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김성재 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苦言

“민정수석이 民情은 놔두고 司正만 해서야”

  • 김성재 | 김대중아카데미 원장, 前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김성재 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苦言

1/3
  • 대한민국은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가릴 것 없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시대가 바뀌고 주위 환경이 급변해도 정부와 정치권의 위기 인식과 해법은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위기 중첩과 악순환으로 민생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 상황에 대해 김성재 전 청와대 민정수석(김대중 정부)이 쓴소리와 조언을 보내왔다.
김성재 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苦言

조선업과 해운업은 대규모 적자로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동아일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도덕과 윤리가 무너지고 인간이 존중돼야 할 가정, 학교, 종교에서마저 돈이 지배하는 사회다. 지난 10여 년간 자살률은 세계 최고이고, ‘묻지마’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다. 돈과 권력의 불의(不義)한 카르텔로 1대 99의 사회가 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빈부격차도 가장 심하다. 특권층 부패지수도 계속 높아져 세계는 우리나라의 부패를 ‘엘리트 카르텔 부패’라 명명하고 연구하는 판이다. 이러니 나라의 미래와 희망이 돼야 할 청년들마저 절망해 이른바 ‘헬조선’을 외친다.

다른 한편으로 냉엄한 국제정치 환경은 100여 년 전과 같이 한반도를 지배하며 자기 이득을 취하는데, 동족인 남과 북은 주적이 되어 남한은 미국과 일본에,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해 스스로를 희생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단 의식과 국내의 갈등 환경에 갇혀 변화하는 세계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4차 산업혁명 도래에도 무관심한 채 과거에 고착돼 불안하고 불행한 나날을 보낸다.

이런 현실이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위기 수준을 넘어 침몰할 수도 있다. 이미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 사태에 빠져든 경험이 있지 않은가.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고들 한다.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성인으로서, 한때 국정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갖는 책임감에서, 이런 위기를 해결할 문제 인식과 실천을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나의 개인 지식이 아니다. 오픈소스(open source)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산물이다.



구조조정·재벌개혁 병행해야

예부터 우리 민족의 지적 능력과 지적 모험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감성적 에너지와 순발력도 어느 민족보다 탁월했다. 그러나 일제 식민 지배와 미 군정기를 거치면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등한시하고 스스로를 못난 ‘엽전 인생’으로 여겨 자긍심마저 잃어버렸다. 산업사회의 도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근대화에도 뒤졌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제3의 물결인 지식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하늘이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기회와 세계를 열어줬다. 지식정보 사회는 우리 민족 특성에 잘 맞는 사회다.

나는 1980년 앨빈 토플러의 책 ‘제3의 물결’을 읽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학과 교육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사회변혁운동을 하며 새로운 사회를 꿈꾸던 내게 제3의 물결로 대변되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는 이념적 비판운동 차원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는 길과 가능성을 보게 했다. 

마침 1998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과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역임하는 기회가 주어져 민주인권 국가를 위한 개혁,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개혁, 평등지향 복지국가 건설,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는 정보화와 문화산업 정책 등을 실현할 수 있었다.

경제개혁을 위한 구조조정은 과거와 달리 시대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 규모와 인력을 축소하는 것만으로 해결하려 들면 결국 기업 해체와 대량 실직 문제를 초래하므로 구조조정은 세계와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업과 경제를 새롭게 살리는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기업 소유주와 경영진, 정부 관료의 잘못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정한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책 실명제도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그 목표에 대한 정확한 계획 없이 추진되는 듯하다. 우선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업엔 이미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됐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오래전부터 도덕적 해이 속에 기업 소유주와 경영진, 관리자로 간 정부의 ‘낙하산’ 인사까지 모두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운영을 해서 기업으로서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판명 났는데도, 정치권과 결탁해 계속 부정한 경영을 했기에 결국 망하는 상태까지 이른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할 땐 반드시 기업 소유주, 경영진, 관계된 관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반성장론은 ‘조폭경제’ 면피용

재벌 개혁도 철저히 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당시 재벌 개혁은 업종 전문화 및 국제경쟁력 강화, 상호출자전환 금지, 상호지급보증 금지를 골자로 한 ‘5+3 원칙’에 따라 강력히 추진했다. 동시에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 전문 업종의 범주를 정해 경제 발전 및 일자리 창출, 중산층과 서민생활 안정을 도모했다. 당시 재벌 기업은 20개 내외로 업종을 전문화했다.

그런데 지금은 공적자금을 통해 회생한 재벌기업들이 계열사(위장계열사 포함)를 100여 개씩 확장했다. 국제경쟁력은 외면하고 자사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대형 유통망 장악을 통해 국내 공산품, 농산물, 수산물, 식음료 등을 싼값에 주문생산하고 자체 생산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없게끔 싹쓸이하고 있다. 심지어 떡볶이집, 김밥집, 빵집, 커피전문점, 슈퍼마켓 등 작은 가게가 있는 골목 상권까지 프랜차이즈 형태로 장악해 서민의 경제활동 수단을 빼앗는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농어민이 특권을 누리며 반칙을 일삼는 재벌과 경쟁하는 한편, 세계 각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공산품, 농수산물과도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말이다.

또한 청년들의 벤처 아이디어 및 창업을 스타트업한다면서 싼값에 강탈해 그들이 벤처의 꿈을 포기하고 절망할 뿐 아니라 미래 산업 또한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소수 재벌이 중산층과 서민의 생계수단을 싹쓸이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민이 양산되기에 내수시장도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중심이 된 싹쓸이 재벌 중심 체제에 대한 개혁 없이 부스러기를 조금 나눠주는 동반성장론은 재벌 중심의 ‘조폭경제’를 면피시켜주는 것밖에 안 된다.

정상적인 시장경제는 법과 질서가 있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 우리 시장경제는 시장경제가 아니라 재벌들이 정부, 정치권과 결탁한 조폭경제다. 따라서 이를 개혁하지 않고는 민생 및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경제를 살릴 수도 없다.    

또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상시적 개혁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공공정책을 평등지향적, 사회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실직적인 대책 없는 노동유연성은 빈민을 양산하고 전문 노동력을 상실케 한다. 복지는 자선이 아니라 인권이고, 인권에 근거한 복지정책은 낭비가 아니라 생산으로 선순환된다.

따라서 단순 구조조정만이 아니라 재벌 개혁까지 포함해 세계경제의 환경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사회 개혁을 과감히 해야 한다. 경제와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고 무너지게 된다.  


1/3
김성재 | 김대중아카데미 원장, 前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목록 닫기

김성재 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苦言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