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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물’ 좋은 서울 강남의 ‘불’ 같은 性戰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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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영준 수사관이 S씨를 신문한다.

오피스텔을 임차해 성매매 영업을 해온 14곳은 집기를 철거했으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도록 했다. S유치원에서 15m 떨어진 곳에서 성매매를 한 B대떡방 등 25곳, 외국인 여성 11명을 고용해 변태 행위를 한 B스파 등 마사지 업소 25곳, 여성에게 교복·승무원복을 입혀 성매매를 한 O클럽을 비롯해 적발 업소 67곳 중 61곳이 철거됐다.

건물주를 압박한 것도 효과가 컸다. 사무실, 상점으로 허가한 공간을 성매매 시설로 전용한 건축물을 ‘위법건축물’로 등재해 권리 행사를 제한했다. 철거 명령에 응하지 않을 때는 이행강제금을 물렸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구민들과 대화할 때마다 ‘밤에 너무 시끄럽다’는 겁니다. 성매매 업소 탓이었죠. 1000명에 달하는 접대부를 고용한 곳도 있었습니다. 강남이 물이 좋다는데, 그런 물은 필요 없어요. 나쁜 물은 말려버려야 해요.”

물건 고르듯 접대부 선택

강남구는 관광호텔 9곳의 불법·퇴폐 행위를 근절했다. 학교보건법, 건축법에서 단속 규정을 찾아내 주택가와 학교 근처에 스며든 변종 성매매 업소를 철거했다.



Y유흥주점은 룸이 182개에 달했다. 영업사장 마담 접대부 1000여 명이 논현동 S호텔 지하 1~3층에서 기업 형태로 성매매를 했다. 술값에 호텔 객실료, 성매매 비용을 포함한 일명 ‘풀살롱’. 술 마시고, 노래하고, 섹스하는 원스톱 서비스다. 2010년 7월부터 3년간 성매매 8만8000건을 알선했다. 연 매출 650억 원.

Y유흥주점과 함께 철퇴를 맞은 N유흥주점은 ‘초이스 미러(choice mirror)’로 입소문을 탔다. 대형 룸 한쪽 벽에 안에선 밖이 안 보이는 유리를 설치했다. 성매수 남성이 밖에서 얼굴과 몸매를 보면서 여성을 물건 고르듯 선택했다.

R호텔의 저항은 집요했다. 소송을 벌이면서 영업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던 M씨가 운영하는 R호텔이 특히 말을 안 들었습니다. 법원도 판결을 오랫동안 안 내리는 겁니다.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재판부에 보내 단속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호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버리니 그제야 손을 들더군요. 구청장이 당이 달라서(신연희 구청장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그런다는 말도 나왔다고 해요.”

신연희 구청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온갖 데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업주들이 재주가 좋아요. 내 지인, 가족까지 알아내더군요. 어느 곳에 단속 나가는지, 어느 곳이 걸렸는지 내게 보고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가서 붙잡고 조치를 다 끝낸 후 보고하라고 했어요. 세무과는 세금을 추징하고, 위생과는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고, 건축과는 불법건축물로 지정했습니다.”

오후 8시 35분, 특별사법경찰관들은 늦은 저녁식사를 하러 거리로 나섰다. 강남역, 신논현역을 잇는 강남대로의 동쪽은 강남구, 서쪽은 서초구다. 오후 9시 10분, 립카페 마사지방 오피방 전단이 강남대로의 서쪽에 흩날렸다. Y유흥주점에서 일하던 1000명의 여성은 오늘밤 어느 곳에서 술을 따를까.

인터뷰 | 신연희 강남구청장

“서울 전 구청이 일제히 근절 나서야”


웃음 팔던 여인 1000명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3월 9일 ‘근절’‘척결’이라는 말을 거듭하면서 “완전히 뿌리 뽑는 게 목표요, 임무”라고 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고도 했다.

-성매매와의 전쟁을 시작한 까닭은.

“강남구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명품 도시로 거듭나려면 성매매 등 불법·퇴폐 행위를 근절해야만 합니다. 쾌적한 주거·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책을 맡긴 57만 강남구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계도 위주의 행정만으로는 성매매업소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활용해 형사처분을 병행한 강력한 단속을 실시했습니다.”

-삼성동 R관광호텔 유흥주점이 유명했습니다.

“관광호텔의 상당수가 기업형으로 성매매를 해왔습니다. 적발되더라도 행정소송을 낸 후 버텼습니다. 불법·퇴폐의 온상 격이던 관광호텔들에 전국에서 최초로 ‘관광진흥법’을 적용해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호텔 영업까지 중단시키니 손을 들더군요. 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해온 R관광호텔 유흥주점 5곳이 폐쇄된 게 대표적 성과입니다. 논현동 S관광호텔 유흥주점 5곳 중 2곳이 폐쇄됐고, 3곳은 노래방 등 건전한 업종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속 공무원 2계급 특진 검토

-키스방, 안마방 등이 주택가와 학교 주변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불법·퇴폐업소를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입니다. 신·변종 성매매 업소는 허가 받거나 등록하는 게 아니라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 업종이어서 단속이 어렵고, 단속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마땅찮았습니다. 관련 법령을 샅샅이 뒤져 신·변종 업소에 대해 행정 처분에 나설 규정을 찾아냈습니다. 전국 최초로 ‘학교보건법’과 ‘건축법’을 적용해 신·변종 업소에 철거 명령을 내리거나 강제 철거를 시행했습니다.”

-건물주도 압박했다면서요.

“건축법 조항에 따라 사무실이나 소매점 용도인 공간을 불법 성매매업소로 무단 용도변경해 사용 중인 건축물을 ‘위법건축물’로 등재해 건물주의 권리 행사를 제한했습니다. 불법건축물로 지정되면 임대가 잘 안 돼요. 성매매 시설을 철거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고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습니다.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물주도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단속 공무원이 고생했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그동안 참으로 고생했어요. 사명감 갖고 일한 것으로 알아요. 새벽까지 단속에 나서고, 업주들과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휴일도 없이 일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1월 22일 성과 우수 공무원은 2계급 특진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구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예산보고회, 학부모와 함께하는 학교사랑방 등 소통의 시간을 만들어 의견을 청취하는데, 구민들께서 주택가 골목에까지 뿌려지던 성매매 전단이 사라지고 불법·퇴폐업소가 크게 줄어든 것에 만족해하세요.”

-단속을 잠시만 게을리 해도 다시 고개 들 텐데요.

“거듭 말한 대로 완전히 뿌리 뽑는 게 목표요, 임무입니다. 척결하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2월 27일 단속팀이 속한 조직을‘도시선진화담당관실’로 격상했습니다. 불법·퇴폐 행위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겁니다.

-이른바 ‘풍선효과’ 탓에 이웃한 자치구가 난처할 듯도 합니다.

“한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풍선효과인데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집창촌을 집중 단속하자 주택가, 오피스텔 등으로 옮겨가 더욱 은밀하고 퇴폐적인 성매매가 이뤄졌습니다. 서울의 전체 자치구가 강남구를 벤치마킹해 일제히 근절, 척결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구의 노하우를 백서로 제작해 여성가족부, 국회 입법조사처,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습니다.”

-여성 구청장이라 성매매에 엄격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여성이어서 잘하는 게 아니라 의지가 중요합니다.”


신동아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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