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호

책 속으로

의식의 강 外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박혜경 기자 yaming@donga.com 김수영 작가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18-06-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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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의식의 강 | 아름다운 별 위의 생각하는 동물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알마, 252쪽, 1만6500원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알마, 252쪽, 1만6500원

    ‘두렵지 않은 척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입니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습니다. (중략)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했으며, 썼습니다. (중략)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습니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2015년 2월 올리버 색스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다. 색스는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의사이자 신경학자로 오랫동안 미국 컬럼비아대에 재직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뇌과학자’로 통했다. 동시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작가이기도 했다. 

    그런 색스가 위 칼럼을 쓴 건 바로 직전 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색스는 자기에게 죽음이 다가왔음을 세상에 알리면서 ‘나는 이제 남은 몇 달의 시간을 가능한 한 풍요롭고 깊이 있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출간된 ‘의식의 강’은 바로 이 노력의 결과물이다. 색스는 2015년 8월 82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기 꼭 2주 전, 편집자들을 만나 이 책 출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로 진화론, 심리학, 뇌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칼럼 10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일 수 있었다. 

    ‘랩 걸’의 저자 호프 자런은 ‘의식의 강’ 추천사를 통해 ‘색스가 꽃잎, 카메라, 폭탄, 뉴런을 설명하는 것에 넋을 잃었다’며 색스는 ‘어마어마한 의학적 미스터리(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뇌질환)를 쉽게 풀어헤친 다음 ‘인간적인 스토리’라는 부드러운 리본으로 감싸 다시 내놓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했다. 



    정말 그렇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라면 누구나 색스가 세상의 다양한 주제를 얼마나 오랫동안 연구하고 성찰해왔는지에 먼저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그는 유년 시절 시간의 흐름을 신비하게 여기고, 향기 없는 목련의 수분과 다양한 바다 생물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소년이었다. 성장한 뒤엔 다윈, 프로이트, 윌리엄 제임스(미국 심리학자) 등의 책을 읽어나가며 그들의 ‘어깨에 서서’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얻어낸 지식을 특유의 글솜씨로 따뜻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덕에 우리는 색스가 느꼈던 이 행성의 아름다움을 조금은 공유하게 됐다. 

    그의 글 속에서 지구는 수많은 생명이 어우러져 진화해가는 아름다운 공간이고, 그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우리는 ‘신나는 모험가’다. 매 순간이 새롭고 놀라운 이 세계에서 지루함을 느끼거나 불평할 이유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며 그와 더불어 세상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특권’을 누려보자.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달의 습격 
    송은일 지음, 나남, 376쪽, 1만4800원
    지난해 10권 분량의 대하소설 ‘반야’를 출간하며 박경리, 최명희의 맥을 잇는 작가로 떠오른 송은일의 신작. 권력과 재벌이 결탁해 형성한 부패 카르텔 속에서 ‘정해진 대로’ 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사회에 만연한 반(反)인륜, 반(反)인권, 반(反)평화에 맞서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분투하는 이들의 무기가 ‘진실한 사랑’인 점이 인상적이다.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마이클 맥거 지음, 임현경 옮김, 현암사, 304쪽, 1만5000원
    누구도 잠을 자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우리는 하루의 3분의 1을 잠자는 데 소비한다. 저자에게 잠은 평생 동안 풀어야 할 숙제였다. 젊은 시절부터 심각한 수면 무호흡증으로 고생했으며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 잠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잠과 불면, 꿈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한 책이다.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따뜻한 금융, 희망을 그리다 | 다 함께 행복한 사회 위한 ‘착한 금융’

    배미정 성초롱 박윤예 지음, 레인메이커, 312쪽, 1만5000원

    배미정 성초롱 박윤예 지음, 레인메이커, 312쪽, 1만5000원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선진국 진입 기준점’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은 반세기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문제는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의 삶의 질 순위는 2012년 24위에서 지난해 29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회적 경제란 구성원의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사회적 경제의 대표적 조직이 바로 신협이다. 1960년대 고리사채로 고통받던 서민들이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다. 

    ‘따뜻한 금융, 희망을 그리다’는 착한 금융의 모델로 선도적 역할을 하는 국내외 신협 19곳의 경영 노하우와 혁신 사례를 담은 책이다. 동아일보, 파이낸셜뉴스, 매일경제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이 소개한 조합들은 오랜 기간 숱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그 나름의 생존 기반을 탄탄히 닦아왔다. 직원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토대로 위기를 극복한 동서울신협, 저렴한 비용으로 주민과 조합원에게 문화예술을 체험하게 하는 문화 마케팅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대구 달구벌신협, 저소득 저신용자를 위한 맞춤형 컨설팅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서민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광주문화신협, 매년 11월 직원과 조합원 등 200여 명이 모여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진행하는 김천신협, 지방대 출신 청년의 취업을 돕고자 ‘신협 영 리더스 아카데미’를 개설한 전주파티마 신협 등 책에 소개된 조합들의 다양한 경영 사례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 함께 잘 살기 위해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한다. 

    신협이 어떤 조직인지, 어떻게 신협 조합원이 되는지, 신협의 금융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신협에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일반인과 취준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부록으로 실었다.

    박혜경 기자 yaming@donga.com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김동진 지음, 위즈덤하우스, 264쪽, 1만5000원
    조선 사람에게 소는 부와 권력을 가져다주는 신성의 대상이면서 가장 선호하는 탐식의 대상이었다. 나라에서 신성시했으며 농우(農牛)로 활용하며 귀한 대접을 받던 소는 어떻게 식탁에 올랐을까. 신성과 탐식의 대상 사이를 오가며 조선의 역사, 문화, 삶에 깊숙이 개입한 소와 소고기의 역사를 살폈다.






    추사 김정희 
    유홍준 지음, 창비, 600쪽, 2만8000원
    한국 인문서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가 방대한 자료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추사 김정희의 삶을 다룬 책을 펴냈다. 탄생부터 만년까지, 추사의 일대기를 좇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간 파편적으로 이해돼온 추사의 삶과 예술, 학문을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지구는 꿈꾸고 사랑할 수 있어 더욱 빛나는 별

    김수영 지음, 꿈꾸는 지구, 337쪽, 1만4000원(왼쪽) 김수영 지음, 꿈꾸는 지구, 337쪽, 
1만6000원

    김수영 지음, 꿈꾸는 지구, 337쪽, 1만4000원(왼쪽) 김수영 지음, 꿈꾸는 지구, 337쪽, 1만6000원

    전 세계 사람들은 무슨 꿈을 꾸고 어떻게 사랑하면서 살까요?  

    이 질문에 답하고자 25개월간 47개 나라에서 500명을 만나 그들의 꿈과 사랑을 물었습니다. ‘2011-2012 드림 파노라마 프로젝트 - 유럽 중동 아시아 25개국 365명에게 꿈을 묻다’가 그중 하나입니다.   

    섭씨 50도의 뜨거운 아부다비 사막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종횡무진 다녔지요.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과 함께 돌을 나르고, 조종사가 꿈인 이를 따라 경비행기를 타고, 토크쇼에 나가 아랍어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계 각국 30여 개 언론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고요. 

    거지와 왕족, 창녀와 수녀, 팔레스타인 난민과 이스라엘 군인, 열기구 조종사, 코끼리 사육사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행복 코치’를 만나 행복에 관한 레슨을 받고, 에베레스트 산기슭에서 만난 사진작가로부터 꿈의 비밀을 엿보았으며, 일흔네 살에 첫 개인전을 연 할머니에게서는 ‘순간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가슴 뭉클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성대를 잃고도 콘서트를 연 사람, 11년간 자신을 학대한 이를 용서하고 7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뒤 평화를 위해 힘쓰는 기적 같은 삶을 산 사람도 만났지요.  

    ‘2013-2014 러브 파노라마 -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22개국 127명에게 사랑을 묻다’를 통해서는 ‘사랑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지구에 사는 이들은 다양한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을 합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을 거부하는 ‘사랑 불능자’, 지나간 사랑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인생을 망가뜨리는 ‘사랑 중독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랑가’들을 만났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고 사랑할 용기 

    에이즈에 걸린 부인을 목숨 걸고 사랑하는 남편, 가족을 죽인 원수 부족의 딸과 결혼해 사랑과 용서를 택한 청년, 결혼 서약을 지키고자 30여 년간 정신병을 앓은 아내 곁을 지킨 남편, 40년 만에 첫사랑의 결실을 본 커플, 서핑에 미친 남편을 원망하는 대신 서핑을 배워 국가대표가 된 아내, 실패한 사랑 탓에 버림받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거둔 ‘처녀 엄마’…. 

    수많은 차이와 장벽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상의 사람들은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사랑을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조차 다채로운 색깔의 ‘사랑 꽃’을 피워내며, 폭풍우를 이겨내고 결국 ‘사랑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결국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이렇게 지구별을 한 바퀴 돌면서 만난 수많은 이의 가슴 벅찬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느꼈습니다.  

    “이 지구는 꿈꾸고 사랑할 수 있어 더욱 빛나는 별이구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와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에는 500명의 삶이 전하는 감동과 깨달음, 행복과 아픔, 환희와 비애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는 지구별 사람들의 가슴 벅찬 이야기가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꿈꾸고 사랑할 용기를 줄 것입니다.


      김수영 작가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 | 네덜란드 여인이 눌러쓴 ‘위안소의 잔혹함’

    얀 루프 오헤른 지음, 최재인 옮김, 삼천리, 307쪽, 1만7000원

    얀 루프 오헤른 지음, 최재인 옮김, 삼천리, 307쪽, 1만7000원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가 자신의 생애를 서술해 내놓은 책은 지금껏 단 한 권도 없다. 한국인 위안부 생애사를 다룬 책으로 ‘빨간 기와집’과 ‘미얀마전선의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가 있으나 두 책은 모두 일본인 르포라이터의 집요한 취재 결과물이다. 캄보디아에서 발견된 훈 할머니를 그린 책 ‘버려진 조선의 처녀들’은 일대기가 아닌 추모집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실은 나도 위안부 생애사 책 집필을 시도했다. 지난해 9월 전남 담양에 사는 광주 지역의 마지막 위안부 생존자 곽예남 할머니를 만나고 왔다. 구순이 넘은 할머니는 우리말을 할 줄 몰랐고 기억력이 온전치 않았다. 중국에서 살다 2004년 MBC ‘느낌표’ 출연을 계기로 한국에 돌아온 할머니의 ‘피해 기록’은 어수선했다. 학생, 문인, 정치가가 할머니를 위문했다는 것이 기억의 대부분이었다. 결국 책에 실을 ‘할머니의 피해 사실’이 부족해 계획을 단념했다. 그래선지 이 책이 귀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가 쓴 최초의 단행본이다. 지은이 얀 루프 오헤른은 21세 때 인도네시아 자바섬을 점령한 일본군이 설치한 위안소에서 석 달가량 강간을 당한 네덜란드인이다. 가톨릭사범대학 학생이던 그는 당시 상황을 글로 재현하며, 당사자의 내밀한 감정을 담아냈다. 

    ‘그렇게 이어진 몇 달을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그 집이 처음 문을 연 날 밤의 기억들 때문에 나는 오늘날까지도 평생 고문을 당하고 있다.’(141쪽) 

    ‘한 일본인이 그동안 우리가 겪은 일을 발설했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가족들까지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침묵은 시작되었다.’(173쪽) 

    얀 루프는 아픈 과거를 50년 동안 가슴에 묻었다. 1992년 초 TV에서 방송되는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모습을 보곤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그해 12월 그는 유럽인 최초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힘주어 외치고 있다. 

    ‘지난 16년 동안 나는 전쟁과 분쟁 시기에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운동을 열정적으로 펼쳐왔다. 내가 이렇게 나서서 이야기하는 목적은 단 하나, 전쟁에서 잔혹 행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291쪽)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최원석 지음, 한길사, 680쪽, 2만4000원
    우리 시대의 산가(山家)로 불리는 최원석 경상대 교수가 ‘풍수’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의 주요 저서인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산천독법’이 우리 민족과 산의 관계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이 책은 풍수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이다. ‘살만한 터전’을 가꾸는 게 곧 풍수다.





    GDP 사용 설명서 
    다이앤 코일 지음, 김홍식 옮김, 부키, 240쪽, 1만6000원
    우리는 GDP라는 말을 자주 접하고, 그것이 국내총생산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GDP 통계와 함께 보도되는 세계경제, 국내 경제에 관한 뉴스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GDP의 표피적 정의만 알 뿐, 그것의 중요한 속성과 특징을 잘 몰라서다. 역사와 개념을 씨줄, 날줄 삼아 GDP를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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