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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메시아’ 비난 뚫고 평화 담론으로 미국인 사로잡아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의 미국 발자취

‘자칭 메시아’ 비난 뚫고 평화 담론으로 미국인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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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뉴욕판 청춘콘서트’ 대박
  • ●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한국인
‘자칭 메시아’ 비난 뚫고 평화 담론으로 미국인 사로잡아

문선명 총재가 인수한 미 브리지포트 대학 전경.

문선명 총재. 8월 12일이면 세상을 떠난 지 2주기가 된다. 그러나 미국에 남긴 그의 자취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한다.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창시한 그는 국제적으로 교세를 넓힌 대표적 종교인으로 통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1991년 ‘20세기를 만든 1000명’ 중 한국인으로 문선명을 이승만, 김일성과 함께 선정했다. 특히 미국에서 문선명 총재(이하직함 생략)는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한국인”으로 손꼽힌다.

“메시지의 힘”

역대 한국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한류 스타, 200만 재미교포가 있는데, 왜 미국인은 그에게 가장 강렬하게 끌렸을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로 여겨졌다. 로드무비처럼 그가 미국에서 걸어온 길을 따라가 봤다.

문선명은 한국에서 통일교의 기반을 어느 정도 닦은 뒤인 1971년 12월 어렵게 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갔다. 2개월 뒤인 다음 해 2월 3일 뉴욕 맨해튼의 명소인 링컨센터에서 첫 강연회를 열었다. 그러나 미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 그는 국민소득 10분의 1 수준의 후진국에서 온, 영어를 거의 못하는 중년(53세)의 동양인 남자였다. 더구나 그는 A석 25달러 등 당시로선 고가의 입장료까지 요구했다. 객관적 정황상 이 강연은 ‘흥행 참패’로 끝났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청중이 구름처럼 몰렸다. 통역으로 진행됐지만 반응이 뜨거웠다. 강연 후 미국 신문·방송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양창식 천주평화연합(UPF) 세계의장은 이를 “메시지의 힘”으로 설명한다.

당시 문선명은 강연회에 ‘통일십자군(One World Crusade)’이라는 은유적 이름을 붙였다. 강연회에 앞서 이를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 파격적으로 광고했다. 그리고 이렇게 역설했다.

“공산주의가 미국을 위협한다. 프로테스탄트의 국가 미국에서 기독교가 몰락한다. 청소년이 마약과 난잡한 생활로 타락한다. 미국은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환자이고 불이 난 집이다. 나는 미국을 치유할 해법을 가지고 왔다. 나는 의사이고 소방수다.”

문선명은 미국의 병을 치유할 해법으로 기독교 도덕정신의 부흥을 제시했다. 양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문선명의 단순명료한 소리는 사람들을 압도했다. 벽안의 청중은 비밀을 들킨 듯 놀랐고, 각성했고, 세상을 보는 그의 관점과 처방에 수긍했다.

3년여 뒤인 1974년 9월 18일 문선명은 더 강력해져 있었다. 이날 뉴욕 맨해튼의 또 다른 명소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그의 강연회엔 3만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통일그룹에 따르면 문선명은 1976년 6월 1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5만 명을 상대로, 같은 해 9월 18일 워싱턴DC의 상징인 모뉴먼트 광장에서 30만 명을 상대로 강연했다고 한다. ‘뉴스위크’는 6월 14일 그를 표지에 올렸다.

문선명은 여러 자리에서 “나는 한국 사람이되 미국 사람 이상으로 미국을 사랑했다. 미국을 너무 사랑해 내 모든 것을 미국에 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미국은 자유세계의 마지막 교두보다” “세계의 생존 문제가 미국에 달려 있다” “미국은 70억 인류의 화합을 일궈낼 21세기 로마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을 사랑한 한국인”

마이클 발콤 통일교 미국협회장에 따르면, 미국 사회 일각에서 문선명은 미국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함께 치유해나가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미국 대중이 한국인 중 문선명을 가장 잘 기억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자기 처지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함께 걱정해주는 사람에게 먼저 끌리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미국인이 ‘무니스(Moonies·통일교 신도의 별칭)’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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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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