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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주의 감사·수사가 방산 발전 걸림돌

  •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실적주의 감사·수사가 방산 발전 걸림돌

  • ● ‘부실’을 ‘비리’로 단죄하는 감사원과 검찰
    ● 방사청 선(先)제재에 신음하는 업체들
    ● 사소한 비리로 사업 전체 매도 말아야
    ● 방산 개혁 출발점은 규제 개혁
유럽에 수출된 K-9 자주포.(왼쪽) ‘깡통 헬기’ 논란에 휩싸였던 수리온 헬기. 군 안팎에서는 감사원의 과도한 감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동아DB]

유럽에 수출된 K-9 자주포.(왼쪽) ‘깡통 헬기’ 논란에 휩싸였던 수리온 헬기. 군 안팎에서는 감사원의 과도한 감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동아DB]

# 4월 1일 대법원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방위산업(방산) 비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회장의 죄목은 납품 사기. 1000억 원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를 도입하면서 원가를 부풀려 부당이익 500여억 원을 챙겼다는 혐의였다. 

# 2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간부 3명의 방산 관련 사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항공기 장비 원가를 부풀려 차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3명 중 2명은 집행유예, 1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 2월 1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해상작전헬기 사업 비리로 구속된 해군 장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의 죄목은 허위 공문서 작성. 시험평가서를 조작했다는 혐의였다. 

# 지난해 12월 15일 현궁 납품 비리에 연루된 연구원 3명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보병용 대전차 유도 무기인 현궁은 LIG넥스원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동 개발했다. 이들은 사기 미수,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말 많고 탈 많던 방산비리 수사의 초라한 성적표다. 수많은 방산 비리 중 일부 무죄 사례만 골라서 부각한 게 아니다. 무혐의로 처리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 비교적 최근 사례만 나열했을 뿐이다. 

국방권익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방산비리 수사 사건 무죄율은 일반 형사사건의 10배 가까이 된다. 2011~2017년 7년간 검찰이 주요 방산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한 34명 중 13명이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분석 대상은 통영함 납품 비리 등 언론에 크게 보도됐던 8개 사업. 기간을 올해 4월까지 늘리면 36명 중 16명이다. 구속 후 무죄율이 44.4%에 달한다. 

방산비리 수사는 흥행 면에서는 대성공이었다. 검찰이 터뜨리면 언론은 퍼뜨리고 키웠다. 방산업계는 하루아침에 비리 집단으로 내몰리며 치명상을 입었다. 많은 방산 관련 회사가 문을 닫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실체와 상관없이 국민의 머릿속에 ‘방산=비리’로 인식됐다. 

방산 전문가들은 “부실과 비리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적에 지나치게 집착한 탓이기도 했다. 그렇긴 해도 대대적인 수사는 역설적으로 한국 방산의 취약점과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방산비리 수사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한국 방산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방산 비리와 개인 비리 구분해야

방산비리 수사가 ‘국민적 수사’로 조명받은 것은 박근혜 정부 때다. 2014년 11월 검찰이 주도하고 군검찰이 협조하는 민군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합수단은 이듬해 7월 77명을 기소하면서 방산비리 액수를 1조 원대라고 발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치 1조 원대 비리를 적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조 원은 비리 금액이 아니다. 합수단이 칼을 들이댄 11개 사업의 총 사업비를 합친 금액이다. ‘실적 부풀리기’라는 비판이 나올 만했다. 

사업비가 가장 큰 해군 해상작전헬기부터 살펴보자.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추진된 이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총 1조3000억 원. 2020년까지 1차분 8대, 2차분 12대, 총 20대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이 중 합수단이 문제 삼은 1차분 헬기 도입 사업비는 5900억 원. 

합수단은 1차 기종으로 영국제 와일드 캣(AW-159)이 선정되는 과정에 시험평가서 조작 등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역 및 예비역 장교 6명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불량품’으로 낙인찍혔던 와일드 캣은 2016년 현지수락검사를 통과해 4대씩 2회에 걸쳐 도입됐다. 현재 해군에서 정상 운용 중이다. 

비리 규모 면에서 두 번째로 큰 사업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도입이다. 합수단이 발표한 비리 금액은 1100억 원. 이 사건은 납품 사기로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과 연예인 클라라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 회장의 사기 혐의는 기소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장사꾼이 이윤을 많이 남긴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느냐는 의문이었다. 

합수단은 뇌물 사건에서도 뇌물 액수가 아닌, 사업비 전체를 비리 금액으로 산정했다. 2014년 11월 현역 장교 2명이 통영함과 소해함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납품업체로부터 5억 원대 뇌물을 받고 서류를 변조한 혐의였다. 하지만 합수단이 발표한 두 사업 관련 비리 액수는 672억 원. 음파탐지기 등 두 함정의 장비 납품가를 합산한 금액이었다. 

1조 원엔 방탄복 사업 비리 금액도 포함됐다. 수사 당시 언론은 ‘뚫리는 방탄복’이라고 요란하게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합수단 수사는 2012년 감사원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는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었다. 북한군의 구형 소총(AK-47)에 맞춰 제작한 방탄복을 신형 소총(AK-74)으로 시험했기 때문이다. 우리 군에 보급된 방탄복은 단일 제품이 아니다. 군은 납품 시기와 성능이 다른 여러 종류의 방탄복을 혼용하면서 순차적으로 교체한다. 

합수단은 납품업체 대표 등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불량 방탄복을 납품해 13억여 원을 챙긴 혐의였다. 지난해 9월 이들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된 현역 장교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예나 지금이나 대형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거물급 구속에 집착한다. 물론 실적 때문이다. 합수단은 전직 해군 참모총장 3명을 기소했다. 그중 황기철 전 총장은 현직에서 물러난 후 구속됐다. 

그런데 3명 모두 방산비리와 관련해선 무죄판결을 받았다. 특히 통영함 납품 비리로 기소된 황 전 총장이 1~3심까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방산비리 수사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에 연루된 최윤희 전 총장의 경우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정옥근 전 총장은 대법원에서 통영함 납품 비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 방산비리 수사 당시 합수단과 접촉했던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의 증언이 흥미롭다. 

“방산비리 수사 초기 내가 만난 검찰 관계자는 ‘고위층이 관련된 방산비리 수사 성과를 청와대에 빨리 보여줘야 한다. 현역이든 예비역이든 최소한 대장급 3명 이상은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방산비리를 다룬 영화 ‘일급기밀’(올해 1월 개봉)의 실제 모델. 2009년 현직 장교 신분으로 MBC ‘PD수첩’에 출연해 해군 납품 비리를 폭로한 후 옷을 벗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서 방산 관련 업무를 보다 2016년 국방권익연구소를 차렸다.


이중 삼중 규제와 감시

지난해 10월 13일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한 전제국 방위사업청장(맨 왼쪽). [동아DB]

지난해 10월 13일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한 전제국 방위사업청장(맨 왼쪽). [동아DB]

방산업계 사람들은 ‘방산비리’라는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다. 방산업체 비리와 군납업체, 무역대리점(오퍼상) 등의 비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산비리와 개인 비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방산업체는 정부가 지정한다. 2018년 5월 현재 100개 안팎 업체가 등록돼 있다.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에 대해 법원은 방산비리를 인정하지 않는 대신 공금 횡령과 세금 포탈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정옥근 전 총장도 개인 비리인 제3자 뇌물수수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방산업체들은 방산비리 수사에 불만이 많다. 합수단이 주요 실적으로 내세운 비리 사업은 대부분 국내 방산업체와 관계없다는 항변이다. 실제로 대표적 방산비리 사례로 거론되는 해군 해상작전헬기,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통영함 음파탐지기 등은 모두 해외에서 도입한 무기나 장비다. 

지난해 12월 중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방산비리 수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현궁 사업 비리 관련자들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였다. 청원인은 “해외 도입 장비에 대한 수사는 실적 내기가 어려워서인지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한 실적 내기 감사와 수사가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방산은 특수사업이다. 유일한 고객이 국가다. 국가를 대표해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업체와 계약을 맺어 각 군에 공급한다. 방산업체로 지정되지 않으면 아예 입찰할 자격이 없다. 따라서 갑을 관계가 명확하다. 

방산은 국가 사업이다 보니 이중 삼중으로 규제를 받는다. 방사청은 구매기관이자 감독기관이다. 감사원은 방사청에 대한 감사를 통해 사업 적절성을 따진다. 방사청에 감사 결과를 통보하고 필요한 경우 검찰에 고발한다. 검찰은 자체적으로도 수사의 칼을 휘두른다. 

방산비리에 대한 방사청의 제재는 매우 엄격한 편이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로 사업이 중단되면 해당 업체의 이행보증금을 몰수한다. 이행보증금은 계약금액(사업비)의 10%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계약이 해지된다. 업체는 사업비를 받지 못하거나 선(先)지급금을 토해내야 한다. 

방사청 법률지원팀장을 지낸 이명현 변호사는 “방사청이 잘못된 검찰 수사에 휘둘리면 업체만 죽어난다”고 방사청과 검찰을 싸잡아 비판했다. 

“방사청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사업을 중단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비리 의혹이 제기된 업체에 계속 사업을 맡기는 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속 후) 무죄율이 40%를 넘는다면, 이건 수사가 아니다. 잘못된 수사에 따른 업체의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비리 업체는 방사청으로부터 부정당 제재를 당한다. 부정당 제재는 말 그대로 부정한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제재 사유로는 뇌물 수수, 사기, 서류 조작, 입찰 담합, 계약 불이행, 하도급 위반, 원가 부정 등이 있다. 부정당업체는 신규 사업에 입찰하는 데 제한을 받는다. 제재 기간에는 선금, 착수금 및 중도금을 못 받는다. 

지체상금(遲滯償金)도 강력한 제재 수단 중 하나다. 계약 기간 내 사업을 끝내지 못한 경우 업체가 벌금 성격으로 내야 하는 돈이다. 최근 관련 규정을 바꾸기 전까지 1일 지체상금이 계약금액의 0.15%였다. 1년이면 자그마치 54%에 달했다. 업계의 원성이 높아지자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지체상금 비율을 0.15%에서 0.075%로 낮췄다.


하자를 비리로 몰아서야…

대우조선해양은 통영함 납기 지연과 관련해 1000억 원대 지체상금을 놓고 정부와 소송 중이다. 납기를 맞추지 못한 주된 이유는 해군이 일부 장비 성능을 문제 삼아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 이 중 방산비리 수사 당시 납품 비리가 드러난 음파탐지기와 수중무인탐색기는 관급 장비였다. 즉, 도입 주체가 방사청이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정부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결정한 지체상금은 277억여 원. 통영함 사업비는 1600억 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항소했다. 

총기 제작업체 S&T모티브도 지체상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이 회사가 복합소총 K–11에 대한 지체상금으로 내야 할 돈은 1000억 원대에 육박한다. K-11을 제때 납품하지 못한 것은 핵심 부품인 사격통제장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 사격통제장치는 협력업체가 납품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S&T모티브에 지체상금을 물렸다. 

지체상금은 오랫동안 논란거리였다.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에 적용하는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국외 조달의 경우 한도(상한제)가 있다. 계약금액의 10% 이내다. 반면 국내 업체는 무제한이다. ‘차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방사청은 2016년 3월 관련 규정을 바꿨다. 국내 업체에 대해서도 연구개발에 한해 10%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연구개발은 성공 확률이 5% 안팎이다. 해외 명품 무기도 몇 차례 실패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런데 우리는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요구한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비리라면서 책임을 추궁한다. 이런 풍토에서 어느 업체가 애써 기술 개발에 투자하려 들겠나. 외국 것 갖다 쓰지. 수리온도 별문제 없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나. 물 새는 건 고치면 된다. 그게 무슨 비리냐. 하자를 비리로 몰아붙이면 국산 무기를 개발할 수 없다.”(이명현 변호사) 

지난해 국산 헬기 수리온은 ‘깡통 헬기’ 논란에 휩싸였다. 본체에 빗물이 새고 결빙 현상이 발견됐다는 감사 결과 때문이다. 감사원은 수리온의 성능과 안전성을 문제 삼으며 전력화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감사 내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서 수리온은 기사회생했다. 

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방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방사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실적주의와 전문성 부족을 질타했다. 해외 무기에 비해 과도한 검증 잣대를 들이댄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


“계약 후 원가 검증은 위법 소지”

방사청이나 감사원에서 적발하는 방산비리 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원가 부정이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모든 방산비리는 원가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 일반 제품의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방산 물자의 가격은 원가로 산정한다. 원가는 업체가 방사청에 신고한 가격이다. 업체는 실발생 비용을 기준으로 원가를 책정한다. 

방위사업관리규정 제560조에 따르면 원가 부정은 ▲원가 자료를 조작하거나 고의로 누락해 제출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와의 공동 모의, 이면계약 등을 통해 원가 자료를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해 제출하는 행위다. 방사청은 신고한 원가를 검증해 부정이 확인되면 그 금액만큼 부당이익으로 간주해 환수한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가산금까지 물린다. 

‘방위사업청장은 방산업체, 일반 업체, 방위산업과 관련 없는 일반 업체, 전문연구기관 또는 일반 연구기관이 허위 그밖에 부정한 내용의 원가 계산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여 부당이득을 얻은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당이득금과 부당이득금의 2배 이내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환수하여야 한다.’(방위사업법 제58조 ‘부당이득의 환수’) 

김 소장은 “계약 후 원가 검증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 물자 구매는 경쟁을 통해 최저가로 계약한다.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방산의 경우 최저가로 낙찰받아 계약한 후에도 원가를 검증받아야 한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확정계약일 경우 사후 원가 검증이 없다. 오로지 방사청만 그렇게 한다. 계약이라는 건 당사자 간 합의다. 확정된 계약임에도 원가를 검증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김 소장이 논거로 삼는 것은 국가계약법. 2012년 기획재정부는 ‘확정계약의 재정산 및 부정당업자 제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낙찰액을 계약금액으로 이행토록 하는 확정계약서에서는 사후 정산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확정계약으로 체결된 용역계약에서 계약대상자가 산출내역서에 따라 지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대가 지급 시 정산하거나 대가 지급 후 재정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부정당업자 제재도 가능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수출가보다 비싸니 비리?

2014년 11월 서울 삼청동 감사원 제1별관에서 ‘방산비리 특별감사단‘이 출범했다. [동아DB]

2014년 11월 서울 삼청동 감사원 제1별관에서 ‘방산비리 특별감사단‘이 출범했다. [동아DB]

방사청 원가관리자문위원을 지낸 조인형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방사청과 업체의 원가 분쟁에 대해 “방사청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방산의 특수성을 인정해 일반 계약과 달리 보는 면이 있다. 확정계약을 했더라도 이후 원가 부정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제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원가 검증은 종종 논란이 된다. 예컨대 업체가 비용 절감으로 이윤을 낸 것까지 비리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래 신고한 비용에 맞춰서만 납품해야 한다는 건 부당한 면이 있다. 방사청도 사후에 이런저런 이유로 감액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찰은 KAI의 경영 비리를 수사했다. 직원들에 대한 기소 사유 중엔 원가 비리와 관련된 혐의도 포함됐다. 고등훈련기 T-50 등 군수장비 부품 원가를 부풀려 29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혐의였다. KAI는 T-50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했다. 그런데 수출 가격이 한국 공군에 넘긴 가격보다 쌌다. 방산용과 수출용에 이중 가격을 적용했으니 사기라는 게 검찰 논리였다. 

지난 2월 법원은 이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외 공급업체는 다른 가격을 적용할 이유가 있다”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수출가격을 위조한 원가 자료를 방사청에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는 유죄로 판단했다. 

2015년 감사원은 KAI가 원가계산서를 허위로 꾸며 547억 원을 부당하게 챙겼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부당이득을 환수한다며 KAI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KAI는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수리온 개발에 들어간 투자금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이었다. 지난해 10월 KAI는 1심에서 승소했다. 

그에 앞서 검찰은 하성용 당시 KAI 사장을 분식회계,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방산비리가 아니라 개인 비리였다. 하지만 방산비리 업체로 낙인찍힌 KAI는 큰 타격을 받았다. 당장 T-50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의 차기 고등훈련기(APT) 수주 사업도 불투명해졌다. 

국방권익연구소에 따르면 2011~2017년 7년간 방사청은 민사소송에서 자주 졌다. 패소율이 36%다. 총 220건 중 소송이 끝난 사건은 141건. 그중 51건에서 패소했다. 금액 기준으로 50% 이상 부분승소는 승소로, 반대인 경우는 패소로 판단했다. 

방사청이 업체들에 청구한 금액은 9557억 원. 그중 국고 환수 처분 금액은 5010억 원이다. 그런데 패소로 인해 환수 후 반환한 금액이 2787억 원에 달한다. 패소에 따른 이자 지급 비용만 320억 원이다. 또한 행정소송 패소율은 28%다. 총 123건 중 84건이 완료됐는데, 그중 24건에서 패소했다. 

김영수 소장이 지적하는 선(先)조치의 문제점이다. 

“판결 전 환수를 당한 업체들은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납품 중단에 따른 직접적 피해 외에 변호사비를 비롯한 재판 비용, 금융 비용, 보증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한다.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재판이 끝나기 전 폐업하는 업체도 많다. 방사청의 무분별한 선조치는 국가에도 피해를 안긴다. 패소하면 환수금을 돌려주고 이자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감사와 수사는 때로 죽음을 부른다. 대전차 유도 무기 현궁 사업에 대한 감사가 대표적 사례다. 감사원은 연구원들이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일부 장비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업체 연구원 한 명이 수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허위 문서 작성은 단순 착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는 종종 감사 결과에 반발하지만 역부족이다. 일단 논란이 되면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적 사례로는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 사업이 꼽힌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시험평가 조작 등을 적발한 감사결과를 방사청에 통보했다. 방사청은 그해 11월 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제작업체인 LIG넥스원은 억울해한다. 감사원이 평가 위탁업체(전자파연구소)의 단순한 문서 오기를 비리로 단정했다는 것이다. 이울러 일부 항목의 기준 미달을 문제 삼아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부당하며, 개발업체의 책임과 부담을 전제로 최종 운용시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사청의 행정편의주의

차기 중적외선 섬광탄 체계개발 사업도 같은 시기에 중단됐다. 역시 감사원 감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사업은 2016년 군의 부적합한 작전요구성능(ROC)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2012년부터 이 사업에 투자한 풍산은 감사원이 성능을 문제 삼은 데 대해 “시험 방법상의 문제”라며 “재시험을 통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풍산이 개발한 섬광탄은 고속기용과 저속기용 두 종류다. 고속기용은 기만성능 입증시험을 통과한 반면 저속기용은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중적외선 섬광탄을 해외 구매로 돌리면 유도탄 발전과 관련된 고급 기술 확보를 포기하는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두 사업의 중단에 대해 전력화 지연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됐다. 장비 성능이나 사업 진행 과정에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해서 아예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방사청은 두 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재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3월 19일 국회에서 ‘방위산업 민관상생협력 간담회’가 열렸다. 김학용 국방위원장(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서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주요 방산업체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방사청에 규제 개혁을 요구했다. 

가장 큰 민원은 지체상금 상한제 확대. 현재 연구개발에만 적용되는 10% 상한제를 초도 생산에까지 확대 적용해달라는 요구다. 법 개정 시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소급 적용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업계는 또 성실수행인정제도 확대도 건의했다. 이는 무기체계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성실성이 인정되면 제재 등을 감면하는 제도다. 김영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진화적 개발 방식’을 거론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성능을 요구할 게 아니라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일단 전력화한 후 기술 발전에 맞춰 성능을 개량해가자는 것이다. 이 같은 요청에 대해 전제국 방사청장은 적극적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감사원과 검찰 및 방사청은 투명한 방산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이 컸다. 하지만 실적주의에 매몰된 과잉 감사와 수사는 방산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방사청의 과도한 규제와 제재도 마찬가지다. 이를 방사청의 행정편의주의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감사 결과대로 처분하지 않을 경우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제재부터 한다는 것이다. 

방산업계는 방사청이 명실상부한 독립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감사를 받든 수사를 받든 사업 진행 여부는 결국 방사청의 결정에 달렸기 때문이다. 김영수 소장은 “방사청이 감사원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해야 진정한 방산 개혁과 발전이 가능하다”며 “오로지 국익과 국민 두 기준으로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가 분쟁 사례 1
고의 아닌 착오도 원가 부정으로 간주
2013년 한화디펜스(두산DST 후신)는 방사청과 장갑차 외주정비 등 6건을 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2년. 이때 광학장비를 만드는 방산업체 이오시스템이 협력업체로 합류했다. 이오시스템은 한화디펜스에 잠망경 등 부품을 공급했다. 

2016년 방사청은 이오시스템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3개월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제재 사유는 원가 부정. 이오시스템은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은 이오시스템의 손을 들어줬다. 입찰 제한을 취소하라는 판결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오시스템의 원가 부정은 고의가 아니라 착오였다. 이오시스템은 원가 산정 시 중소기업 가산율을 중복 적용했다. 방사청은 그만큼 이윤을 더 냈다며 부당이득금 환수, 가산금 부과, 이익 삭감 등 제재 조치를 했다. 주(主) 계약업체인 한화디펜스도 같은 제재를 받았다. 재판부는 “착오로 잘못 기재한 것을 허위 서류 제출로 볼 수 없고, 중복 적용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계약을 체결한 방사청의 책임이 크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방사청의 항소를 기각했다. 

방사청이 한화디펜스로부터 환수한 부당이득금과 가산금은 각각 1400만 원, 700만 원. 그런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후속 제재에 따른 손실이 훨씬 컸던 것이다. 이른바 경영노력보상점수 감점에 따른 이익 삭감이었다. 경영노력보상액은 총 원가에 경영노력보상률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방사청은 한화디펜스의 경영노력보상점수를 20점 깎았다. 20점을 감점하면 총 원가의 2%에 해당하는 이윤이 감소된다. 제재 기간은 3년. 향후 3년간 한화디펜스가 진행하는 모든 사업에 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한화디펜스의 손실액은 부당이득금의 3400배인 474억 원으로 예상됐다. 이오시스템의 추정 손실액은 18억 원.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6월 권익위에 민원을 냈다. 경영노력보상률을 낮춘 방사청의 제재가 부당하니 시정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방사청은 “경영노력보상 이윤은 업체의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 성격의 보상이지 업체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해 11월 권익위는 방사청에 재심의 및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방사청은 제재를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한화디펜스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방사청의 이윤 삭감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원가 분쟁 사례 2
비용 절감으로 원가 낮춘 것도 죄?
원가 검증은 방산물자 계약 자격이 있는 방산업체에만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효력이 방산업체가 아닌 협력업체에까지 미친다. 협력업체의 원가 비리가 발견되면 주 계약업체가 제재를 받는다. 주 계약업체는 협력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광성마이크로텍은 2008년부터 한화테크윈(삼성테크윈 후신)에 자주포 K-9의 핵심 부품인 전원공급 장치를 공급했다. 이 회사는 한화테크윈의 2차 협력업체였다. 방사청과 계약한 한화테크윈이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삼성탈레스, 한화탈레스 후신)에 하도급을 주고, 한화시스템이 광성마이크로텍과 납품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2011년엔 한화시스템이 원청업체로서 광성마이크로텍과 계약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K-9 주문량이 늘었다. 광성마이크로텍은 일부 단순 작업(코일 감기)을 다른 업체에 맡겼다. 외주를 준 셈이다. 그 결과 제작비를 줄여 이윤을 더 낼 수 있었다. 2016년 누군가 이를 권익위에 원가 비리라고 제보했다. 권익위는 경찰로 이첩했다. 경찰 수사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원가 부정으로 간주했다. 바뀐 납품 단가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납품할 부품을 협력업체(광성마이크로텍)가 전적으로 제작한다는 계약 내용을 위반한 점도 문제 삼았다. 

방사청은 계약업체인 한화테크윈과 한화시스템에 책임을 물었다. 지난해 7월 원가 부정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하고, 가산금을 물렸다. 경영노력보상률에 해당하는 이윤 2%도 삭감했다. 향후 2년간 진행하는 모든 사업에서 총 원가의 2%를 감액하는 조치였다. 한화테크윈은 부정당업체로 지정돼 입찰 제한도 받게 됐다. 두 회사는 광성마이크로텍에 부당이득금과 가산금 납부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비용을 절감한 업체를 비리 업체로 내몬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비용 절감으로 원가를 낮출수록 업체가 손해를 본다. 방사청 결정은 무조건 정해진 가격에 맞춰 납품하고, 비용 절감에 따른 이익은 국가에 반납하라는 얘기다. 확정계약임에도 사후 비용 절감분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비리라고 할 수 있나. 원청-하도급업체 두 사기업 간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방산업체가 방사청을 상대로 소송하기란 쉽지 않다. 군소업체는 엄두를 못 낸다. 소송비 등 법적 비용도 만만찮지만, 괘씸죄에 걸릴까 싶어 꺼리게 되는 것이다. 

한화테크윈과 한화시스템은 광성마이크로텍 사건과 관련해 방사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부당이득금 환수와 가산금 부과 및 이윤 2% 삭감이 부당하니 철회해달라는 소송이다. 한화테크윈은 부정당 제재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도 냈다.


신동아 2018년 6월 호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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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주의 감사·수사가 방산 발전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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