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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을 바꾸는 사람들 ⑤

“신용·경제 분리하고 협동조합 본연 기능 다하라”

농협개혁의 싱크탱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협경제연구소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신용·경제 분리하고 협동조합 본연 기능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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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경제 분리하고 협동조합 본연 기능 다하라”
농협이 지난해 3월 발효된 농협개혁법에 따라 신용·경제사업분리(신경분리)와 사업구조개편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농협의 개혁은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과 지역 조합, 중앙회의 열망 속에서 준비되고 진행됐지만 많은 기관과 단체가 의견을 보태고 충고를 해왔다. 모든 변화에는 기존의 것을 지켜내려는 세력이 있고 실제 손해를 보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을 설득해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해야 할 당위성과 이를 뒷받침할 논리, 대안, 통계가 필요하다.

이번 농협개혁에서 그런 역할을 한 중추 조사연구기관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농협경제연구소(NHERI)다. 농협개혁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하고 조사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 두 기관은 그간 우리 농민이 무슨 농사를 얼마나 어떻게 왜 지어야 하는 지,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면 어떤 피해를 보게 되고 농민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정부는 어떤 농정을 펼쳐야 하는지 그 해법과 대안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우리 농업과 농협에서는 ‘방향타’이자 ‘위기 경보기’ 구실을 해온 곳들이다.

양대 조사연구기관의 수장(首長)들은 농민과 농협이 함께하는 농협의 개혁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또한 우리 농축산업이 가야 할 길은 진정 어디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몰아닥치던 8월 말 이들 두 기관의 수장을 만나 그 해답을 들어봤다.

#‘현장의 달인’ 이동필 농촌경제연구원장

“지역 조합이 변해야 농협이 바뀐다”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정문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널찍한 텃밭(450㎡)이 자리를 잡고 있다. 원래는 잔디밭과 조경수가 있던 곳이지만 2011년 10월 이동필(57) 원장이 취임하고 난 후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그들에게 필요한 연구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텃밭으로 바꿨다. 지난해 10월에는 보리를, 올 6월에는 열무, 상추, 깻잎 등을 파종해 수확을 했다. 9월 중순 들어서는 8월 중순에 심은 메밀이 꽃을 피워 벌써 하얗게 얼굴을 내밀었다. 3모작이 이뤄지는 셈이다.

“농업인의 마음을 알려면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게 최고죠. 처음엔 연구원들 사이에 왜 저런 일을 하나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직접 농사짓고 결과물을 얻은 후에는 느끼는 게 많은 모양입니다. 농촌 현장에 필요한 연구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연구원들 마음속에 보리가 자라고 있어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967년 농촌진흥청 농업경영연구소로 출범해 1978년 재단법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으로 개원했다. ‘농림경제 및 농어촌사회 발전에 관한 종합적인 조사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과 국민복지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게 목표. 주요 임무는 △농식품정책에 관한 조사연구 △농어민의 복지증진 및 농어촌사회문제에 관한 조사연구 △국제농업협력에 관한 연구 △농업관측을 통한 품목별 수급동향 및 중장기 전망 연구 △정부 및 국내외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 등으로부터의 연구용역 수탁 등이다. 현재 200여 명의 연구자가 일하고 있다.

“농업인에게 필요한 연구를 한다”

이 원장은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토종 연구자 출신이다. 연구원 출범 2년 후인 1980년 연구자 생활을 시작해 31년 만에 원장 자리에 올랐다. 원장 취임 후 그의 일성(一聲)은 ‘현장경영’이었다.

“시장개방과 고령화 등으로 농촌 현실이 매우 어렵죠. 우리 농경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농업과 농촌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정부와 농업인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통계와 대안을 선제적으로 내놓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연구를 해야 하는데, 현장을 모르면 정확한 대안을 제시하기 힘듭니다.”

이 원장이‘농촌희망찾기현장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매월 ‘농업관측’이라는 매체를 통해 품목별 수급전망과 정책대안을 내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를 위해 농업관측센터에 전문가를 보강하기도 했다. FTA(자유무역협정) 이행지원센터를 설치해 농산물의 수입 피해를 분석하고 관련 교육과 상담을 하고 있으며 연구원 각 파트의 연구결과를 요약해 농협 등 관련 기관에 뿌리고 있다. 농업계에선 유명한 ‘농정포커스’의 발행도 그 일환이다.

“농경연의 핵심은 연구고,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죠. 연구자들이 좋은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게 원장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들이 소신껏 연구에 매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창의적 연구를 통한 정책대안 제시와 문제해결에 각자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선도(내비게이터)하고, 조정(신호등)하며, 응원(치어리더)하는 원장이 되고 싶습니다.”

농경연은 출범 이래 줄곧 농협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60여 건의 농협관련 연구 과제를 수행했는데 그중 경제사업과 관련된 연구가 40여 건, 농업금융 관련 연구가 20여 건이다. 농경연은 농협개혁의 주요 시기마다 개혁의 논리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2000년 농·축·인삼협 통합, 2002년의 신용·경제사업 분리 논쟁, 지난해 3월의 지배구조 개선과 신용·경제사업 분리 등 농협개혁의 각 단계마다 연구사업을 통해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관련 전문가들이 정부 및 농협이 운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농협개혁의 한 축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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