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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시기 왜 한국군은 무력해지는가

대청해전 승리 질책한 이명박

  • 이정훈│편집위원 hoon@donga.com

결정적인 시기 왜 한국군은 무력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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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군은 많은 훈련을 하고 최고 수준의 무기를 갖췄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무력(無力)’해진다. ‘자주국방’ 구호가 무색하게 위기에 처하면 미군에 매달린다.
  • 그리고 다시 자주국방을 하는 척하다가 유사한 사건을 당하면, 무력한 대응을 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결정적인 시기 왜 한국군은 무력해지는가

천안함 사건 후인 2010년 5월 4일, 처음으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

기자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2권(‘천안함 정치학’, ‘천안함 루머를 벗긴다’),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는 1권(‘연평도 통일론’)의 책을 내며 두 사건을 추적해왔다. 그럼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북한 수뇌부의 도발 준비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권부(權府)에 대한 취재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접근해갈 수는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요직에 있던 이들이 조금씩 입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식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기에 익명으로 처리해 다큐멘터리식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신동아’ 2012년 12월호와 2013년 4월호, 2014년 3월호 등에 쓴 기사가 그것들이다. 이런 취재를 통해 품게 된 화두가 ‘왜 한국군은 약한가?’였다.

천안함 사건 후 정부는 국제민관군합동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CHT-02D 어뢰를 쏴 천안함을 격침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감사원을 동원해서는 ‘어느 부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밝히게 했다. 이에 대해서는 “감사원은 작전 전문가 집단이 아닌데 어떻게 작전을 조사하게 하느냐”는 반발이 많았지만, 어쨌든 조사하게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국가 지도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 당일 청와대 측은 “북한과의 연계성이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 군에서는 ‘북한이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그에 대한 보고가 빗발쳤는데, 왜 청와대는 다른 판단을 한 것일까. 이 판단이 끼친 영향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

이것을 알아보지 않고는 ‘결정적인 시기 한국군이 무력해지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최근 기자는 이 화두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천안함 사건 당시 요직에 있었던 그로부터 익명을 전제로 숨은 이야기를 끌어낸 것이다. 그의 증언을 토대로 그때 군 통수권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일반 국민은 ‘국방의 목표’와 육·해·공군의 목표, 각 부대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로 시작되는 국방의 목표는 ‘국방백서’에 나와 있다. 이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각 군은 자기 목표를 설정한다. 군에 갔다 온 이라면 훈련병 시절 ‘육군의 목표’ 등을 외우지 못해 얼차려 받은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일선 부대들은 그 연장선에 있기에, ‘전선 사수(死守)’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이 목표들과 가끔 심각하게 충돌하는 것이 ‘정권의 목표’다.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제1의 목표로 정한 정권이라면 군에 “MDL(군사분계선)과 NLL(북방한계선)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는 주문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의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기에 그 틈을 노린다. 틈을 만들기 위해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국방의 목표 vs 정권의 목표

서해 NLL에는 지뢰나 철책 같은 장애가 없으니 침투하기 쉽다. 그 때문에 NLL 방어를 책임진 합동참모본부(합참)와 해군 작전사령부 및 2함대사령부는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복잡한 사고가 허점으로 작용해, 결정적인 시기 한국군은 무력해지는 것이다.

국민은 ‘북한 배가 NLL을 넘어오지 못하게 우리 해군이 철저히 지킨다’고 믿고 있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북한 배는 수시로 넘어오고 있다. 서해 5도 가운데 포병 부대가 주둔할 정도로 큰 섬은 백령도와 연평도뿐이다. 반면 북한은 황해도 전 해안에 포대를 배치할 수 있다. 이러한 인민군 화력을 두 섬 사이에 투입되는 해군 함정이 상대한다.

함포는 함정 크기에 제약을 받지만, 육상 포는 그렇지 않으니, 우리 함정은 항상 화력 열세에 놓이게 된다. NLL 바로 밑에서 작전하고 있으면 한 방에 ‘수장(水葬)’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합참은 적 포탄이 도달하기 힘든 NLL 남쪽 4~5해리쯤(일부 구간은 2~3해리, 1해리=1852m) ‘합참통제선’을 설정해놓고, 평시에는 그곳까지만 북상하게 한다.

그러니 북한 함정과 어선은 물론이고 중국 어선도 동서(東西)로 항해할 때는 무시로 NLL을 넘나든다.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다가, 침로(針路)를 남쪽으로 잡아 내려오는 것이 있으면, 도발로 판단해 고속정을 합참통제선 이북으로 출동시킨다. 그리고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하는데 그래도 침로를 돌리지 않으면 함대사령관의 허락을 받아 격파사격을 한다.

따라서 서해상 남북 충돌은 항상 NLL 남쪽과 합참통제선 사이에서 일어난다.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 대청해전이 그러했다. 육군은 이러한 상황을 잘 모른다. 해·공군과 함께 작전하는 합참에 온 후 이를 처음 아는 경우가 많다. 기자에게 비화를 털어놓은 사람도 육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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