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의 궁합은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의미로 읽힌다. 성격, 외모, 집안, 학벌 등 겉으로 보이는 조건을 포함해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인 ‘속궁합’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과연 속궁합이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랑을 나누는 동안 상대방에게 깊이 빠져들고 그로 인해 행복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순간만큼은 남편 혹은 아내의 성격이나 외모, 조건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속궁합이 잘 맞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결혼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한편 다행인 건, 속궁합은 두 사람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부부간 ‘화법’이 가장 중요하다.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도, 상하게도 만든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비난의 언어는 피하고 칭찬과 격려의 화법을 구사하면 상대방의 말투도 달라지게 돼 있다. 또한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자존심 때문에 남편에게 혹은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수시로 하는 ‘입맞춤’은 부부간의 애정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한 번의 키스가 백 마디 말보다 나을 때가 많다. 입을 맞추는 행위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신뢰, 존경, 배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일 작가 오토 에프 베스트가 쓴 책 ‘키스의 역사’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키스에 대한 관습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분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마인들은 키스를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성적으로 활용했다. 연인, 가족, 친구들 그리고 지배자에게 키스했다. 그들은 손과 뺨에 하는 키스와 입술에 하는 키스, 그리고 열정적인 키스를 각각 다르게 불렀다. 연인은 대중 앞에서 키스를 함으로써 결혼을 공표했고, 이 관습은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결혼 당시 많은 하객 앞에서 ‘키스로 서약’한 기억을 되살려 아침마다 아내 혹은 남편과 입을 맞추며 애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라
평소 건강관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몸이 건강해야 성욕도 생기기 마련이다. 남성의 경우 갑자기 발기가 안 되고 성욕이 줄어든다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성도 성관계 시 질액이 줄어들고 오르가슴을 느끼기 힘들다면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나아가 즐거운 성생활도 가능해진다.
다음으로 필요한 건 ‘테크닉’이다. 영화 ‘방자전’에는 몽룡의 몸종인 방자가 춘향을 품기 위해 마 노인으로부터 ‘정사의 기술’을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연애 경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방자는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은 화려한 테크닉을 이용해 춘향과 환상적인 밤을 보내고 두 사람의 사랑 또한 깊어진다.
상대방의 성적 욕구를 충족해주고 싶어 하는 심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 황홀한 섹스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여운을 남겨 서로의 마음에 진실한 사랑을 싹트게 한다. ‘아름다운 밤’을 위해서는 도입부터 매끄러워야 한다. 쉽게 말해 남성의 경우 발기가 잘돼야 하고, 여성은 충분히 젖어야 한다. 이게 무슨 기술인가 싶겠지만, 이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만족스러운 섹스란 불가능하다.
흥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애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질액이 충분히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하는 건 일종의 고통이다. 여성의 음핵을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애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질액이 충분히 분출되면 삽입을 시도하는데 이때도 한 번에 목표점에 도달하려고 하면 안 된다. 1보 전진, 2보 후퇴, 2보 전진, 3보 후퇴 식으로 거의 100번에 걸쳐 삽입하는 게 좋다. 처음에는 번거롭고 귀찮은 작업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한번 시도해보라.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부부 사이에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섹스만큼 강렬한 것이 또 없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까지 들면 누구든 행복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그날의 섹스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좋은 속궁합은 결국 상대방을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달렸다. 아내를 여왕처럼 떠받들면 나 역시 왕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비단 잠자리에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평소 배우자에게 하는 말투나 행동에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정도가 나타나게 돼 있다. 30년 경력의 산부인과 의사로서 확신하건대, 찰떡궁합은 분명히 두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많은 부부가 그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사주단자를 주고받지 않더라도 살면서 얼마든지 맞춰갈 수 있는 게 부부관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섹스가 자리하고 있음을 명심하자.
박혜성
● 전남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 경기도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 대한성학회 이사
● (사)행복한 성 이사장
● 저서 :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 팟캐스트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박혜성의 행복한 성’ ‘이색기저섹끼’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