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볼로 유명한 국산 골프공 제조회사인 ㈜볼빅 문경안 회장.
세계적인 골프강국에 걸맞은 국산 용품을 만들고자 자신의 인생을 건 이가 있다. 컬러 볼로 유명한 국산 골프공 제조회사인 ㈜볼빅의 문경안(56) 회장이다. 문 회장은 업무 때문에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비즈니스를 위해 접대 골프를 자주 쳐야 했기에 동반자들에게 폐 안 끼치려고 하루 5시간씩 피나는 연습을 했고 스무 번도 안 되는 라운드 끝에 첫 싱글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6년 아마추어 최고수 자리인 신한CC 클럽 챔피언에 올랐다.
골프공에 첨단 과학을 입히다
2009년 볼빅을 인수한 문 회장은 사람 중심의 경영을 선언하고 공격적 마케팅에 돌입한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흰색 일색이던 골프공에 색깔을 입혀 출시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컬러 볼 출시 한 달 만에 매출이 15%나 급성장했다. 문 회장은 “볼빅은 기술적 노하우와 생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며 “잘만 하면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국산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 회사를 인수하고 기술 개발에 회사의 운명을 걸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는 열매를 맺었고 코어와 커버 제작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 4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 이 중 공의 비거리와 방향성에 직접 연관이 있는 딤플에만 6개의 특허가 몰려 있다. 골프공에 첨단 과학을 입힌 것이다.
품질과 기술력에 자신감을 얻은 문 회장은 당시 L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최혜정(30)과 배경은(29)을 후원선수로 영입하고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는 이일희(26), 최운정(24), 이미향(21), 포나농 파투룸(태국) 등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 11명을 후원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문 회장은 “미국 시장 진출 때 모험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 미국 전역 1000곳의 골프 숍에서 볼빅 공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연착륙에 성공한 볼빅은 해외 투어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2012년 LPGA 투어와 마케팅 파트너 협약을 맺고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숍라이트 LPGA 클래식의 캐디 빕(캐디복)에 볼빅 로고를 부착했다. 대회 기간 내내 볼빅 로고가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노출됐고 홍보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뿐 아니다. LPGA 투어 중계방송 중 매일 최고의 샷을 선정하는 ‘볼빅 오늘의 샷(VOLVIK, Shot of the Day) 코너도 진행하고 있고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를 후원함으로써 선수들은 공식 연습구로 볼빅 공을 사용한다. 볼빅은 또한 팀 페트로빅과 후원 계약을 맺으며 PGA 투어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뛰는 크레이그 스태들러, 래리 넬슨과 올해부터 인연을 맺고 영역을 확대한다.
국내 투어 선수 21명 후원
문경안 회장의 궁극적인 꿈은 “볼빅이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는 것”이다.
문 회장의 궁극적인 꿈은 “볼빅이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는 것”이다. 그 시작이 골프공인 셈이다. 문 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이지만 산업은 취약하다”며 “세계 톱클래스에 한국 선수가 포진한 종목은 골프가 유일한 데 아쉽다. 일본의 골프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다름 아닌 선수였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 정상에 있는 만큼 국내 골프산업의 발전 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후발 주자인 일본의 골프산업이 세계 2위로 발돋움한 것은 선수들이 자국 제품을 사용해서인데 한국 선수들은 외국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유명 선수에게 국산 공 사용을 권하면 우선 돈부터 많이 달라고 한다. 어떤 선수는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연간 3만 달러를 받는데 우리에게는 30만 달러를 달라고 한다. LPGA투어에서 20승 이상을 거둔 베테랑 로라 데이비스가 ‘볼빅 볼을 사용하고 싶다’며 먼저 연락해 오는 7월 계약하는데 우리 선수들보다 낮은 계약금을 지불한다”고 밝혔다.
문 회장이 한국 선수들에게 국산 공을 사용하라며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볼빅은 성능에 대한 골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지난해 9월 충북 청원에서 런치 모니터인 트랙맨을 이용해 헤드 스피드별 골프공 성능(비거리, 탄착군) 비교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테스트에는 볼빅 외에도 유명 브랜드인 A, B, C사의 골프공이 사용됐다. 사용 클럽은 탱크251 드라이버로 헤드 스피드 100마일과 110마일로 구분했다. 결과는 비거리는 제품별로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탄착군의 경우 볼빅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월등히 우수하게 나타났다. 탄착군이 우수하다는 것은 볼의 방향성과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증거다.
“순수 국내 기술로 골프공을 생산하는 것은 볼빅이 유일하다”고 문 회장은 강조한다. 골프공은 돈이 많다고 해도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허와 공법은 쉽게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의 체공 시간이 길어야 한다. 무조건 멀리 나간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방향성이 확보돼야 한다. 비거리를 늘려주는 공의 체공 시간과 방향성에는 ‘딤플’이란 첨단 과학이 숨어 있다. 큰 것은 볼을 띄워줘 체공 시간을 길게 해주고 작은 것은 깊이를 달리해 방향성을 잡아준다. 하지만 딤플만 잘 만든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골프공은 편심(偏心)이 없게 만드는 게 진짜 기술이다. 공이 임팩트 되면 초속에서는 똑바로 나가다 힘이 떨어질 때 무게 중심이 쏠리는 쪽으로 볼이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기술적 노하우에 꾸준한 연구개발이 어우러진 특허에서 나온다.
드라이버 스펙에 맞춰라
골프 선수와 골프산업은 동반성장해야 한다. 볼빅과 같은 토종 브랜드의 성장은 국내 시장의 고용과 성장, 투자를 이끌어 경제 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수익을 골프산업에 재투자함으로써 산업 전반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준다. 문 회장은 “선수도 본인의 실력과 커리어를 쌓는 것뿐만 아니라 자국 산업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며 “외국 브랜드의 경우 국내 골프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드물다. 오로지 발생된 수익만 걷어갈 뿐이다. 그러나 토종 브랜드는 각종 국내 대회 개최 및 협찬을 통해 선수들의 발전 토양을 마련한다. 이제 한국 골프산업 발전과 후배들을 위해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볼빅의 연구와 기술 투자는 계속된다. 기계 설비나 구매는 매 시기 필요에 의해 이뤄진다. 또 향후 2~3년 안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제2공장 설립을 추진하는데, 설립 후 매년 200만 다즌의 골프공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컬러 볼 시장에서 볼빅은 부동의 1위를 지킨다. 국내 골프공 시장 규모는 1000억 원대다. 볼빅은 지난해 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수시장 점유율을 50%대로 끌어 올리기 위해 지난해 5월 화이트컬러 볼을 시중에 내놨다. 출시 1주일 만에 KPGA 코리안 투어 해피니스 광주오픈에서 소속 선수인 박현빈(27)이 준우승을 거둬 품질의 성능을 인정받았다.
문 회장은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골프공 선택 방법도 알려줬다. 자신의 스윙 스피드를 아는 골퍼가 많지 않기 때문에 드라이버 스펙에 맞추라고 권한다. 엑스트라 스티프 강도의 샤프트를 사용하는 골퍼는 컴프레션 100이 넘는 볼을 사용해야 하고 레귤러 스티프(R/S)는 90, 레귤러(R)는 80이 적당하다고 한다. 설득력 있는 새로운 이론이다. 토종 브랜드로 세계 넘버원을 꿈꾸는 문 회장은 지구상 어느 회사도 따라오지 못하는 탄탄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염원을 품었다. 추진력이 뛰어난 문 회장의 업무 스타일을 고려할 때 공허한 구호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주변의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