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녀 체벌에 반대하신다고요.
“우리나라는 자녀 체벌을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라 ‘사랑의 매’라며 회초리 세트를 인터넷에서 팔죠. 울산 사건에서도 친아버지가 계모에게 회초리를 사다줬어요. 회초리가 다 부러지면 다시 사다주는 일을 되풀이했습니다. 저는 딸 둘을 키우면서 한 번도 체벌을 한 적 없어요.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해결했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덕분에 아이들이 잘 컸다고 생각해요.”
이 변호사의 큰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반에서 한 아이가 물건을 훔치고 친구들을 때려서 문제가 됐다. 그 아이가 특히 심하게 구는 날엔 학교에서 아예 아이들을 일찍 하교시켰다.
“그 아이가 우리 딸만은 괴롭히지 않는다고 둘이 항상 짝꿍이더라고요. 딸 얘기가, 짝꿍 얘기를 들어보니 부모와 헤어져 할머니와 사는 것이 무지 슬프다고 했대요. 그 얘기를 들으니 얼마나 속상할지 이해가 됐다는 거예요. 어려서부터 동생과 다툼이 있을 땐 늘 대화로 해결하게 했더니 자연스럽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익힌 게 아닌가 싶어요.”
이 변호사는 그 아이를 아동복지센터에 보내 놀이치료를 받게 했고, 이후 아이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간 맡아온 아동 사건 중에 특히 그의 마음에 남은 것은 이른바 ‘지군 사건’이다. 지군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 형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이 변호사는 “지군은 아동학대에 따른 트라우마가 매우 심했다”라며 “형을 살기보다는 정신 치료를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 지군은 어떻게 지내나요.
“2013년 겨울에 지군 생일을 앞두고 그 아이 아버지와 함께 면회를 다녀왔어요. 성경을 열심히 읽으며 잘 지내고 있어요. 교도소에서 검정고시를 봐서 고등학교 졸업장도 받았고, 출소하면 신학교에 가고 싶다고 해요.”
학대 트라우마
2014년 여름 방영된 TV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교도소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수감자를 치료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교도행정 당국이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교도소 내에서는 목회자들이 상담해주는 수준이라 전문적인 치료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했다.
“비단 지군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남편의 가정폭력이 심해 아들 둘을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고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구조된 엄마가 있어요. 살인죄로 7년가량 복역하고 나왔는데,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죄책감에 자살하고 말았어요. 2000년대 초반 부산에서 신부가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져 떠들썩했는데, 그 사건 피해 아동의 오빠가 고등학생이 돼 성폭행을 저질러 구속됐어요. 이 오빠에 대해서도 상담 치료를 허락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