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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노무현 정부 ‘마지막 1년’에 바란다

‘승부수’로 뒤집으려 말고 ‘자연’으로 돌아가라

  •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parkp@snu.ac.kr

노무현 정부 ‘마지막 1년’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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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까지 ‘이기는 법’만 배웠을 뿐 ‘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대선후보가 될 때도, 탄핵 때도 그랬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승리의 귀재’가 됐다. 그것이 바로 비극의 원천이다. ‘실패학’을 모르니 지고 나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 비극을 끝장내려면 여당에도 지고 야당에도 지며 언론이나 국민에게도 굴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길이 열린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1년’에 바란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국정을 주도해온 ‘노무현호(號)’의 여정을 되돌아보면,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함으로써 자수성가한 사람의 일대기보다는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자신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며 결투를 신청하는 다혈질의 투사를 다룬 드라마가 떠오른다.

반전과 역전, 온라인 말싸움이 아니면 오프라인 말싸움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던 ‘소요의 정치’, 정상과는 거리가 먼 ‘파격의 정치’였기 때문일까. 물론 주연과 관객이 분리된 드라마였다면 관객으로서는 손에 땀을 쥐는 한이 있더라도 즐겁게 구경했겠지만, 문제는 관객인 국민이 주연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조연의 신세였다는 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이라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유시유종(有始有終)’의 경구를 좌우명으로 삼아 ‘성찰의 정치’를 펴야 할 때다. 그럼에도 지지율 8%의 대통령과 지지율 9%의 열린우리당이 통합신당 문제를 놓고 요란하게 다투는 행태를 보면, 만길 낭떠러지를 아래에 두고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좋은 터’를 잡겠다며 용호상박의 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니, 결코 아름답지 않다.

새로운 ‘被통치학’ 요구한 ‘서러운 대통령’

“좀 조용히 해!” 교실 안이 소란스러울 때 선생님이 교탁을 치면서 하는 소리다. 지금 영락없이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로 전락한 국민이 노 정권에 대해 하고 싶은 소리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정당정치든 서신정치든, 당을 깨든 당을 지키든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좀 조용히 할 수 없겠니?” 이 주문이야말로 노 정권이 남은 1년 동안 화두로 삼아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의 집권행태 가운데 뇌리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것은 울분과 격정을 쉴 새 없이 토해내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상대가 언론이건 강남사람들이건, 대통령은 언제나 서러웠다. 하도 서러움과 격정의 토로가 잦으니, 혹시 그것이 권력의 특권이며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러움과 회한을 권력의 본질이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민주권력이란 설득과 소통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되어 있는 것인데, 울분을 쏟아놓으면 카타르시스가 되는지, 아니면 동조자를 결속할 수 있다고 믿는지, 유달리 노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일이 반대에 부딪히거나 자신의 정책이 실패해서 역효과를 낳을 때 억울함을 느꼈고 서러움을 주체하지 못했다. 권토중래한 노 대통령과 주변의 386 사람들이 승자의 미소를 짓기보다 서러움을 곱씹었다는 것은 좀처럼 풀기 어려운 미스터리인데, 문득 바위고개 언덕을 넘으면서 ‘10년간의 머슴살이’가 서러워 진달래꽃 한 아름 안고 눈물짓던 옛사람이 생각난다.

대통령의 직분이나 권력을 고역보다 영광으로 여기는 사람은 누구나 대통령이 되고 권력을 잡게 되면 그 순간부터 일생 동안 사무친 응어리와 한이 봄볕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보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 오히려 더 박해를 받고 있다는 의식이 강해진 것 같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오르지 않는 지지율을 생각하며 눈물 흘린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언제 한번이라도 대통령이라고 인정해본 적이 있느냐”며 비판적 언론을 향하여 절규했다. 그동안 ‘프로정치’보다 ‘아마추어정치’, ‘현장정치’보다 ‘서신정치’, ‘민생정치’보다 ‘코드정치’에 힘을 쏟아온 노 정권에 비판과 비난이 쇄도했다. 그를 지지하던 진보진영조차 노 대통령의 실패가 진보의 실패로 이어진다며 아우성쳤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국민과 언론, 야당의 충고나 비판을 ‘만인지상(萬人之上)의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감수해야 할 직무상의 양약(良藥)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진정성을 가진 개인 노무현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간주해 분노를 느끼고 괴로워하면서 더욱 폐쇄적이 되었다. 그와 더불어 권력을 공유한 386 참모들도 한(恨)과 서러움에 복받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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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parkp@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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