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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가장 행복한 백수 시절!”

4人4色 아빠들의 육아휴직 수다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백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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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3년 2293명에서 2014년 3421명으로 급증 추세. 하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4.5%에 불과하다. 여기, 육아휴직을 했거나 육아휴직 중인 ‘용감한’ 아빠들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아빠 육아휴직 체험수기집 ‘아빠는 육아초보’에 좌충우돌 육아일기를 공개한 이들이다. ‘행복한 백수’를 자처한 아빠들이 육아휴직으로 얻은 것, 잃은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아빠들이 전국에 흩어져 사는 데다 다들 ‘애 재워야 짬 나는’ 처지라 대화는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김인수(40) 외벌이 다섯 식구의 가장. 대기업 사무직. 뜻밖의 늦둥이 임신을 계기로 결혼 후 육아와 살림을 전담해온 아내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육아휴직 결심.

정찬용(40) 맞벌이 주말가족의 가장. 공기업 근무. 10세 딸과 8세 아들 있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자 육아휴직. 현재 복직한 지 1년 넘었음.

이동림(36) 부산 건축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딸(5)·아들(3) 아빠. 첫째 육아휴직 후 복직했다가 현재 둘째 육아휴직 중. 4월 복직 예정.

김경원(33) 아들 둘(4세, 2세) 둔 맞벌이 가정의 가장. 대기업 사무직으로 첫째 육아휴직이 끝날 무렵 태어난 둘째를 돌보기 위해 2년 연속 육아휴직 중. 4월 말 복직 예정.

사회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아빠’를 낯설어합니다. 그럼에도 육아휴직을 결심한 배경은.



김인수 2012년 여름 아내가 당시 10세, 8세 아들 둘을 키우며 살림하는 것을 힘들어했어요. 저는 저대로 직장생활이 만만치 않으니 ‘나도 힘든데 당신까지 이러면 어떻게 하냐’고 다그치고요. 또 큰애가 학교 부적응 징후를 보였어요. “학교 가기 싫으면 집을 나가라”고 혼을 냈더니 진짜 집을 나가더라고요. 여러모로 뭔가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아내가 셋째를 임신한 거죠! 그래서 육아휴직을 하고 가족 돌보기에 전념하기로 결심했어요.

김경원 글로벌 경기침체로 회사가 비상경영을 선포해 매일 야근을 했죠. 첫아이 자는 모습만 보면서 50대 초반에 퇴직하면 내게 남는 게 뭘까, 다 자란 아이에겐 아버지에 대해 어떤 감정이 남아 있을까 걱정됐어요. 잠시 쉬고 싶은 맘도 있었고요. 저는 대학 때도 휴학 한 번 안 해봤거든요.

이동림 아내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썼어요. 복직을 앞둔 아내에게 ‘내가 볼 게 걱정 말라’고 한마디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아내 전공이 유아교육이에요. 36개월까지는 부모 사랑을 많이 받고 커야 한다는 얘길 들으니까 돈 걱정은 둘째더라고요.

후배에게 자리 넘기고 집으로!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백수 시절!”

딸과 함께 산책하는 이동림 씨.

사회 주변에서 남성 육아휴직 선례를 본 적 있나요.

정찬용 아내 친구의 남편이 육아휴직을 냈다고 해서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근데 그분은 공무원이에요.

이동림 제 아내도 공무원인데, 최근 아내 직장에서 두세 명의 남자가 육아휴직을 했대요.

김경원 저는 대기업에 다니는데, 6년 근무하면서 한 번도 못 봤어요. 인터넷에서 ‘휴직’을 검색하다가 남자도 육아휴직이 된다는 걸 알았죠(웃음). 육아휴직 의사를 밝히니 인사과에서 “복직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더군요. 남자가 육아휴직을 가면 거의 안 돌아온대요.

김인수 저는 지방 소도시에 사는데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고용보험공단에 가니까 거기 직원이 오히려 “남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네요?” 하더라고요. 제가 저희 지역 1호 남성 육아휴직자였던 거죠.

사회 육아휴직 의사를 밝혔을 때 회사 반응은 어땠고, 어떻게 설득했나요.

정찬용 ‘하지 마라’는 얘기까진 안 나왔지만 다들 표정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농담 비슷하게 “다시 같이 근무할 일은 없겠네?” 하는 분도 있고. 그럼에도 감행할 수 있었던 건, 당시 맡은 업무가 제 전공과 거리가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심하기가 좀 더 쉬웠어요.

이동림 우리 건축설계사무소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요. 또 10년 좀 넘게 같이 일해온 사이라서 양해를 구하기가 수월했어요. 첫째 육아휴직 때는 설계를 맡았던 프로젝트를 끝내고 휴직을 시작했고, 이후에도 현장에서 요청이 오면 일을 해줬어요. 지금은 둘째 육아휴직 중인데, 가끔 일이 있으면 큰애 데리고 사무실에 나가요.

김경원 아내가 임상심리사인데, 병원에서 수련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이 점을 회사에 잘 말씀드렸고, 제 자리에 오고 싶어 하는 후배를 미리 물색해놨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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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리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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