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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남녀들이여 사랑에 세뇌되지 말라!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싱글 남녀들이여 사랑에 세뇌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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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사랑이 없으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처럼 여기도록 사회적 세뇌를 받으며 산다. 사랑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 사랑이 찾아올 때는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자. 하지만 사랑을 좇느라 인생을 허비하지는 말자.
싱글 남녀들이여 사랑에 세뇌되지 말라!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동아일보]

최근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등 혼자 사는 ‘싱글남’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과거엔 ‘전원일기’ 같은 대가족 중심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1인 가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대세다. 1인 가구의 상당수는 결혼 적령기 남녀인데, 그렇다 보니 독신남, 독신녀가 한 마디 말도 없이 혼자 밥 먹는 모습만 나오는 ‘혼밥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통계청의 2016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51.9%로 절반을 겨우 넘었다. 2010년 64.7%, 2012년 62.7%, 2014년 56.8%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싱글 남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자식은 ‘재무 리스크’

우선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덜해졌다. 1970년대만 해도 남자가 여자와 성관계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무언, 유언의 압력이 있었다. 그러지 않았다가 혼인빙자간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매춘을 하지 않고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려면 결혼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혼전 성관계가 자유롭기에 성관계를 위해서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

여성을 둘러싼 여건도 변했다. 과거에는 여성이 일할 곳이 많지 않았기에 성인이 된 후엔 결혼하지 않고 집에 머물 수 없었다. 부모, 형제에게 경제적 부담이 안 되려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해야 했다. 이젠 여성도 다양한 직업을 갖고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졌다. 혼전 순결이 당연시될 때는 남자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면 결혼이 불가피했으나 혼전 성관계가 결혼을 의미하던 시대는 지났다.

남녀 불문하고 인생에서 자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졌다.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짧았다. 20대에 결혼해서 40대 중반이면 자식들이 다 성장했고, 얼마 후 정년퇴직을 하고 60대에 사망했다. 삶은 척박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결혼해서 자식을 어른으로 키워내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삶의 목표가 없었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대를 잇는 것 못지않게 나의 삶이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키운 뒤엔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는 걸 당연시했다. 개인 삶의 상당 부분을 희생하고도 자식이라는 ‘보험’을 들어놓으면 자식은 어떻게 해서든 부모를 책임졌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부모에게 자식은 보험은커녕 커다란 ‘재무 리스크’다.  



불안한 결혼, 안 하고 만다

경제 상황도 변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자산 가치, 특히 아파트 값이 계속 상승했다. 결혼생활을 하려면 빚을 져서라도 집을 장만해야 했고, 집값도 길게 보면 올랐다. 혼자 살면서 돈을 허투루 써버리는 사람보다는 결혼한 사람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지금은 대출을 받아도 원하는 곳의 집을 살 수 없다. 집을 사기는커녕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도 빠듯하다.

경제적 안정 없이 심리적 안정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정년이 보장된 시대에는 일단 취직만 하면 안심하고 결혼할 수 있었다. 직장이 조금 불안정하더라도 사람만 성실하면 일용직 노동자라 해도 일이 끊기는 법은 없었다. 지금은 일자리가 없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하면 언제 이혼할지 알 수 없다. 2016년 3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보면 남녀 모두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결혼 비율이 높아졌다.

남녀차별이 심하고 가부장적 태도가 용인되던 시절에는 결혼을 하면 남자는 갑(甲), 여자는 을(乙)이었다. 그러니 남자는 일단 결혼만 생각하면 됐다. 가정폭력으로 처벌받는 경우도 드물었다. 남성 위주의 사회이다 보니 여성은 당하고 살면서도 이혼할 수 없었다. 이혼해도 일할 곳이 없었고 손가락질을 당했다. 이혼한 뒤 친정에 들어가 살기도 힘들었다. 남자 처지에선 일단 결혼하면 그 다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결혼해도 언제 이혼(당)할지 모른다. 불안한 결혼을 하느니 안 하고 만다.

가부장적 가치가 지배하던 시기에는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림하는 것이었다.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었다. 그래서 여자가 나이 들면 설혹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억지로 결혼해야만 했다. 나이 들어 혼자 살면 하자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지금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결혼하지 않는다.

결혼이 늦어지는 데는 개인적인 사정도 일정 부분 작용한다. 어려서부터 봐온 부모의 결혼생활이 불행했다면 결혼을 망설이게 된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자란 여성은 남자와 사랑하고 결혼하는 게 두렵다.

부모가 싫어서 반항심으로 결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부모의 반대로 결혼에 실패한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차피 부모가 반대할 것이라고 여기면서 연애는 하되 결혼 얘기는 안 꺼낸다. 부모는 자식이 결혼을 안 해서 걱정인데, 사실 자식은 부모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것이다. 아들이 데려온 여자, 딸이 데려온 남자는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 자식이 내가 고른 사람과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자녀 결혼은 요원하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아들은 부모가 ‘참한 규수’를 아무리 많이 소개해줘도 결혼할 생각을 안 한다. 잘 생기고 재미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딸에게 돈은 많지만 나이 많고 배 나온 남자를 소개하면 결혼은 꿈도 꾸지 않는다. 부모가 관여하지 않고 상관하지 않을수록 자식은 더 빨리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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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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