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태 르포

“여자 高스펙은 장애물 골드미스 마지노선은 서른셋”

맞선 시장에서 안 팔리는 ‘알파걸’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여자 高스펙은 장애물 골드미스 마지노선은 서른셋”

2/3
골드미스의 ‘성공 벌점’

여성의 고(高)스펙이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는 셈. 커플매니저들의 말을 모아보면 이렇다. 명문대 학벌의 여성에 대해 남자들은 자존심 상하거나 부담스러워하고,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을 전공한 여자는 ‘예민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일 가능성이 높아’ 인기가 없다. 여변호사는 너무 똑똑하고 따박따박 따지기 좋아해 아냇감으로 별로고, 여자 박사도 요즘 강사 자리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 달가워하지 않는다. 여기자는 아예 회원으로 받지 않는다. 여의사는 그나마 좀 낫다.

사회적 성취도가 높은 여성이 결혼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이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정치학과 강사인 크리스틴 B 휄런 박사는 저서 ‘골드미스 다이어리’에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자료를 분석해 ‘성공한 여성일수록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결혼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얻었다. 학력 수준과 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여성들이 결혼시장에서 짝을 만나지 못하는 ‘성공 벌점(success penalty)’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결혼 시장에서 알파걸은 어떤 성공과 실패의 일기를 쓰고 있을까. 기자는 서울 강남에서 10여 년간 상류층을 상대로 맞선을 주선해온 A씨에게서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그는 먼저 “결혼 시장에서 주도권은 남자한테 있다”고 전제했다.

“여자가 뜨뜻미지근할 때 남자가 공들이면 열이면 열, 여자는 전부 다 넘어옵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단순해서 ‘싫다’ 하면 끝이에요. 저희가 이런저런 말로 한 번 더 만나보라고 해도 요지부동이에요. 여자한테는 억울한 일이지만 현실이 그래요. 골드미스와 만나본 남자들이 가장 질려하는 게, 이 여자 분들은 하나하나 따지고 양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명문대를 졸업한 39세 남자 변호사가 36세 여의사를 소개받았다. 둘은 몇 번 만났고, 결혼 얘기가 오갔다. 하지만 남자가 “이 여자와 살면 피곤할 것 같다”며 관계를 정리했다. 이유는 여자가 양보할 줄을 모른다는 것.

그 후 남자는 결혼할 경우 ‘서포팅’을 하겠다는 지방대 출신의 30대 초반 여자와 맞선을 봤다(서포팅이란 혼수로 현금 예단 1억~2억 원과 서울 강남 아파트를 전세 혹은 자가로 마련해주는 것을 뜻한다). 남자는 데이트코스며 식사 메뉴며 사소한 것까지 자신에게 맞춰주는 여자에게 홀딱 빠졌다.

“그런데 결혼 얘기가 구체화하자 여자 엄마가 약속한 서포팅을 못 하겠다고 나온 거예요. 제가 난처했죠. 하지만 남자 엄마가 결혼을 반대하지 못하더라고요. 나이 꽉 찬 아들이 모처럼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난 거니까요. 그 남자 연봉이 2억~3억 원인데 여자 쪽에서 현금 예단 5000만 원만 보내고 결혼했어요.”

최근에는 국내 일류대학을 졸업한 여성 법조인이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두 살 연상의 전문직 남자와 결혼에 성공했다. A씨는 “이 결혼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여자가 정말 예쁘고 어려 보였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운 좋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그는 “골드미스가 결혼하려면 (남자가) 자신보다 조건이 좀 모자라더라도 받아들이고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여자 高스펙은 장애물 골드미스 마지노선은 서른셋”

2014년 가을 약혼을 발표한 드라마 ‘셜록 홈스’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소피 헌터. 소피는 30대 후반에 A급 신랑을 만났지만, 한국의 골드미스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맞선시장의 평가다.

‘무자녀 돌싱’이 어때서?

“그런 예가 지난해 봄에 결혼한 어느 여의사예요. 남자가 전문직 자격증은 있지만 취업이 안 된 상태였고 시골 출신이었죠. 남자가 직장이나 돈 문제로 결혼 여부를 고민하자 여자가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했어요. 신혼집이나 생활비는 자기가 맡을 테니 남자는 천천히 좋은 직장 알아보라고요. 남자 기 살린다고 현금 예단 1억 원을 보내 시골에 있는 시부모가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낸 캐서린 하킴은 저서 ‘매력자본’에서 “전 세계에서 이뤄진 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본 결과 ‘애인이 어떤 사람이기를 원하냐’는 질문에 여성은 재력이 있는 높은 지위의 남성을 선호하는 반면, 남성은 매력적인 여성을 원한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하킴에 따르면 이런 경향은 스피드 데이트(각 파트너와 3~10분간 대화하고 새 파트너로 바꾸는 식으로 맞선을 보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스피드 데이트 결과 가장 매력적인 여성이 남성들로부터 가장 많은 데이트 신청을 받았으나, 남성의 경우에는 딱히 그러지 않았다. 하킴은 “여성들은 성적 매력에만 집중해달라고 해도 옷 입는 스타일이나 다른 단서를 통해 남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학력, 소득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결혼시장에도 이러한 동서고금의 ‘진리’가 적용되나보다. 커플매니저들은 알파걸들에게 “공부나 일에만 전념하지 말고, 외모에도 많이 신경 써라”고 당부한다. 홍 부대표는 “30대 중반이 되도록 꾸밀 줄 모르면 남자들은 자기 관리가 안 된 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통통해도 안 되고 좀 마른 느낌이 인기”라며 “몸무게는 키에서 110을 뺀 숫자를 넘으면 안 된다”고 했다. 최 원장은 “결혼 시장에서 외모는 4단계로 나뉘는데 나이, 키, 얼굴, 맵시 순(順)”이라고 했다.

“나이도 외모에 속합니다. 한국 나이 서른하나 이하가 결혼하기 가장 좋아요. 키는 160~165cm 사이가 적당해요. 이보다 작아도 커도 문제죠. 얼굴은 ‘막내며느릿감’이라고 하면 느낌 오죠? 예쁘고 귀여운 얼굴이 남자들한테 인기가 있어요. 맵시란 소위 ‘강남 간지’를 말해요. 뭘 걸쳐도 명품 같아 보이는 느낌이요.”

결혼 시장엔 ‘무자녀 돌싱’이란 용어가 있다. 아이 없이 이혼한 남녀를 가리키는 말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상태에서 아이 없이 헤어진 경우도 이에 속한다. 홍 부대표는 “골드미스에게 소개해줄 남자가 많지 않아서 서너 번 맞선을 본 이후에는 돌싱도 만나보라고 권한다”며 “자녀가 없다면 돌싱도 괜찮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최 원장은 “서른여섯부터는 열 번 중 두세 번은 무자녀 돌싱을 소개받는 걸 고려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2/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여자 高스펙은 장애물 골드미스 마지노선은 서른셋”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