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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다툰 천지인 스토리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로 제작한다”

삼성과 900억 소송 벌인 ‘IT산업의 다윗’ 조관현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삼성과 다툰 천지인 스토리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로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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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소송에 도움 준 대법원 판사 삼성 임원으로 자리 옮겨
  • ● ‘부러진 화살’보다 ‘천지인 스토리’가 더 흥미로울 거예요
  • ● “조관현 씨는 삼성에 찍혀 있다”
  • ● 눈에 불을 켜고 기술 사려는 미국, 밑에 두고 컨트롤하려는 한국
  • ● 천지인보다 더 편리한 훈민자판 출시 준비 중
“삼성과 다툰 천지인  스토리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로 제작한다”
조관현(42) 아이디엔 대표는 혁신가다. 개발자라고 하긴 뭣하다. 스티브 잡스가 그렇듯 엔지니어 백그라운드가 없다. 그는 스스로를 발명가라고 규정한다. ‘한국 IT산업의 다윗’으로 불린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한국인 상당수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IT기기에서 사용하는 한글 입력 시스템 ‘천지인’ 발명자. 그는 ‘한글 초성 검색’(전화번호부 검색 시 ‘홍길동’을 입력하지 않고 ‘ㅎㄱㄷ’만 적어 넣는 방식)을 비롯해 특허 15개를 갖고 있다.

“조관현 씨는 삼성에 찍혀 있다”

“큰 기업과 다툼을 벌이니 대단하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았어요. 대기업과 싸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다, 신상에도 나쁘다는 걸요. 대기업이 저를 테러리스트 보듯 했어요. 얼마 전 삼성 임원 한 분을 만났는데 사안을 잘 알지도 못하는 분이 저한테 피해의식을 갖고 있더군요.”

그가 만난 삼성 임원은 “조관현 씨는 삼성에 찍혀 있다. 한국에서 그게 참 안 좋다. 불리하고, 힘들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조금 황당했어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고요. 형이 영화 쪽에서 일해요. 얼마 전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천지인 스토리’가 ‘부러진 화살’보다 훨씬 재밌겠더라고요. 제 스토리를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로 제작할 겁니다. 뒷얘기가 흥미로운데다 언론사도 관련돼 있어요. 이를테면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삼성과의 소송과 관련해 촬영을 엄청나게 해간 적이 있어요. 재연 장면도 찍고 그랬는데 결국 방송하지 않았습니다. 불방 뒷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는 수줍음 타는 성격인데다 마흔둘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이다. 사석에서 만나면 박사과정 학생쯤으로 여길 얼굴이다.

“글자에 집중을 못해요. 어릴 적 공부머리도 별로였고요.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글을 겨우 깨우쳤어요.”

난독증 비슷한 게 있다고 했다. 책 읽는 게 서툴러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식을 주로 얻는다. 신문 읽는 일도 별로 없다. 천지인을 개발한 것은 1995년 12월 14일 뉴욕대 도서관에서다.

“기말고사 때라 도서관이 상당히 붐볐습니다. 일반 책상이 꽉 차 PC를 올려놓은 테이블에 앉았어요. 책을 올려놓을 수가 없어 삐딱하게 앉아 공부했는데, 컴퓨터 자판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ㅣ,ㆍ, ㅡ 키를 만들어서 필기 순으로 글자를 입력하면 단모음 복모음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느닷없이 든 거예요. ㆍ을 활용하면 정말 편리해지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튿날 도서관에서 훈민정음 관련 책을 찾아봤습니다. 훈민정음해례본을 영어로 번역한 게 있었는데, 천지인이라는 제자(制字) 원리가 담겨 있더군요. 한글 창제 시의 제자 원리인데 점(ㆍ)을 막대기로 바꿔 쓰다 보니 우리가 잊고 산 거죠.ㅣ,ㆍ,ㅡ로 모든 모음의 조합이 가능하게끔 자판을 설계해 1996년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한글은 IT 기기에서 문장을 빠른 속도로 입력하는 데 최적화한 문자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모음에 천지인을 도입한 선조 덕분이라면서 웃었다.

천지인을 개발한 1995년 12월 14일부터 ‘오늘’까지 그가 겪은 일은 최근 한국을 달구는 혁신, 창조력 관련 논쟁에서 뜻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정치권을 기웃거리기 전인 2011년 3월 한 언론사가 마련한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삼성이나 SK, LG는 자기들한테만 납품하도록 조건을 묶어버립니다. 한국 시장이 작다고 하는데, 아니에요. 세계에서 십 몇 위 되는 시장을 가졌는데, 삼성동물원에 갇혀 있으니까 너무 작아지는 겁니다. 크지도 못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

안 원장은 이런 말도 했다.

“미국 예로 들면 포레스터가 생기고, 마이스페이스가 포레스터를 제치고 1위가 됐는데, 페이스북이 나오면서 1위가 바뀌었습니다. 절대강자 구글도 빙(마이크로소프트)이 위세를 떨치자 검색 알고리즘을 재정비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거든요. 과보호석에서 그냥 편하게 1등하는 게 아니고 실력으로 1위를 유지하죠. 그게 건강한 생태계입니다. 한국에선 편하게 1등하고, 이익 챙기고, 노력 안 하고, 몇 년 지나 외부에서 들어온 적 때문에 기반이 흔들려서 나라 전체가 살기 힘들어지는 구조가 반복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안 원장의 인식이 타당하다면 조 대표는 ‘세상 물정 모르고’ 동물원 밖에서 살려고 했다. 그러면서 8년(2002~09년) 가까이 소송하면서 보냈다. 삼성과 이른바 ‘900억 소송’(휴대전화 3000만 대×1대당 사용료 3000원)을 벌인 것이다. 이 소송의 결말을 아는 사람은 당사자들을 제외하곤 없다. 양쪽이 합의하면서 관련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해서다.

‘아디이엔’은 ‘한글 스마트 주소’ 특허를 바탕으로 사업하는 곳이다. 한국 방송사 콘텐츠를 IPTV 방식으로 미국에서 방영하는 NTV라는 기업도 경영한다. 포스코가 하던 사업을 인수한 것이다. 창업한 첫 회사는 1999년 미국인 친구들과 함께 만든 ‘글로벌데스크톱’이란 이름의 클라우딩 서비스 회사다. 최근 클라우딩 컴퓨팅이 각광받고 있으니 선구자적 아이디어를 가졌던 셈이다. 클라우딩은 PC 또는 개개의 서버가 대규모의 컴퓨터 집합(cloud·구름)으로 옮겨가 개인 소유 PC의 하드디스크에 소프트웨어나 자료를 담아놓지 않더라도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프로그램과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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