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청야 꿈 콘서트’ 안내 포스터.
이들은 모두 청야 회원. 그 명칭마저 독특한 청야는 대체 어떤 모임일까. 한마디로 청야는 주경야독(晝耕夜讀)한 유명인사 모임이다. 결성 시기는 지난해 2월 중순.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상고와 야간대 출신이란 이중의 학력 핸디캡을 딛고 기획재정부 제2차관 자리에 올라 이른바 ‘상고 신화’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김동연 실장이다. 공교롭게도 그가 모임을 제의한 시기는 지난해 3월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되기 직전이다.
모임의 취지는 비록 가난과 힘겨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꿈을 잃지 않고 일과 학업을 병행해 각자의 분야에서 일정 자리에까지 오른 이들이 모여 자신의 치열했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줌으로써 꿈과 희망을 전하자는 것. 즉 청년을 위한 멘토로서 일종의 재능기부를 하자는 거였다. 따라서 회원 자격은 야간고 혹은 야간대 출신으로 한정했다.
김 실장의 뜻에 공감한 사람은 10여 명. 모임 초기엔 상고·야간대 출신 금융권 인사와 기업인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문화계, 체육계 인사도 포함돼 회원 구성이 한층 다채로워졌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청야 회원은 앞서 언급한 3명과 권점주(광주상고, 홍익대 경영학과) 신한생명 부회장, 송기진(벌교상고, 건국대 경제학과) 전 광주은행장, 윤종규(광주상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전광진(성의상고,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성균관대 문과대학 학장, 조계륭(선린상고, 건국대 경제학과)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최명주(대구상고, 서경대 경제학과) 포스텍기술투자 사장, 최순호(청주상고, 광운대 전기공학과) 대한축구연맹 부회장, 하춘수(성의상고, 영남대 경영학과)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3월 21일 퇴임 예정) 등이다.(이상 가나다 순). ‘청야 꿈 콘서트’를 주관한 반크의 박기태 단장 역시 회원이다. 박 단장은 서경대 일어일문학과를 야간으로 다니다 1999년 졸업한 이후 PC방을 전전하면서 반크 사이트를 개설, 인터넷상에서 한국 바로 알리기에 나서 현재는 한국인 10만 명, 외국인 2만 명의 회원을 둔 대한민국 최대 민간 외교사절단으로 일군 주인공이다. 여성 회원인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는 청야의 홍일점이다.
“회비 대신 몸으로”
모임 명칭인 청야의 한자 표기는 ‘靑夜.’ 회원들이 함께 토론해서 지었다고 한다. 활동 취지와 ‘청야 꿈 콘서트’에서 유독 강조한 ‘별’ 등으로 유추해보면, 대략 ‘청년의 푸르고 역동적인 꿈이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맑은 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듯하다. 현실적으론 ‘청년에게 희망을 전하는 야간학교 출신 인사들의 모임’에 대한 줄임말도 될 것 같다.
실제로 일종의 ‘인생 공부방’이라 할 수 있는 ‘청야 꿈 콘서트’엔 강연자뿐 아니라 거의 모든 청야 회원이 자리를 같이하는데, ‘청야 꿈 콘서트’라는 글귀가 왼쪽 가슴에 새겨진 짙은 감색 후드티를 입고 별 배지를 단 채 청년들 앞에 선다. 청야의 유니폼인 셈이다.
청야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회원들은 ‘청야 꿈 콘서트’를 열기 전까지는 주로 식사시간에 만나 재능기부 관련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스케줄이 다 달라 한꺼번에 모이기 힘든 만큼 만나기 한 달 반쯤 전에 미리 약속을 잡고, 지금까지 7~8차례 모였다는 전언이다.
청야의 한 창립 멤버는 “돈보다는 발로 뛰고 몸으로 하는 재능기부여서 회비는 별도로 걷지 않는다”며 “‘청야 꿈 콘서트’에서도 참가자들을 직접 안내하고, 행사 이후에도 그들의 진로 및 적성 상담에 응할 수 있게 회원들의 e메일 주소를 알려준다”고 귀띔했다.
‘청야 꿈 콘서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청야 회원들은 2월 19일에도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이후 청야와 반크는 제2회 ‘청야 꿈 콘서트’ 참가자로 청소년과 대학생 100여 명을 3월 7일부터 17일까지 모집했다. 3월 22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의 강연자 역시 3명. ‘스포츠의 별’인 최순호 대한축구연맹 부회장(강연 주제는 ‘상고 소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축구 공격수가 되다!’)과 ‘은행가의 별’인 권점주 신한생명 부회장(‘상고 소년, 한국 금융을 움직이는 최고 경영자가 되다!’), ‘학문계의 별’인 전광진 성균관대 문과대학 학장(‘야간대 청년이 한국 최고의 사전을 편찬하기까지’)이다.
청야의 이모저모가 언론을 통해 소상히 알려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청야는 모임 결성 이후 줄곧 그 활동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왔다. 기자가 청야의 존재를 안 건 지난해 4월. 당시 즉각 취재를 시도했지만, 청야는 모임 명칭과 활동의 성격이 언론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사화하는 걸 한사코 말렸다. 아마도 김동연 실장이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국무조정실장인 까닭에 자칫 정치색을 띤 모임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감색 후드티와 별 배지
청야의 한 회원은 기자에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묵묵한 선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으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일에 굳이 왼손, 오른손을 따지는 게 필요할까. 어쩌면 인생의 좌표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년이 넘쳐나는 이때 그들을 위해 양손을 다 동원하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신동아’가 청야의 존재를 지면을 통해 공개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청야 꿈 콘서트’에서 ‘큰 별’들은 ‘작은 별’들의 옷에 별 배지를 하나씩 손수 달아줬다. 그 ‘큰 별’들의 허심탄회한 인생 얘기와 조언을 접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별 하나씩을 떠올리고 싶은 또 다른 ‘작은 별’도 수없이 많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