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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케팅 사기 치고 선행표창 실형선고 후 ‘사실상 탈옥’

두 얼굴의 女사기범 신출귀몰 행적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텔레마케팅 사기 치고 선행표창 실형선고 후 ‘사실상 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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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공짜 블랙박스, 콘도’ 미끼로 1만 명, 126억 사기
  • ● 주범 30대 女 박씨, 재판 중 또 다른 조직 관여
  • ● ‘기부모금’ 사칭 영업하면서 ‘나눔교육’ 善行
  • ● 구속집행정지로 출소, 출산 후 도피
텔레마케팅 사기 치고 선행표창 실형선고 후 ‘사실상 탈옥’
‘신동아’는 6월호(‘기부사칭’ 주의보-‘후원’이라더니 ‘상품 판매’)에 기부모금을 사칭한 새로운 방식의 텔레마케팅 조직 H사 등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이들 조직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후원을 요청하는 형식으로 온라인 교육 동영상 프로그램을 판매했다. 일부 장애인단체를 통해 기부금 영수증까지 발부했기에 소비자들은 프로그램 구입을 ‘후원’으로 여겼다. 경찰과 국세청 등은 이 단체들의 위법 및 탈세혐의에 대해 내사(內査)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 조직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

보도 이후 신동아에 이들 조직과 관련한 새로운 제보가 속속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충격적인 내용은 과거 이들 조직의 핵심 임원이 사기 등 범죄행위로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잠시 풀려난 틈을 타 도주했다는 것. 이 도주범은 30대 후반 여성 박○○ 씨로, 경기도지사 표창장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년 6월 刑 받고 구속

사실이라면 사정당국의 재소자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을 뿐 아니라, 경기도가 사기범에게 표창장을 주는 행정적 오류를 범한 셈이 된다. 이 여성은 누구이고, 기부모금 사칭 텔레마케팅 조직과는 어떤 관계일까.

이 여성에 대한 추적은 한 제보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제보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기부모금을 사칭해 영업을 하는 이들 단체는 예전부터 텔레마케팅을 전문적으로 해오던 조직이다. 특히 텔레마케팅 사기 수법은 대부분 박씨의 머리에서 나온다. 박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가 출산을 이유로 풀려난 후 아이들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무슨 수를 써서 풀려났는지 모르겠지만, 탈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완이 정말 좋은 여자다.”

박씨는 1979년생으로 올해 만 36세다. 취재팀은 그의 범죄 사실부터 확인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텔레마케팅 조직원 60여 명을 동원해 1만여 명으로부터 126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가로챈 업체의 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범죄 혐의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차량용 블랙박스와 콘도미니엄을 미끼 상품으로 내건 이들 조직의 범죄 수법은 교묘했다. 대기업을 사칭해 “신제품 출시 기념행사에 당첨돼 차량용 블랙박스를 공짜로 줄 예정인데, 금융감독원의 감시 때문에 일단 대금을 결제하면 매달 분할해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블랙박스를 구입한 지 1년이 지난 회원에게는 “10년간 추가로 연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처음 결제한 보증금이 상실돼 환급받지 못하고, 고액의 위약금을 내야 하며, 금융권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

또한 콘도 회사를 사칭해 그 회원들을 대상으로 “콘도를 새로 인수했는데 기존 보유 지분을 포기하고 새로 결제하면 일정 기간 후 기존 결제금액까지 포함해 환급해주겠다. 그러지 않으면 회원자격이 상실되고 위약금을 물리거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속여 거액을 뜯어냈다.

텔레마케팅 사기 치고 선행표창 실형선고 후 ‘사실상 탈옥’
수사 받으면서 다른 조직 운영

박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남동생과 제부 등을 임직원으로 앉히고 제부와 여동생 명의의 계좌를 통해 거액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범죄 행각은 2010년 8월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당시 언론은 ‘차 블랙박스 당첨됐다…120억 사기 10명 입건’ 등의 제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2012년 11월 기소된 박씨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 3년, 벌금 7000만 원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6개월 뒤인 10월 2심에서 3년 6월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찰에 사기 행각이 적발된 2010년 8월 이후 지난해 4월 법원의 1심 판결 전까지 3년여 동안 박씨가 남긴 행적이다. 그는 이 기간에 H사(구 P사)의 안양지사 텔레마케팅 조직을 새로 꾸리고, 이 회사의 평생교육원 원장도 맡았다. 그의 또 다른 남동생은 이 회사의 지분 일부를 갖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씨의 공범으로 기소된 서모 씨(교육실장)는 1년간 대표이사,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씨의 제부 김모 씨는 3년간 사내이사를 맡는 등 박씨의 조직이 H사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1만여 명의 피해자를 울린 텔레마케팅 사기 조직이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버젓이 또 다른 텔레마케팅 조직에 관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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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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