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10년 뒤 먹을거리 찾을 컨트롤타워를 세워라!

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 입력2009-04-02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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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전략연구원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전문가·학자 70여 명이 포진해 ▲학제적 연구 ▲실천적 연구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적 연구를 표방하는 네트워크형 민간 싱크탱크다. www.kifs.org
    ● 일시 : 2009년 3월10일(화)

    ● 장소 : 서울역 KTX회의실 36호

    ● 사회 : 정재용미래전략연구원 과학기술전략센터장(KAIST IT경영학부 교수 )

    ● 참석 : 이재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EEWS 기획단장)

    이세준 미래전략연구원 과학기술전략센터 연구위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기획행정실장)



    전도영미래전략연구원 과학기술전략센터 연구위원(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

    ● 정리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10년 뒤 먹을거리 찾을 컨트롤타워를 세워라!

    사진 왼쪽부터 전도영 이재규 정재용 이세준.

    이명박 정부 신성장동력 프로젝트의 특징은?

    정재용 지금부터 ‘신성장동력의 현황과 과제’를 세 분 패널과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월13일 11개 부처가 참여해서 ‘미래한국 프로젝트-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재규 교수님이 신성장동력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이재규 신성장동력은 말 그대로 한국이 5년, 10년 후에도 고도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업, 기술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지금부터 대비해서 5년 후, 10년 후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게 주목적입니다. 한국이 지난 1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았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도전해오고 있고, 일본의 기술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현재의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산업을 준비하는 게 신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입니다.

    정재용 한국은 1970년대부터 수많은 기획을 진행해왔습니다. 패널들이 보기에 최근 발표된 ‘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은 과거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세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2003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발굴 및 추진에 참여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과거엔 정부 주도로 기술 개발 지원 중심의 기획을 했습니다. 반면 현 정부의 프로젝트는 민간 주도의 수요지향적인 동력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제기한 녹색성장과 관련한 부분이 담긴 것도 특징이고요. 또 다른 특징으로는 성장동력 산업을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해 추진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재규‘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으로서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봅니다. 그럼에도 접근 방법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됩니다. 산업계는 기술개발보다는 성장 자체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을 전제로 미래를 그리는 걸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수요를 중요시해야 하지만 기술로 미래를 연다는 창의적인 비전, 의지 같은 것을 보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생각이 듭니다.

    정재용 정부는 기업이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기업 처지에서 이 기획이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만.

    전도용 일반적으로 기업은 R&D(re-search and development·연구 개발)보다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사업화 연계 연구개발)라는 말을 더 즐겨 씁니다. 비즈니스와 연결되는 연구를 원하는 겁니다. 자동차 같은 기존 산업에 새로운 분야를 덧붙여 창출하는 것은 산업-비즈니스 연관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나노 분야의 경우는 산업으로 성숙될 수 있는지 고민할 수도 있겠고요. 기획할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정부 주도로 할지, 기업 주도로 진행할지 구분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재규 좋은 지적입니다. 조선, 철강처럼 지금 잘하는 산업이 미래에도 잘하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지금은 산업적 측면이 약하지만 선진국에서 준비하는 바이오, 나노, 환경 분야에서 어떻게 신산업을 창출할 것인지를 모두 풀어야 합니다. 전 교수님 말씀대로 기업보다 연구자들이 먼저 미래를 내다보면서 기술을 확보할 분야도 있습니다. 신성장동력을 분야별로 산·학·관 중 누가 주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재용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신성장동력의 특징을 보면 기획의 무게중심이 조금 바뀌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잘하는 분야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계획도 포함돼 있고요. 새로 유행할 산업의 추세도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이세준 비전 측면에서 보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에서 10년 혹은 15년 내에 4만달러 수준으로 가는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진행하는 과정에 기업들도 이런 비전에 공감해야 하겠고요.

    정재용 역대 정부에서 지금까지 수십 차례 기술기획과 관련한 발표가 있었습니다만 한계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머리’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머리’를 완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이 말합니다.

    이재규 중요한 말씀인 것 같아요. 신성장동력을 꾸릴 때 부처의 실장, 국장, 과장이 있었는데, 지금 다 바뀌었습니다. 일 잘해서 더 좋은 자리로 갔습니다. 새로 온 분들도 열심히 하겠지만 업무의 연속성 부분에선 조금 우려됩니다. 특정 기간 이 과제와 운명을 같이할 한 사람이 정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잘 굴러가고 있나

    정재용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지만 실천이 잘 이뤄지는지 검토해볼까 합니다. 1월13일 계획을 발표한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습니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재원은 잘 확보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추가로 발표되고 있는지’의 면에서 말씀해주십시오.

    전도영 글쎄요. 이번 기획은 기존에 해오던 연구를 새롭게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방면의 연구를 재분류해서 시대의 요구에 맞는 분야는 더 강조했다는 뜻입니다. 결국 정부가 선정한 연구에 지원을 집중한다는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 지원이 늘고, 연구팀이 보강되면서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재규 신성장동력만 잘하고 다른 것은 못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균형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성장동력에 대한 예산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상위 레벨에서 구체적 비전을 가져도 하위 레벨, 즉 부처의 과(課)로 내려가면 사업이 축소되는 예가 있습니다. 기획이 구호로만 남아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과제에 대해서는 예산을 별도로 확보해야 합니다.

    정재용 다른 패널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세준 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미래기획위원회가 공동으로 향후 추진 일정도 보고한 것으로 압니다. 4월까지 구체적으로 예산 편성 방향을 짜기로 했고요.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이뤄지는 중기재정계획은 보통 3~5년 기간으로 짜이는데 거기에 신성장동력 관련 예산을 어떻게 편성할지 논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재규 교수님 말씀처럼 기획이 잘 돼도 실천, 즉 액션 플랜이 원활하게 가동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신성장동력 산업추진 계획안에 담긴 내용이 차질 없이 진행되느냐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얼마나 잘 반영되는지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규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앞으로 수송시스템을 전기자동차로 바꾸면 가솔린 엔진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전체로 보면 미래지향적인 계획이죠. 그런데 그 과제가 부처의 수송시스템을 담당하는 과로 오면 기존 자동차산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업체들은 반대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상위 레벨의 비전이 하위 레벨로 전달되지 않는 거죠. 와해성 기술, 즉 기존산업을 대체하면서 미래를 여는 부분은 산업계의 뜻을 듣는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정재용 신성장동력을 기획할 때보다 경제 여건이 나빠졌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불황에 대응하려면 신성장동력의 포인트를 조금 다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재규 제도와 R&D 투자로 크게 나눴을 때 제도 부분은 정부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R&D도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10년간 정부 9조, 민간 90조의 투자가 일어나면 성장 및 고용창출이 어떻다는 식으로 가정했는데, 경제가 어려우면 기업은 제일 먼저 R&D투자를 줄입니다, R&D투자가 분기별로 5%씩 줄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어요. 신성장동력 기획이 성공하려면 민간부분에서 90%의 투자를 해야 하는데 기업은 투자를 줄이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기획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신성장동력 중 단기적 경기 진작 효과가 큰 부분에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점에 정부도 공감하고 관련 내용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미래 성장의 잠재력을 키우는 분야에 추경예산이 꼭 투입돼야 해요.

    정재용 많은 분이 경기가 불황일 때 기업이 가장 먼저 손대는 곳이 R&D조직이라고 이해하고 계신데 다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R&D기관은 지금 인력 감축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답니다. 뭔가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불경기에도 R&D조직을 유지하는 점은 어떤 긍적적인 시그널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규 좋은 징조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언급한 통계는 현장의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것 같습니다.

    이세준 경기불황기에 R&D인력에 대한 투자 및 고용과 관련해 여러 기관에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제가 속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도 했고요. 중소기업청, 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도 있습니다. 기관별로 조사 결과가 약간씩 다른 것 같습니다. 혁신형 중소기업의 일부가 환경이 어렵더라도 R&D인력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표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을 가지고 전체가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재규 어쨌거나 그런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정재용 렇습니다. 긍정적인 시그널로 봐야 할 듯합니다.

    전도영 조금 전에 이재규 교수님이 추경예산을 거론했는데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월 서명한 79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보면 R&D 몫으로 215억달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 돈으로 30조원 정도를 R&D 부분에 추가 투자하겠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도 추경예산에 R&D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전도영 여야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비전을 같이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정치문제가 아니니까요.

    같은 바람입니다.

    정재용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R&D에서 단기 및 장기 프로젝트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로 고용 창출,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되는 R&D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R&D 투자도 필요합니다.

    신성장동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세준 정부 처지에서 보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꼭 해야 하는 부분을 발굴해서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과 같은 불황에도 꼭 시작해야 하는 부분을 잘 골라야 할 것 같습니다.

    정재용 11개 부처가 참여해서 17개의 성장동력을 창출했습니다. 창출 단계에서는 11개 부처가 각각의 모듈별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습니다. 부처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세준 협력이 잘 돼야 합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고 최근에 녹생성장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기존의 대통령자문위원회인 국가에너지위원회와 국무총리실 산하 기후변화대책위원회는 녹색성장위원회에 들어갔고요. 환경부가 주관하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도 그곳에 녹아들어갔습니다. 덧붙여 대통령 자문기구로 미래기획위원회가 있습니다. 신성장동력 관련 보고도 미래기획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공동으로 했습니다. 여러 개의 위원회가 부여받은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좋은데, 적어도 컨트롤타워가 있어서 일관되게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재용 부처 간 협력은 필수적입니다. 시스템뿐 아니라 리더십도 중요합니다.

    이재규 임시 조직은 힘을 갖지 못하기 십상입니다. 조직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정재용 신성장동력이 앞으로 국가의 먹을거리를 창출하려면 어떤 면을 더 보강해야 할까요?

    전도영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의가 내려진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 어떻게 그것을 이루는가, 어떻게 그것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가가 중요한 요소인데 바로 그 ‘어떻게’라는 부분에 대해서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결국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인력과 떼어놓을 수 없지요. 그러므로 인력양성 계획이 어우러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 계획에 대한 반성,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과거의 계획은 어떻게 진행됐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 살펴봐야 해요.

    이세준 개발연대식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에겐 성장에 대한 향수가 강해요. 지금도 성장을 타이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요. 톱-다운식, 즉 정부 주도로 성장동력을 발굴해서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민간중심으로 어떻게 신성장동력을 만들 것인지, 그 큰 그림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들이는 돈은 9조원에 불과합니다. 기획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90조원에 달하는 민간부분의 투자활동이 이뤄져야 해요. 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합니다.

    정재용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과 관련한 부분에선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재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소형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연구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성장동력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모판에 씨앗을 뿌린 뒤 떡잎을 옮겨서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정재용 융합이라는 키워드도 중요합니다. 융합연구는 이질적 지식이 모여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소통이 중요하겠고요. 융합 패러다임과 관련해서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요.

    산학연의 융합이 아니라 분야 간의 융합을 말씀하신 거죠? 융합연구는 50 대 50인 때도 있지만 90%를 A분야가 주도하고 나머지 10%를 다른 분전도영 야가 돕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50 대 50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융합연구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꾸려야 합니다.

    이재규 이번 신성장동력의 한 축이 융합입니다. 연구소 간 융합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해요. 그래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정재용 인력의 유동성 확보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른 기관에 파견 가서 연구하다가 원 소속기관으로 되돌아가는 시스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만.

    이재규 좋은 생각입니다.

    이세준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한 말씀 덧붙이겠습니다. 융합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물리적 융합에만 방점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기술분야 간의 융합만을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인문사회 분야와의 컨버전스도 중요하고요. 융합연구가 가능한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느냐는 부분도 강조돼야 합니다.

    정재용 신성장동력과 관련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현자(賢者)라고나 할까요? 그런 분들이 나오려면 사회과학과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성장동력과 관련해서 잃어버린 고리를 하나 꼽는다면 앞서 제기했듯이 ‘머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큰 그림을 그려줄 ‘머리’가 없다는 거죠. 그 부분이 한국이 당면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 구실을 할 인재를 키워내야 합니다.

    이재규 미래의 어떤 부분을 예측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미래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내다봐야 합니다. 그런 융합적 마인드를 갖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능력,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세준 우리가 미래 또는 신성장동력을 주제로 얘기하다 보면 인력 부분과 관련해 장기적인 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처지에서 보면 당장 필요한 것이 기능인력입니다. 신성장동력은 이머징 테크놀로지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성장산업 분야의 인력도 필요하지만 기업체에서 지금 활용 가능한 기능인력도 중요합니다. 인력 양성이 특화된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 중심으로 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 활동을 담당할 수 있는 기능인력 부분을 지나치게 간과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전도영 이공계 인력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여성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굉장히 우수한 자질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공계 분야, 특히 공학 분야에는 여성 숫자가 적은 게 현실입니다. 신성장동력이 앞으로 제 궤도에 오르려면 여성인력을 공학 분야로 유인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이재규 신성장동력이 올바르게 선정되지 않았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것을 빠뜨리다니, 이것 잘못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저런 것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들어가야 할 것이 못 들어갔거나, 꼭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 들어갔거나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부분을 매년 검증해나가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한꺼번에 10년 후를 내다볼 수는 없습니다. 그건 희망일 뿐이죠. 신성장동력은 의지를 그린 것이지 미래를 예측한 것은 아닙니다. 파도를 헤치며 배가 나아가듯 지속적으로 키를 맞추면서 신성장동력을 육성해가야 합니다.

    정재용 지금까지 세 분의 패널을 모시고 신성장동력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먼저 이 계획의 특징과 한계를 살펴봤고요. 어떻게 계획이 보정돼야 하는지도 토론했습니다. 기술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요. 신성장동력이라는 메가 프로젝트가 순항하기를 바랍니다.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의 동인을 마련하는 기제이면서, 국부의 원천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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