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롱(戱弄)은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가지고 놂을 가리키는 한자어다. 사람을 성적으로 갖고 노는 게 성희롱. 여럿이 성적 언동을 일삼으며 서로 즐기면서 놀리거나 노는 예도 있다. 이 몹쓸 행동을 주제로 성희롱 예방 교육 전문가인 장윤경 갈등경영연구소 소장과 대화를 나눴다.

성희롱 예방 교육 전문가 장윤경.
아저씨들의 주된 간섭 대상은 주로 젊은이와 여자, 더 좁게는 젊은 여자에게 쏠리는데 그 관심 영역도 의상과 몸매, 취미 등 다양하다.
“아가씨들 옷차림 리버럴하네~.”
“하체가 축구선수 해도 되겠어, 관리 좀 하지.”
물론 여동생 같고 딸 같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터다. 그러나 과유불급. 관심이 지나치면 상대는 원래 없던 정까지 다 떨어진다.
게다가 이건 좀 비겁하다. 아저씨들의 간섭은 솔직히 ‘만만한’ 대상에 쏠리지 않는가. 상사에게 “요즘 갈수록 머리가 휑해지시네요”라거나 “상무님, 오늘 넥타이는 좀 촌스러운데 바꾸시는 게 어떨까요” 같은 말을 스스럼없이 뱉을 수 있을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시라.
“None of your business.”
당신의 기준이 진리는 아니며, 배려와 고민 없이 뱉은 충고는 상대의 반감만 살 뿐이다. 더불어 이런 간섭은 당신의 ‘꼰대’ 이미지를 완성하는 데 한몫할 터다. “너나 잘하세요”란 말이 괜히 유행했던 게 아니다.
“옷차림 리버럴하네~”
성희롱을 즐기는 남자들은 “여자들도 좋아한다”고 우긴다. 음담패설은 삶의 윤활유며, 몸에 대한 농담은 유머란다. 가슴에 손 얹고 한번 생각해보자. 상사와 함께 목욕한 뒤 “물건이 참 깜직하시네요” “엉덩이가 앙증맞으세요”라고 내뱉을 용기가 있는지, 머리칼이 벗겨진 상사에게 “대머리는 정력이 좋다던데, 갈수록 휑해지시네요”라면서 키득거릴 수 있는지.
▼ “옷차림 리버럴하네~” “축구선수 해도 되겠어” 같은 말도 성희롱이라고 봐야 하나요?
“1999년 성희롱 관련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성희롱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성적 굴욕감 혹은 혐오감을 느끼게 했고, 합리적인 사람의 관점에서도 피해자가 굴욕이나 혐오를 느꼈으리라고 판단되면 성희롱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옷차림이 리버럴하네~’ ‘축구선수 해도 되겠어’라는 말에 성적인 의미가 담겼고, 이 말을 듣는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어요.”
▼ 성희롱의 정의는 뭔가요?
“성희롱은 직장에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서 성과 관련한 말 혹은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굴욕적 느낌을 갖게 하는 행위와 그와 관련해 고용상의 불이익 등 유무형의 피해를 주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성희롱은 불법행위란 걸 꼭 명심하셔야 해요.”
다음은 숙지하면 좋을 법조문 2개다. 다소 딱딱하더라도 읽어보시라.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2항 :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5항 : 업무, 고용 그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해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뭔가요?
“앞서 설명했듯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적 언동을 해서 그 사람이 성적 굴욕 혹은 혐오를 느꼈다면 그것이 성희롱입니다. 합리적인 사람의 관점으로 사안을 들여다본 뒤 성희롱 여부를 판단합니다.”
▼ 기준이 너무 막연한 것 아닌가요. 스타일리시한 치마를 입은 후배에게 “다리가 늘씬한 게 어트랙티브하다”란 말도 못 하나요. 이런 표현은 객관적 평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자들이 그렇게 주장하곤 하죠. 성희롱 예방교육 때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어떤 사람들은 객관적 평가라고 주장하면서 그런 말을 하지만 강조했듯 듣는 사람이 성적인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일 수 있어요. 기자 분도 그런 발언에 성희롱적 측면이 있다고 여겨서 질문한 것 아닌가요? 상황에 따라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언행이라면, 또 대상이나 장소, 그리고 때에 따라 성희롱 성립 여부가 불분명한 언행이라면 하지 않는 게 좋겠지요.”
性的 소문 유포도 성희롱
▼ 외모에 대한 평가나 비유도 맥락에 따라서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전체적 상황이나 총체적 맥락으로 판단해서 그런 경우도 성희롱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성희롱은 가해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언행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지, 즉 피해자의 관점에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체의 특정부위와 관련해 성적 비유를 했다면 굴욕감을 느낄 수 있겠죠”
▼ ‘탱탱하다’ 같은 표현이 그럴 수 있겠네요. 하지만 기준이 더욱 명확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법조문 자체가 모호해요.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얘기도 있고요. 성희롱은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입니다. 또 여성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안이죠. 직장에 그런 문화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각계에서 법제화를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희롱 관련 조항을 만들 때 말씀한 것처럼 성희롱을 판단하는 기준의 예시나 유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에 추가로 성희롱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거기에 언급된 성희롱 유형은 ‘언어적 성희롱, 육체적 성희롱, 시각적 성희롱, 그리고 그 밖에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입니다. 예컨대 언어적 성희롱은 음란한 농담, 음탕한 얘기를 하거나 앞서 언급한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죠.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말을 하는 건 두말 할 나위도 없고요. 상대방의 성적인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는 것도 잘못이고요. 회식자리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안 돼요.”
▼ 남녀가 섞인 회식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하면 절대로 안 되겠군요?
“그렇죠. 남녀가 함께 있는 회식자리뿐 아니라 여성만 있거나 남성만 있는 회식자리에서도 특정인이 원하지 않는 음담패설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남성, 여성 구분 없이 특정인이 성적 혐오감이나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불쾌하게 여길 음담패설은 하지 않는 게 성희롱을 예방하는 길이 되겠지요. 또 부적절한 장소에서 회식을 해서도 안 되고요.”
A사 직원들은 외국인 엔지니어 접대 목적으로 회식을 가졌다. 식사를 마친 뒤 ‘섹시 바’에서 2차로 술을 마셨는데, 여자 종업원들이 검정색 속옷만 입고 술, 안주를 날랐다.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스트립쇼 공연도 있었다. 이 회사 직원 B씨는 “섹시 바 술자리는 성희롱”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A사가 B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 야한 농담을 좋아하는 여자도 있는 것 같던데요.
“그건 너무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닐까요? ‘여자들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게 대표적으로 잘못된 성문화예요. 여자는 만져주면 좋아한다, 남자는 만져주면 좋아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자의적 해석이죠. 남자후배가 여자선배의 농담을 듣고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면 그것도 성희롱이 될 수 있어요.”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라고 권유하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2004년 나온 적이 있다. 2002년 9월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감이 회식자리에서 여교사 3명에게 “교장 선생님께 술을 따르라”고 권유한 일과 관련한 재판에서다.
성희롱적 술문화
▼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라’고 권유하는 것은 성희롱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법의 해석은 판례로 남아 성희롱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성희롱에 대한 가치 기준을 만듭니다. 따라서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나죠. 사례 하나 하나에 의미가 부여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례는 성희롱을 근절해 ‘일할 맛 나는 직장’을 꾸리고자 한 성희롱 관련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는 것이 성희롱인지, 아닌지에 집중했을 뿐이지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는 맥락이나 문화를 들여다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판결만 보고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라 요구하는 게 성희롱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 그건 한국의 술문화 아닌가요? 남자후배에겐 술 따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보시면 안 되죠. 술문화도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문화가 있는 반면 많은 이를 불쾌하게 하는 문화도 있는 겁니다. 모든 술문화가 문화로서 인정받는 건 아니지요. 성희롱 논의의 중심에 선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술문화예요.”
▼ 여성의 종아리를 쳐다보는 것도 성희롱인가요?
“쳐다보는 것만으로는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 신체부위를 빤히 쳐다보거나 전신을 훑어보면 문제가 될 수 있죠. 당사자가 불쾌하다고 말했는데도 반복적으로 쳐다보면 시각적 성희롱이고요. 외설적인 사진, 그림, 낙서, 동영상, 출판물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노출하거나 상대가 보는 앞에서 특정 부위를 만지는 행위도 시각적 성희롱입니다. 포르노그래피를 혐오스러워하는 남자직원에게 상사가 ‘함께 보자’고 강요하는 행위도 성희롱이고요.”

남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은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에서 주로 발생한다.
▼ 남자가 남자에게, 여자가 여자에게 하는 성적 언동도 성희롱이 될 수 있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을 줄 수도 있죠. 그런 경우는 실제로 잘 일어나지 않지만요.”
▼ 여자가 여자를 성희롱한 사건으로는 어떤 사례가 있나요?
“2006년 인권위가 성희롱이라고 판단한 사건이 있습니다. 어떤 여직원이 다른 여직원이 누구와 잠자리를 했다는 식의 소문을 유포한 사건이었죠.”
장 소장이 언급한 사건에서 가해자는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 수년 전 성희롱 사건 때 피해자가 그 사건의 가해자를 협박해서 내쫓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가해자는 또 피해자가 “남성과 모텔에 들어가는 걸 봤다. 수년 전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들과도 잠자리를 같이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인권위는 이 사건을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 성적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성희롱이군요.
“‘그 여자는 내 거니까 건드리지 마라’ 같은 말을 동료에게 했는데, 둘의 대화내용을 그 여성이 알았다면 성희롱이 될 수 있습니다. 남에게 말한 게 당사자에게 전해진 경우죠.”
▼ 남성이 남성에 대한 성적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마찬가지겠군요.
“그렇죠. 동성 간이라도 피해를 입었으면 신고할 수 있어요.”
▼ 술에 취해 가슴을 만지거나 춤추자고 팔을 잡아채는 행동은 당연히 성희롱이겠죠?
“그건 성추행이 될 수도 있죠.”

MBC 드라마 ‘늑대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