 입맛에 평양 음식은 간이 너무 심심하던데요.

전철우 맞습니다. 그래서 남한 사람들 입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 이북 사람들이 먹는 것 가지고 장사하면 남한 사람들 모두 안 먹을 겁니다. 가난해서 음식 재료가 영 부실합니다. 그런데 옛날 이북 양반 음식은 참 맛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소문난 한정식이나 궁중요리는 부자들 음식 아닙니까. 그래서 냉면, 만두전골 다 책을 보고 예전 양반 음식 그대로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녹두전이며 만두 만드는 과정을 손님들께 다 보여드렸습니다. 저는 카운터에서 맷돌에 간 녹두로 녹두전 부치고 다른 직원은 만두를 빚고 있으면 음식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냉면만 드시러 오셨다가도 녹두전, 만두 다 드시고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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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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