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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누더기 ‘김영란법’의 험로

대학병원 의사는 넣고 개인병원 의사는 빼고

김영란법의 ‘오버’와 ‘미스’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대학병원 의사는 넣고 개인병원 의사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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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일관성·형평성 잃고 수사기관 남용 여지
  • ● 국회의원·정당·시민단체의 브로커化
  • ● 유치원 교사는 포함, 어린이집 교사는 제외
  • ● ‘1인 미디어 시대’ 언론인의 범주는?
대학병원 의사는 넣고 개인병원 의사는 빼고
3월 3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당초 정부 원안에서는 적용 대상을 공직자와 준(準)공무원으로 한정했던 것을 국회에서 민간인 신분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직원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신문협회와 잡지협회는 ‘언론자유 침해’를, 한국교총 등은 ‘사학의 자유’를 이유로 반발한다. 대한변협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입법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은 ‘법의 근본 취지를 부정하는 마녀사냥식 비판’이라며 반박했다. 참여연대, 언론노조 등 진보단체에서도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폄하했다.

국민 정서는 국회의원 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와 종편방송 jtbc가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가 법 통과를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포함한 것에 대해서도 70% 가까이가 ‘바람직하다’고 지지했다. “일단 하라는 게 다수 국민의 명령”이었다는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통과된 법에 반대하면 악(惡), 찬성하면 선(善)이라는 이분법 구도가 생겨났다.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칼럼엔 “돈 받아 처먹고, 밥·술 받아 처먹는 게 언론자유냐”는 댓글이 빠지지 않고 달린다. 심지어 진보매체에는 “김영란법에 트집 잡는 논자들은 결국 언론의 자유를 앞세워 청탁을 일삼고 촌지와 향응을 계속 받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까지 실린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을 살펴보면 여와 야, 진보와 보수에 상관없이 전체 국회의원의 심각한 직무유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 법 통과 후 “1년 반 전부터 국회로 넘어왔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살펴보지 못했다. 여야 모두 언론의 자유라든지, 평등권에 위배되는 것들을 다 살펴보지 못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까 국회가 너무 졸속으로 하지 않았나…국회 차원에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제정 의도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체를 모를 정도다.

원외 정치인은 제외

우선 법 적용 대상에 일관성과 형평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국민이 김영란법을 지지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청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의 경우도 금품수수와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어 관련자가 풀려나는 것을 보며 국민은 분노했다. 인·허가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직자가 민간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고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김영란법을 만든 원동력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 법의 적용 대상은 공직자라야 한다.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취지로 볼 때도, 2013년 정부가 내놓은 원안도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사람(준공직자)이다. 공직자와 준공직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기 때문에 국민은 그들에게 청렴과 부패 금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적용대상 공직자를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중앙행정기관(대통령 소속기관과 국무총리 소속기관을 포함한다)과 그 소속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기관’으로 한정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공공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됨에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당이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나라는 법적 요건을 충족한 정당에 대해 정당보조금을 지급한다. 당연히 세금으로 지원한다. 더구나 원외 당협위원장과 고위직 간부들은 사실상 국회의원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데도 국회에 등록된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만 법의 적용을 받을 뿐 당협위원장, 사무부총장, 부대변인 등 원외 고위간부와 사무직원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거물 정치인이 초등학교 행정직원보다도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다는 논리다.

형평성과 일관성의 기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은 왜 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일까. 의원들은 ‘형평성’ 문제를 들었다. 공립학교 교직원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데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되지 않고, KBS·EBS와 같은 공공기관 언론은 포함이 되는데 민간 언론이 포함되지 않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댔다.

형평성 때문에 민간 영역을 넣었다면 같은 범주에 있는 의사는 왜 빠졌을까. 국립대 의대 교수와 직원은 공직자 범주에 들어간다. 형평성 논리라면 일반 개인병원 의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립학교 교원은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고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대해 국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에 넣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사립학교 교원 보수의 상당액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게 현실이므로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오히려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어린이집이 포함되지 않는 게 문제다.

김영란법은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 밖의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및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으로 규정해놓았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 적용을 받으므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치원에 근무하는 원어민교사는 처벌 대상이 되면서 어린이집 원장은 돈을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 모순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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