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조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문화와 국민성도 비난한다. 다음은 관련 게시물 중 일부다.
“시급 5600원 알바에 만족하고, 정시퇴근 못하는 회사에 만족하고, OECD 자살률 1위에 법은 죽어도 안 지키는 미개한 문화에 죽어라고 공부만 하고, 인서울 4년제 대학 못 가면 쓰레기 되는 그런 사회에 순응하면서 헤헤거리세요.”
“술도 와인 같은 고급 술 아니라 알코올에 물 탄 저급 술(※소주)이 국민 술”
“황금만능주의에 외모지상주의에 밤늦게까지 술 처먹고 성매매나 해대는 천박하고 값싼 문화”
“눈물콧물 흘려가며 매운 음식 먹는다. 미각이 마비돼 음식마다 고춧가루를 뿌려대고 새빨갛게 먹는다.”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꼬붕국이어서 중국이 하지 말라는 거 그대로 따른다. 이런 한심한 나라가 또 있을까.”
“충돌 테스트 통해 신차의 안전성을 보여준다면서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나라에서 내국인은 늘 호갱(※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손님) 취급받는다.”
“소치 올림픽 때 김연아 금메달 돌려달라고 몇 시간 만에 125만 명이 청원했다. 이런 건 한국인만의 특이 현상이다. 2002년 동계올림픽 안톤 오노 반칙 때도 미국대사관에 경찰병력이 배치됐다. 한국은 과거부터 강대국들에 치여 살았다. 이로 인해 폐쇄적 피해의식과 민족주의가 결합해 스포츠를 통한 대리만족 전체주의로 연결된다.”
헬조선 신드롬의 큰 줄기 중 하나는 탈조선, 즉 이민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나타난다. 2014년 6월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은 이민을 준비한 적이 있거나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직장인 97%는 이민을 생각해봤다고 했다.
미국 시민권 문제를 다루는 공개 포럼 사이트 ‘아이삭브록소사이어티’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적 포기 비율은 아시아 선진국과 유럽 국가를 포함한 17개국 중 가장 높다(2014년 4월). 인구 10만 명당 스웨덴은 1.66명, 뉴질랜드는 4.5명, 미국은 28명, 일본은 89명이 국적을 포기하지만 한국은 1680명이 국적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탈한국’이 압도적 수준이다. 왜 한국을 떠나려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민을 준비 중인 4인을 인터뷰했다.
“여기선 노답”
서울 모 대학 무역학과에 재학 중인 박모(21) 씨는 “한국에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북유럽 국가로 이민 갈 계획이다. 그는 “국내 제조업은 한계에 이른 것 같다. 나는 ‘스펙’도 좋지 않아 한국에서 일자리를 못 구할 것 같다”고 했다.
전남 지역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김모(31) 씨는 미국 의사면허를 취득해 이민 갈 계획을 세웠다. 김씨는 “직업 전망이 불투명하다. 개업해도 대형 병원에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너무 허술하다. 조금만 삐끗해도 나락으로 떨어진다”고도 했다.
미국의 주립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모(30) 씨도 미국에 정착할 생각이다. 그는 “이 분야 박사학위가 있으면 영주권이 나온다. 한국에선 IT 인력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하루 12시간 넘게 일을 시킨다”고 했다. 미국과학재단(NSF)의 ‘2014 이공계 지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4868명 중 44.6%는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5) 씨는 한국 문화가 싫어 이민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나이대별로 취업, 결혼 등 해야 할 일이 딱딱 정해져 있다.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며 “호주 같은 나라는 최저시급(1만1935원)이 높아 파트타이머로 살아도 생계를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12년 넘게 이민 정보 카페를 운영하는 새미 리 SYL글로벌컨설팅 이사는 “이민을 준비하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는데, 요즘은 복지제도가 잘된 나라가 인기를 끈다. 직종별로 이민 스터디 모임을 갖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풍조는 책 출간으로도 이어졌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그것. 장 작가는 “인터넷 뉴스의 댓글에서 ‘한국이 싫다, 이민 가고 싶다’는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에선 개인적 성공이든 사회적 변혁이든 너무 멀게 느껴진다. 많은 청년이 ‘여기선 노답(답이 없다)’이라는 생각에 빠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