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호

시마당

시냇가 시냇물에 넣어줘야 해

  • | 박라연

    입력2018-06-13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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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 저렇게 매혹적인 결혼식도 있네!

    신부 치엔 진 낭자와 신랑 서 한1) 도령의 이미지를
    하객의 자격으로
    무한정 먹고 마실 수 있는 이 떨림

    저런 눈빛과 미소는 저런 걸음걸이와 인사는
    분명 나와는 초면이라서
    더 이상은 먹고 마실 수 없어서 호주머니와 구두
    가방에 넣어봅니다.
    오늘 만난 눈매와 향기와 목소리와 걸음걸이들을
    누군가의 침실과 식탁과 서재에 넣어줄까 해요

    어둠을 지우려고 자꾸자꾸 환하게 피어날까요?
    내 가방과 원고지에서도 무사히 피어나게 될까요?

    담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나 가득 넣어서 돌아오는데
    성미 급한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마구 피어나
    저를 덮어버렸습니다.



    우선 백합과 수국과 흰 장미를 꺾어들고
    서둘러 기차를 탔습니다

    오늘의 이 아름답게 떨리는 저의 심장을 물의 심장에게
    이어주려고
    간이역에서 내립니다

    작은 시냇가 시냇물에 넣어줘야 해!
    멀리
    오래 흘러가도록

    1) 시인 서홍관 님 아들

    박라연
    ● 1951년 전남 보성 출생
    ●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등 출간
    ●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박두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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