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플랫폼 시대, 금융 서비스 어떻게 달라지나
장례식장 어딘지만 알면 부의금 바로 보낼 수 있어
누적된 개인 금융정보, 재테크에 ‘득’
시중은행+핀테크, 협업과 융합 ‘활발’
#1. 조문/문상
때마침 출장에 동행한 협력업체 직원으로부터 조문 전용 모바일 앱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앱을 내려받았다. 장례식장 정보를 입력하니 상주가 누군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앱을 통해 조문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 진심 어린 위로와 함께 부의금을 바로 송금할 수 있었다.
#2. 회비관리
아름 양은 이 앱에 총무용 회비 계좌를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동아리 회원들에게 회비를 청구하고, 수납 관리 및 지출 내역을 알려줄 수 있었다. 아름 양은 요즘 동아리 내에서 스마트한 총무로 부각되고 있다.
#3. 자산관리
그러나 얼마 전 ‘금융정보통합조회용 앱 회원가입’ SNS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금 사장의 아침 풍경이 달라졌다. 앱 로그인만으로 여러 은행에 흩어져 있는 계좌 입출금 내역과 잔액을 한 번에 조회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더해 누적된 금융거래 정보를 토대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금융상품을 추천받으며 ‘재테크의 달인’에 도전하고자 한다.
#4. 해외송금
위에 열거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고객의 맥락(Context)’이 고려된 금융 융합 서비스라는 점이다. 나달수 과장은 부의금 송금 니즈를, 오아람 양은 총무로서 모임 회비 운영과 금융거래 내역 조회 니즈를, 금 사장은 통합 금융정보 조회·활용 니즈를, 아흐멧 씨는 급여이체와 관련한 해외 송금 니즈를 각각 갖고 있었다. 이들은 새로 등장한, 하나의 서비스 내에서 자신의 금융 니즈를 매끄럽게(Seamless) 해소할 수 있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을 ‘이해하는’ 금융 서비스의 출현. 이는 전에 없던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면서 금융 서비스 고도화를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 융합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그 답은 ‘오픈 플랫폼’에 있다.
고객의 ‘맥락’ 고려하는 금융 서비스
농협NH은행은 2015년 ‘NH핀테크혁신센터’를 열고 일찌감치 금융권 오픈 플랫폼 운영에 적극 나섰다. 현재까지 20여 개 핀테크 스타트업과 활발한 협업을 벌이며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이 같은 오픈 플랫폼이 금융 부문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체, 조회, 투자, 자산관리 등 금융의 핵심 기능이 API 형태로 모듈화돼 공개되면서, 신기술을 보유했거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핀테크 기업이 한결 손쉽게 금융 기능을 접목한 혁신적 융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오픈 플랫폼은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요한 금융 키워드로 부상했다.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미국 굴지의 금융 회사들이 수년 전부터 자사 API를 공개하며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적극 모색하는가 하면, 유럽연합(EU)에서는 2018년 1월 유럽은행감독청(EBA)의 PSDⅡ(Payment Services Directive Ⅱ) 시행으로 금융회사가 보유 중인 금융 정보를 고객 동의하에 제3자(Third Party Providers)에게 제공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우리나라도 2015년 7월 금융위원회의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방안’ 발표를 기점으로 활발한 민관 협력을 통해 오픈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6년 8월부터 은행 및 증권 부문의 금융권 공동 오픈 플랫폼이 개통돼 운영 중인 한편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의 금융 기능을 아우르는 금융회사 차원의 개별 오픈 플랫폼 도입 또한 증가 추세에 있다.
앞선 공동 오픈 플랫폼이 표준화된 전산 스펙을 제공함으로써 효율적인 개발을 지원하고 다양한 참가 은행의 고객까지 아우를 수 있는 범용성을 가진 반면, 개별 오픈 플랫폼은 좀 더 커스터마이징된 특화 API를 제공해 핀테크 기업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이 운영 중인 은행권 공동 오픈 플랫폼은 금융의 핵심 기능인 출금, 입금, 잔액조회, 거래내역조회, 계좌실명조회 API 등을 제공한다. 앞서 소개한 네 가지 서비스 사례가 이 공동 오픈 플랫폼을 활용한 산물이다.
한편 정부 주도의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정책 지원 기조는 오픈 플랫폼 시대의 주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 수요 창출 기회
금융위원회는 2017년 6월 금융거래정보 제3자 제공 동의 방법을 추가하는 금융실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핀테크 기업의 오픈 플랫폼 이용 편의성을 제고했다. 2018년 3월에는 오픈 플랫폼 활성화를 포함하는 ‘핀테크 혁신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핀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특례 제도화를 위해 입법 발의된 ‘금융혁신지원특별법’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이러한 기조 속에서 금융회사들은 핀테크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혁신기술을 내재화하고, 새로운 고객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동반성장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회사 차원에서 핀테크 랩을 개설해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와 멘토링 등 육성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금융권 공동 오픈 플랫폼 및 개별 오픈 플랫폼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례로 NH농협은행은 2015년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NH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출범시키면서 현재까지 20여 개 핀테크 스타트업과 활발한 협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간편결제, P2P금융, 크라우드펀딩, 자산관리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 영역에서 150만 건이 넘는 거래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지난해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이러한 노력을 높이 사 NH농협은행에 ‘핀테크 산업발전 감사패’를 수여했다.
금융계 오픈 플랫폼은 순풍을 탔다. 금융 서비스의 공급자가 다변화되고, 이종(異種) 산업 간 융합 시너지가 극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금융 소비자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