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프로젝트

김경진 국회의원 “과학입국 열쇠가 될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만 10조 원, 미래 유망기술 선정

  • 입력2018-11-07 15: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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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세포는 약 100조 개지만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 수는 1000조 개로 열 배가 넘는다. 인간의 유전자는 2만여 개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 안팎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의 유전자 수를 합치면 400만 개가 넘는다(개인에 따라 300만~4000만 개까지 천차만별이다). 어쨌든 우리 몸에는 인간 세포 수보다 미생물 수가 10배 이상 많고, 유전자 수는 미생물 쪽이 적어도 100배 이상 많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과연 인간의 것일까, 미생물의 것일까.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광주 북구갑)이 미생물유전자를 가리키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런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렇다면 미생물은 어떻게 인간과 공생하게 됐을까. 인간의 몸에서 미생물은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러한 궁금증이 그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신세계에 발을 딛게 했다.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해온 김 의원은 11월 2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동아일보사 신동아와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가 주최하는 제1회 국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포럼을 주관한다.

    -우리 몸이라는 생태계 안에 다양한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이 서식하며 이들이 인간과 공생관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신이 기가 막히게 인간을 만들었구나라는 생각부터 들더라. 내 몸 안에 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인간이 자의식을 가지고 뇌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에 따라 통제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마이크로바이옴처럼 우리 몸에 자기들만의 존재 양식으로 번식하고 기능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균형이 중요한 미생물이라는 보약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용어는 여전히 생소하고 전문 연구자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 분야가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 설명해 달라.



    “우리 몸의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은 쉽게 말해 균이다. 우리 몸에는 유익균도 있고 유해균도 있다. 건강의 본질은 이 균들이 우리 몸 안에서 얼마만큼 하모니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 점에서 유익균이 100%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유익균과 유해균의 적정 비율을 85:15 수준으로 본다. 특정균이 과다번식하거나 급감해서 이 균형이 무너질 때 건강에 이상신호가 온다. 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한방의 보약 같은 개념으로 이해한다. 양방에서는 특정 조직, 특정 기능을 죽이거나 반대로 강화하는 치료제를 쓰지만, 한방에서는 몸 전체를 강화하는 보약을 쓴다.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우리 몸에서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곧 보약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이 워낙 다양해서 하나씩 집중 연구하는 것은 은하계에 점 하나를 찍는 것만큼이나 방대한 작업이다.”


    미래 유망기술 선정, 산업화는 걸음마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암, 당뇨, 비만, 아토피, 자폐증, 우울증 같은 질병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2024년 94억 달러(한화 약 10조5000억 원) 규모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는 어느 단계에 왔다고 보는가.

    “미국은 2007년 국립보건원에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발족해 우리 몸속 미생물의 DNA염기서열 분석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때에는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종합계획(National Microbiome Initiative)이라는 프로젝트를 구성해 미생물과 인간, 가축, 농작물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2017년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마이크로바이옴을 미래 유망기술 분야로 선정한 것이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기업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응용해 원천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각종 규제 때문에 산업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종균을 개발해도 식약처에 등록이 안 되고, 의료장비를 이용한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섭취에 대한 신의료기술 적용도 요원하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일단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원천기술 개발이 정부 과제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사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앙수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 정부 각 부처가 개별적인 지원 정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좀 더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로드맵을 확립해야 한다. 여기에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 우수 과학자 확보도 시급하다. 국회의원들도 소속 상임위에 관계없이 연구 지원과 규제개혁 등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학입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당선된 김경진 의원은 앞으로 우리의 차세대 먹거리인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를 위해 될 때까지 집요하게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학력고사 세대인 그가 대학 입학 직전까지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며 이과로 학력고사를 치렀음에도 원서를 넣는 마지막 순간 진로를 변경해 법대에 진학한 것은 여담이다. 비록 어릴 적 꿈이었던 과학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검사 생활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지금 그는 ‘과학입국’의 꿈을 다른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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