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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 보이는 ‘붉은 수돗물’ 사태 현장

“원인 규명 없는 탁상행정에 주민 분노 폭발”

  • 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

끝 안 보이는 ‘붉은 수돗물’ 사태 현장

  • ● 인천시 늑장 대응에 화난 영종도 주민들
    ● 사태 발생 6일 후 생수 지원받은 문래동 아파트
    ● 환경부 수질 안정화 발표했지만 주민 여전히 피해 호소
    ● “노후 상수도관 바꾸면 달라지나”
    ● “상수도관 관리하는 인력·시스템 부재 근본 원인”
끝 안 보이는 ‘붉은 수돗물’ 사태 현장
6월 27일 오후 1시 ‘붉은 수돗물 피해보상을 위한 주민대책회의’가 열린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1동 행정복지센터 3층 회의실. 이 동네는 흔히 ‘영종하늘도시’로 불린다. 아기자기한 주택이 늘어선 인근 운남동과 달리 영종1동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영종하늘도시는 신도시 특유의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작 동네 곳곳에는 ‘적수사태 최대피해 아이들이 무슨 죄냐’ ‘수도재난 방치한 안상수 국회의원, 조강휘 시의원, 최찬용·강후공·이성태 구의원은 자진사퇴하라’ ‘인천시는 적수로 물든 시민의 몸과 마음을 보상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까맣고 작은 알갱이와 흰색 부유물

주민대책회의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20명 넘는 주민이 참석했다. 늦게 온 주민들은 좌석이 부족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회의장에는 두세 살로 보이는 딸을 데리고 온 주민도 있었다. 퍼즐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회의가 지겨운 듯 나가자고 칭얼거렸다. 엄마는 회의에 방해될까 아이가 큰 소리로 칭얼거릴 때마다 회의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진정되면 다시 회의장에 들어왔다. 회의 중간 잠시 나가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회의장에 복귀한 학부모도 있었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크다는 방증이다. 

한경희(43·여) 씨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도 해야 하지만 붉은 수돗물 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나온 엄마들이 많다”면서 “저도 아이 점심을 챙겨줘야 하는데 아이를 혼자 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끝 안 보이는 ‘붉은 수돗물’ 사태 현장
한씨가 바쁜데도 회의에 참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저희 집은 수돗물을 틀자마자 붉은 물이 나오지는 않았다”면서 운을 뗐다.



“그런데 샤워기 필터를 끼운 채로 30분간 물을 틀어놓으면 까맣고 작은 알갱이가 끼고 흰색 부유물이 보여요. 무엇보다 냄새가 정말 역해요. 세탁기에 이어진 호스에 필터를 끼우고, 섬유유연제를 1컵 이상 넣어 빨래를 해도 옷에서 물비린내가 심하게 납니다. 일주일에 2번 빨래를 하러 다른 지역으로 차를 운전해 가는데 정말 불편해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나면 식탁 근처에만 가도 비린내가 나 머리가 아플 정도예요. 생활 자체가 붕괴됐어요.” 

환경부 수돗물안심지원단은 6월 28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수질검사 결과 모든 시료가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충족했고 망간이나 철도 검출되지 않아 수질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한씨의 사례에서 보듯 인천시민들은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에 거주하는 김민영(43) ‘영종 수돗물 정상화 대책위원회’(이하 영종 수돗물대책위) 위원은 7월 3일 통화에서 “어제 샤워기에 필터를 끼우고 물을 틀어보니 검은색 덩어리가 나왔다”며 “수질 안정화를 발표하기 이전에 왜 이물질이 나오는지 설명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월 1일 하루에만 인천시에 69건의 신고가 쏟아졌다. “수질이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환경부 담당 부서에 이틀에 걸쳐 29번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돗물 냄새 더 심해지거나 여전”

인천시는 7월 10일 붉은 수돗물로 인해 피부 질환이나 위장염 등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가 모두 149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shutterstock]

인천시는 7월 10일 붉은 수돗물로 인해 피부 질환이나 위장염 등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가 모두 1493명에 달한다고 밝혔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shutterstock]

이런 가운데 영종 지역 주민들이 아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발표됐다. 7월 11일 영종 수돗물대책위에 따르면 같은 달 5일부터 9일까지 영종 주민 31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5.4%가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는지’를 묻는 항목에 ‘(사태 초기보다) 더 심해졌다’고 답했다. 

사태 초기와 비교해 ‘변함없다’고 한 응답자도 37.9%에 달했다. 총 83.3%가 ‘사태 초기와 비교해 현재 수돗물 냄새가 더 심해지거나 여전하다’는 취지로 답한 셈이다. 

영종 수돗물대책위 측은 “설문조사는 처음 적수가 영종국제도시에 발생했을 당시의 수질과 현재 시점에서 각 가정의 수질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돗물에서 미끈거리는 촉감이 나는지’ 묻는 항목에는 ‘변함없다’(47.0%)고 답한 주민이 가장 많았다. 이어 △‘더 나빠졌다’(29.3%) △‘해당 없음’ (15.1%) △‘좋아졌다’(6.6%) △‘응답 없음’ (0.9%) 순으로 이어졌다. 

‘탁도가 흐린지’에 대한 질문에는 △‘변함없다’(62.1%) △‘좋아졌다’(17.4%) △‘더 나빠졌다’(14.2%) △‘해당 없음’(5.4%) 순으로 집계됐다. 탁도는 수중에서 부유물질이나 미분자들에 의해 빛이 분산되거나 흡수돼 물이 흐려진 정도를 뜻한다. 

‘샤워기나 수도꼭지에 설치한 필터가 붉게 변하는지’를 묻는 항목에는 사태 초기와 비교해 △‘변함없다’(51.1%)와 △‘더 나빠졌다’(16.7%)고 한 응답자가 절반을 훌쩍 넘겼다. 또 ‘이물질이 나오는지’를 묻는 항목에 대해서는 △‘변함없다’(47.3%) △‘더 나빠졌다’(22.7%) 순으로 이어졌다. 

피부 질환과 위장염을 호소하는 환자도 여전히 있었다. 피부 질환의 경우 △‘더 나빠졌다’(30.6%)와 △‘변함없다’(37.2%), 내과 질환의 경우에는 △‘더 나빠졌다’ (13.6%)와 △‘변함없다’(30.6%), 안과 질환의 경우에는 △‘더 나빠졌다’(17.0%)와 △‘변함없다’(29.7%)고 한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김민영 위원은 7월 10일 통화에서 “최근에는 까만색 수돗물이 나오고 물에서 썩은 냄새가 나거나, 검은 덩어리나 쇳가루 등 이물질이 나온다고 호소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 있어 재난문자 못 보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 5월 30일 서구 검암·백석·당하동 지역에 수도꼭지에서 붉은 물이 나온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며 시작됐다. 영종하늘도시 주민들도 붉은 수돗물 문제를 6월 초부터 제기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인천시는 중구의 수돗물 공급 경로가 서구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6월 13일에야 인천시는 영종도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며 차후 보상 계획을 마련하는 데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은 “인천시가 뒤늦게 피해 사실을 인정한 점뿐 아니라, 영종하늘도시 주민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한씨는 “서구 주민들은 붉은 수돗물 재난문자를 받았는데 영종도 주민들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6월 19일 오후 3시 ‘[비상사태 경고: 긴급] 서구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오거나 필터가 바로 변색되는 경우 마시는 것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조속히 정상화하겠습니다.(안전문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서구 주민 모두에게 발송했다. 재난문자는 일반 문자와 달리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발송된다. 문자를 받는 즉시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돼 있다. 

하지만 중구 주민들은 이 같은 내용을 일반 문자로 받았다. 인천시가 재난문자를 보낼 때 중구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6월 24일 열린 영종수돗물 정상화 민간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광용 인천광역시 기획조정실장은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재난문자를 보내지 못했다. 재난문자의 경우 인천공항에 있는 외국인에게까지 문자가 발송되기 때문에 제가 나서서 재난문자 발송을 막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민영 위원은 “(그와 같은 일반 문자조차) 중구 주민 전체가 아니라 일부 주민들만 받았다”고 문제 삼았다. 이어 “서구처럼 재난문자를 보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중구청은 묵묵부답”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수돗물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에게만 문자를 보냈다. 대신 중구청 홈페이지나 통장·반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있다”며 “재난문자는 중구청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데다 수돗물 문제는 인천시에서 주관하기에 중구청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가 많지 않다. 인천시와 중구 주민 사이 중간다리 역할이 전부”라고 밝혔다.


“배급받는 물 부족”

한편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2·4·5·6가는 영등포구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제공하는 상수도관의 관말지역(배수관의 끝부분)에 해당한다. 서울시 강동구 암사저수지에서 끌어올린 물은 노량진 배수지와 대방 배수지를 경유해 당산·영등포·문래로 흘러간다. 이 중 문래동에서는 6월 19일부터 ‘붉은 수돗물’ 민원이 문래 4가 삼환아파트를 시작으로 집중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6월 28일 오전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내렸다. 기자가 찾은 곳은 남성아파트로, 문래동에서 붉은 수돗물 이슈에 가장 먼저 휘말린 삼환아파트와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 1번 출구에서 나와 10분 정도 걸어가니 ‘아리수’ 글자가 적힌 하얀색 승용차 4대가 지나갔다. 

남성아파트 주민 정혜미(34·여) 씨는 “문래동 지역이 모두 피해를 보는데 행정 지원은 삼환아파트에만 집중돼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배급받는 아리수의 양도 적었고 급수차도 늦게 왔다는 것. 남성아파트는 6월 24일부터 아리수를 배급받았다. 문래동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지 꼬박 4일째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마저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정씨는 “한 가구당 2L짜리 아리수를 한 병씩 배급받았다. 처음에는 가구마다 6병씩 나눠주는 줄 알고 가져가다가 나중에 오는 사람이 물이 부족해 주민들 간 싸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씨도 그날 아리수 1병밖에 가지고 갈 수 없었다.


7번 전화하니 급수차 배정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 1인 기준 물 섭취량은 1.5~2L다. 남편, 네 살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정씨 가족이 마시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서울시는 6월 21일 보도자료에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질 기준치를 초과한 물은 생활용수로만 사용토록 안내하고, 음용수는 충분한 양의 아리수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현장 상황은 다른 셈이다. 

급수차를 배정받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정씨는 25일과 26일 남부수도사업소에 총 7번의 전화를 걸고 나서야 급수차를 배정받았다고 했다. 

“처음 전화했을 때 26일 오전 9시 30분에 배차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날 확인 전화를 두 번 더 했어요. 그런데 26일 9시 45분이 넘어서도 차가 안 오는 겁니다. 남부수도사업소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남성아파트에 배차되기로 한 차가 없다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고 따지니 직원이 알아보겠다고 해요. 오전 11시가 돼서야 급수차가 왔습니다. 그런데 물을 받아 갈 수 있는 봉투를 가져오지 않았더라고요. 남부수도사업소로 전화를 걸어 봉투를 보내달라고 했어요. 390가구인데 200개만 왔습니다. 늦게 온 주민들은 집에 있는 페트병으로 물을 받아 갔어요. 민원을 두 번 더 넣고 나서야 물 봉투를 더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남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7월 9일 전화 통화에서 “직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많은 주민이 피해를 호소하다 보니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노후관로 대신 대체관로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고, 저수조를 청소하는 등 다음 주 내로 붉은 수돗물 사태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급수’ 적힌 5L 물 봉투

6월 28일 문래동 남성아파트 화단에 5L 용량의 ‘비상급수’ 봉투가 쌓여 있다. [정보라 기자]

6월 28일 문래동 남성아파트 화단에 5L 용량의 ‘비상급수’ 봉투가 쌓여 있다. [정보라 기자]

6월 29일 오전 11시 30분 문래동 5가 문래현대3차아파트에 도착했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파트는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했다. 경비실 맞은편에 ‘비상급수’라고 적힌 5L 물 봉투 7개가 쌓여 있었다. 벽에는 ‘비상급수 봉투 수량이 한정돼 있으니 재활용하여 (급수차에서) 수돗물을 받아가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남부수도사업소의 공지가 붙어 있었다. 

인근 주차장에는 ‘건강하고 맛있는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 표지를 부착한 급수차가 있었다. 급수차 밑에는 주민이 깜빡 잊고 놓고 간 듯 세숫대야처럼 생긴 하얀색 큰 물통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문래현대3차아파트에 거주하는 권청구(47·남) 씨는 “몇 년 전부터 샤워기에 필터를 달아서 쓰고 있었다. 6개월간 사용해도 색 변화가 크게 없던 필터가 지난 3월에 갑자기 갈색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곧 그 사실을 지역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그러자 문래동4가와 6가에 사는 주민들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4월까지 녹물 피해를 봤다고 카페에 올라온 글은 14건에 달했다. 권씨는 “남부수도사업소에 민원을 넣었지만 제대로 원인 파악을 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남부수도사업소에 전화해 붉은 수돗물 민원을 제기했더니 (사업소 측에서) 저수조 청소를 언제 했느냐며 저수조 청소부터 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저수조 청소는 현대3차아파트에서만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경우에 해결책이 될 수 있잖아요. 제가 ‘현대3차아파트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고 한다’고 전했더니 ‘다른 아파트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지 제(권청구 씨)가 어떻게 아느냐’며 ‘불안하면 수질검사를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권씨는 3월 25일 남부수도사업소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권씨 집 수돗물 수질은 0.35NTU(엔티유·Nephelometry Turbidity Unit)로 집계됐다. 영등포동과 영등포본동의 수질이 각각 0.04NTU와 0.05NTU인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먹는 물 수질 기준인 0.5NTU 이내라 적합 판정을 받았다. 권씨는 “하지만 그 후에도 필터 색은 여전히 갈색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수질검사를 하는 직원이 2주전부터 문래동에서 매일 20군데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문래동4가 ‘리버뷰 신안 1,2차 아파트’는 탁도가 0.6NTU로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신안 1,2차 아파트와 연결된 상수도관을 점검했으나 수질에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이후 6월 20일 사고 접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남부수도사업소나 그 위의 상수도사업본부 차원에서 신안 1차 아파트의 저수조 청소를 하는 것 외에 따로 취한 조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6월 중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이슈화된 이후에는 서울시가 바로 움직이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죠.” 

남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3월에 10건 이상의 민원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질이 일시적으로 안정화되다 보니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알고 지나쳤다”고 해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21일 자정 무렵 문래동 삼환아파트를 방문해 “노후관로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조치를 하라. 예비비를 동원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착수하라. 물은 저장하면 썩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저수조 물을 모두 없애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 신뢰할 수 없다”

올해 3월 25일 권청구 씨가 받은 수질검사 결과. [권청구 제공]

올해 3월 25일 권청구 씨가 받은 수질검사 결과. [권청구 제공]

5일 후인 6월 26일 박 시장은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문래동 지역의 수질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다. 민관합동조사단과 전문가 합동 주민설명회를 거쳐 식수제한 권고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3차아파트 1동 출입문에 붙여진 ‘고탁수 유입으로 인한 음용제한 관련 안내문’의 수질검사에 따르면 6월 24일 탁도 검사수치는 각 가구마다 최저 0.08NTU에서 최고 0.69NTU로 나왔다. 0.69NTU는 먹는 물 수질기준인 0.5NTU를 훨씬 벗어나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수치다. 

문래 5가 문래현대3차아파트에 살고 있는 권청구 씨는 6월 29일 “붉은 수돗물도 여전히 나오고 있는데,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니 서울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7월 10일 현재까지 문래 지역 카페에 여전히 붉은 수돗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문래동 주민들도 수질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서울시와 환경부의 발표와 달리 “여전히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권씨는 7월 10일 전화 통화에서 “7월 초 남부수도사업소 직원들이 아파트 인근에서 수도관 청소를 하는 것을 봤다. 그 후로 3일간 녹물이 심하게 나왔다. 현재는 그때보다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지난 3월처럼 녹물이 나오고 있다. 오늘도 아침에 씻는데 녹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수돗물 안정화 대책’이라며 내놓은 방안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6월 26일 1789억 원을 들여 138km에 해당하는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염형철 수돗물네트워크 이사장은 “노후관로는 교체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상수도관을 관리하는 인력과 시스템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염 이사장은 서울시가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하자 꾸린 민관합동조사단에서 활동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상수도관은 이토밸브(물을 빼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달아 주기적으로 세척해야 해요. 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는 상수도관에 이토밸브를 달지 않았습니다. 이는 상수도관에 쌓인 노폐물을 빼내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토밸브를 통해서 상수도관을 제대로 세척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전문 인력이 존재하지 않아요.” 

염 이사장은 6월 28일 민관합동조사단 활동을 중단했다. “서울시가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은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근본 대책도 아닌) 노후 상수도관 교체를 대책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게 염 이사장이 밝힌 활동 중단 이유다.


이러다 전국으로 번질라

주무 부서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현장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은 6월 28일 “상수도 현장 인력의 경우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정원 605명이 사라졌으며 그나마 2012년 이후에는 인력이 충원되지 않았다. 2017년 이후에는 결원이 150명에 달했다. 2020년까지 관리 운영직 퇴직에 따른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면 무려 236명의 결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염 이사장은 “이런 시스템하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전국적으로 번질 수 있다”며 “환경부가 장기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아 2019년 8월호

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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