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치엔 진 낭자와 신랑 서 한1) 도령의 이미지를
하객의 자격으로
무한정 먹고 마실 수 있는 이 떨림
저런 눈빛과 미소는 저런 걸음걸이와 인사는
분명 나와는 초면이라서
더 이상은 먹고 마실 수 없어서 호주머니와 구두
가방에 넣어봅니다.
오늘 만난 눈매와 향기와 목소리와 걸음걸이들을
누군가의 침실과 식탁과 서재에 넣어줄까 해요
어둠을 지우려고 자꾸자꾸 환하게 피어날까요?
내 가방과 원고지에서도 무사히 피어나게 될까요?
담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나 가득 넣어서 돌아오는데
성미 급한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마구 피어나
저를 덮어버렸습니다.
우선 백합과 수국과 흰 장미를 꺾어들고
서둘러 기차를 탔습니다
오늘의 이 아름답게 떨리는 저의 심장을 물의 심장에게
이어주려고
간이역에서 내립니다
작은 시냇가 시냇물에 넣어줘야 해!
멀리
오래 흘러가도록
1) 시인 서홍관 님 아들
박라연
● 1951년 전남 보성 출생
●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등 출간
●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박두진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