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변호사는 최근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장화정 중앙아동보호기관장과 함께 ‘우리 모두 아이였습니다’라는 책을 펴냈다. 법률전문가와 정신과 전문의, 그리고 학대 아동을 돌보는 기관의 책임자가 ‘아동학대 근절의 불씨가 될 책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것. 책은 그간의 사건들을 회고하며 여전히 남은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세 사람의 대화를 기록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정부 관계자, 정치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며 “아이 키우는 부모에게도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가’ 자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 죽였는데 3년형 이하?
▼ 세 분은 본래 친한 사이인가요.
“10년 전부터 여성·아동 관련 전문가들이 한두 달에 한 번씩 모여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등에 관한 논의를 해왔어요. ‘나·우리’ 모임이죠. 사건이 터지면 며칠씩 붙어 지내며 대책회의를 하고요. 조두순 사건 때는 저희 집에서 새벽 두세 시까지 회의했죠.”
‘나·우리’ 모임에는 이명숙 신의진 장화정 세 사람 외에 이호균 아동행복포럼 고문, 이미경 전 한국성폭력상담소장, 황은영 서울 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 등도 참여한다.
▼ 울산·칠곡 사건에는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소속 여성 변호사들도 참여했죠.
“제가 뜨거운 물에 데어 익어버린 울산 피해 아동의 팔 사진을 보여주면서 참여를 요청했어요. 두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여성 변호사 165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은 엄마와 같은 세심한 시선으로 다룰 수 있는 여성 변호사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칠곡 사건에서 1심 판결 직전까지 경찰, 검찰, 법원 모두가 ‘11살짜리 언니가 8살짜리 동생을 발로 차서 죽였다’는 진술을 의심하지 않았어요.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요? 이 사건 기록 중 등에 화상을 입은 동생을 학교 선생님이 병원에 데려간 일이 나와요. 아이는 ‘뜨거운 라면을 엎질러 데었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손이나 무릎, 배를 데었어야죠. 나중에 언니가 ‘새엄마가 뜨거운 물을 동생 등에 부었다’고 했습니다. 아이 시각에서 한 번만 생각해보면 될 일인데…. 어느 여성 판사가 제게 전화해서 ‘기록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다’고 하더군요.”
울산·칠곡 사건은 아동학대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기폭제가 됐다. 2014년 9월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개정돼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아동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관련 제도가 정비됐고, 이번에는 아동학대 관련 제도가 강화됐습니다.
“그간엔 처벌이 너무 약했어요.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2010~2013년 정식 재판에 회부된 아동학대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249건 중 115건으로 절반에 가까워요. 아이가 사망한 사건만 보면 징역 3년 이하가 38.1%(21건 중 8건)나 됩니다. 길 걷다 모르는 사람을 죽여도 3년 이하로는 안 되는데 말이죠. 2심에서 징역 18년이 확정된 울산 계모 박씨가 아마도 아동학대 사건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을 받은 경우일 거예요. 저는 엄히 처벌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에선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몇 백, 몇 천 년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