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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교수의 新經筵 ⑩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尊賢, 敬大臣, 子庶民…‘중용구경’ 속 대통령의 덕목

  • 이기동 |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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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국가의 정치목표를 확실하게 세우는 것이다(尊賢). 지금의 대통령이 제시한 정치 목표는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국민소득 증대 같은 주로 경제에 관한 것들이다.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치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정치의 목표는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은 지상천국을 의미한다. 지상천국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천사처럼 될 때 찾아온다. 천사는 욕심이 없이 본심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모두와 하나가 되어 모두를 챙기면서 산다. 옛사람의 정치방식에서는 그런 사람을 모델로 내세웠다. ‘중용’에서 ‘존현(尊賢)’이라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현(賢)은 현명한 사람이고, 존(尊)은 존중하고 높인다는 뜻이다. 천사 같은 사람을 찾아 존중하고 높이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사람이 되도록 인도하는 효과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이러한 방식이 일부 있었다. 세종대왕을 높였고, 퇴계 선생을 높여 도산서원을 성역화했다. 율곡 선생의 탄생지인 오죽헌을 성역화하기도 했고,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를 성역화하기도 했다. 이런 것이 정치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한 방법이다. 이런 방법 외에도 홍익인간의 내용을 정리해 정치의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셋째, 집안 단속을 잘하는 것이다(親親). 정치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친인척 비리다. 역대 대통령이 재임 시마다 친인척들이 많은 비리를 저질렀다. 친인척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대통령이 친인척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친인척들이 나서서 설치면 정치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정치는 그날부터 바로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중용’에서는 이를 ‘친친(親親)’이라 했다. 친친은 집안 단속을 하는 것으로 정치의 세 번째 조건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넷째, 총리와 각부 장관을 잘 모시는 것이다(敬大臣). ‘중용’에서는 이를 대신을 공경한다는 의미로 ‘경대신(敬大臣)’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서 완전한 지식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선거일 전에 벌이는 토론이나 대통령 자격 검정의 장(場)에서, 온갖 분야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등장해 매우 어려운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곤 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전문 지식과 처리 능력을 다 갖출 수는 없다. 만약 자기가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매우 위험한 사람이다. 정치는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큰 집단을 이루어 함께 다스려야 한다. 그 때문에 국무총리가 있고 각부 장관이 있다. 국무총리는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인품이 있어야 하고, 각부 장관의 능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할 일은 우선 그런 총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각부 장관을 찾아내는 일이다. 각부 장관을 각 분야에서 일인자여야 한다. 경제장관은 경제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고, 교육장관은 교육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며, 국방장관은 국방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각부 장관은 모두 그런 일인자들로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각부 장관은 해당 분야에서는 대통령의 스승이다.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부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승을 모시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선거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나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을 임명한다면, 그 순간부터 정치는 혼란스러워진다.



각부 장관이 그 분야에서 일인자들로 구성되었다면, 장관의 ‘수명’은 길어야 한다. 전 정권의 장관이었다 하더라도 그가 일인자라면 장관직을 계속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할 일이 없다.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경제장관이 나서서 해결할 것이고, 교육에 문제가 생기면 교육장관이 나서서 해결할 것이다. 할 일 없는 대통령이 가장 좋은 대통령이다. 공자는 순임금에 대해 “하는 일이 없이 다스린 자는 순임금이다. 무엇을 했는가? 마음을 공손히 간직한 채, 남쪽을 향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고 평가했다. 대통령은 별로 할 일이 없으므로, 산책도 하고 등산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 될 것이다. 때때로 외국의 원수와 회동하고는 우호를 다지는 역할을 하면 된다.

서민과 동포 따뜻하게 대하라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다섯째, 모든 공무원을 내 몸처럼 아껴야 한다. 정치는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공무원이 집단을 이루어 행하는 공동사업이다. 모든 공무원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움직일 때 정치는 원만하게 진행된다. 일반 국민이 대통령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일반 국민이 정부를 만나는 것은 주로 하위직 공무원을 만나는 것이다. 국민이 하위직 공무원과의 만남에서 불만이 생기면 곧바로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정치의 성패에 하위직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하위직 공무원이 국민과 한마음이 되어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은 그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따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하위직 공무원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국민을 위해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국민을 위하는 일보다는 자기의 안전을 지키는 데 더 치중하는 공무원들도 있었다. 이른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이 그런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지키고 있는 사람을 공자는 ‘도둑’이라 했다. 공무원들 중에 자리만 지키는 도둑이 있다면 정치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마음가짐이다. 대통령이 하위직 공무원을 제 몸처럼 아끼고 위하면, 하위직 공무원들은 대통령과 한마음이 되어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다.

여섯째, 모든 서민을 자녀처럼 대하는 것이다(子庶民). 대통령이 본심을 회복하고 모든 국민과 한마음이 되면, 대통령은 국민의 부모처럼 될 수 있다. 한국인은 예부터 뿌리를 중시했다. 지금도 조상을 숭배하고 족보를 만드는 유일한 민족이다. 조상은 자손들의 뿌리다. 지상의 가지와 나뭇잎들이 뿌리를 통해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듯이, 자손들은 조상을 통해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 한국인들이 조상을 숭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남과 하나 되기를 좋아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한다. 2002년 월드컵 대회는 그런 기회가 됐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 한국인들이 길거리에 나와 응원한 것은 그것이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은 남과 하나가 되면 신바람이 나지만 그렇지 못하면 위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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