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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미대 실기고사 폐지한 권명광 홍익대 총장

“‘디자인적 발상’에서 나온 실기 폐지, 미래세대 위해 고민 끝 결단”

  •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미대 실기고사 폐지한 권명광 홍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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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60%, 부정 30%,제자들로부터 원망도

▼ 다른 나라 미대 입시는 어떤가요?

“우리와 같이 실기시험을 보는 곳은 극히 드물어요. 미국 학교에선 보통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이런 방식을 쓸 경우 본인 작품의 진위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미 한국 사교시장엔 미국 유학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포트폴리오 준비학원이 있고요.”

▼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지원 사업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실기 폐지안이 발표됐습니다. 총장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입시 방식도 또 달라질 거라고 보는 분들도 있던데요.

“대학의 정책이나 문화는 개혁이나 혁신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보단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변해가는 겁니다. 정부 정책에 편승해서 입시계획을 내놓은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논의를 거친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단시간에 성과를 거두기보단 또 오랜 시간이 걸려 발전하고 확산되는 거고요. 새로 내놓은 제도가 정당성과 당위성을 가진 것이라면 학교 책임자 혹은 정권이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계속 유지될 겁니다.”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홍익대 동문 혹은 제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권 총장은 “직접 받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사교육을 걱정할 일은 아니다. 대의가 중요한 만큼 (동문들도) 결정에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안사에서 디자이너로, 디자이너 1세대

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홍익대는 선망의 대상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동문 파워 역시 세다. 권 총장은 홍익대 미대에 대해 “일찍부터 미술 쪽에 비중을 두고 특성화시킨 대학”이며 “역사와 전통에 더해 졸업생의 사회활동이 대학의 명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명성을 높인 졸업생 중엔 권 총장 역시 포함된다.

권 총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1세대 디자이너다. 오랫동안 함께 작업했던 후배 디자이너이자 제자인 건국대 명계수 교수는 권 총장에 대해 “후배 디자이너들에겐 ‘신’ 같은 존재다. 작품 양이나 업적에서 다른 디자이너들이 감히 이루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서울 선린상고와 홍익대 공예과 도안과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권 총장은 당시 26세의 나이로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일찍이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았다.

“(1960~70년대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초기엔 도안사라고 불렸어요. 땜장이, 미장이, 환장이처럼 ‘장이’관점에서 본 거죠. 그러다가 디자인, 디자이너라는 개념이 들어왔죠. 그래서 제 경우엔 누가 도안사라고 부르면 디자이너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한 적도 몇 번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정체성을 갖게 된 첫 세대인 그는 개척자로서 자부심과 책임감도 컸다. 젊은 시절 “디자인이란 첨단의 것인 만큼 늘 새로운 것을 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일부러 신식 레스토랑을 찾아갔다”는 그는 “디자인의 전문 영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은행을 그만두고 대학으로 적을 옮겼다. 당시 대학 강사로서 그가 손에 쥔 한 달 수입은 3만원, 은행에서 받던 월급 15만원의 5분의1 수준이었다. 권 총장은 모교인 홍익대와 중앙대, 건국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현장에서는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광고전문가로서 꾸준히 활동했다. 지난 40여 년간 그가 남긴 디자인 작품은 1000여 점. 1970년대 이후 국내 대기업들의 CI(Corporate Identity) 붐도 그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쌍용그룹의 CI를 비롯해 대웅제약, 동아그룹, 코오롱그룹, 칠성사이다, 문화방송, 한국전력공사 등의 CI를 만들었다.

▼ 장르와 영역을 뛰어넘어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작업량도 많고요.

“제가 디자인을 시작한 시기만 해도 디자인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었어요. 겨우 참고했던 게 남대문시장에 나온 잡지 정도죠. 그런데 그렇게 앞선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더 쉽게 분야를 개척하고 실천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오히려 혜택을 본 셈이죠.”

▼ 디자인이란 게 결국 창작인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어떻게 해결하나요?

“하하,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르죠. 사람마다 다르고, 젊을 때와 나이 들어서가 또 달라요. 사전에 철저히 계산해서 표현하기도 하지만 어떨 땐 생각이 안 풀려도 그냥 막 시작하면 우연찮게 좋은 작품이 나오기도 하죠. 글쎄… 이 나이가 되면 경험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봐요(웃음).”

▼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게 좋은 디자인이죠. 되도록 단순하면서도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고요. 그리고 시대가 지나도 어울릴 수 있는 것, 요새 자주 등장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디자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

인터뷰 초반 다소 경직된 분위기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자의 물음에 답하던 권 총장은 디자인 이야기가 나오자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목소리와 표정도 활기를 띤다. 그는 디자이너를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와 같은 이야기꾼’이라고 말한다. 세헤라자데가 절체절명의 처지에서도 끊임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내놓아야 하듯, 디자이너 역시 기업의 이윤을 높여야 하는 부담을 가진 채 대중이 좋아하도록 흥미로운 디자인을 끊임없이 내놓아야 한다는 것. 그는 더불어 “디자인이 사회 속에서 탄생하는 만큼 디자이너 역시 사회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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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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