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 극대화’ 아니다

  •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 극대화’ 아니다

1/3
  • ●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에 쏠리는 불안한 시선
  • ● ‘대리인 비용’ 낳는 과잉 사내유보금
  • ● 대기업, 압도적 자원으로 경제정책 좌우
  • ● ‘기업가 정신’ 출발점은 사회문제 해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 극대화’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 극대화’ 아니다
대기업과 국민경제는 어떤 관계라야 하는가.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성장과 소득·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고민할 때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의 주체로 자원 배분을 결정한다. 그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경제의 특징이 결정된다.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에서 대기업의 고용과 투자, 직원과 하도급에 대한 보상 등의 행위는 한국 경제의 특징을 결정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11조3000억 원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그리고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생산적이지 않은 일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셈이 됐다.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마친 지난 9월 말까지 1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20%나 상승했다. 코스피 평균 주가상승률 0.2%의 100배에 달한다.



사내유보금과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이건희 회장 일가다. 10월 5일 현재 삼성전자의 대주주는 삼성물산 외 10인으로 이들은 전체 주식 중 18.31%를 보유했다. 이 회장 일가가 개별적으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4.87%이지만,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각각 이건희 회장 외 6인이 47.03%(이 회장 지분은 20.76%), 이재용 부회장 외 12인이 39.41%(이 부회장 지분은 17.2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외국인(50.74% 보유)도 자사주 매입·소각의 수혜자다. 경영권 보유에 따른 이 회장 일가의 이득을 제외하면 외국인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간다. 이번에 매입·소각한 자사주를 제외하고도 삼성전자 스스로 보유한 자사주 13.39%를 빼고 나면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와 개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비중은 17.56%에 불과하다. 주당 170만 원에 이른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소득 최상위층이다.

대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원천은 ‘사내유보금’으로 표현되는 이익잉여금이다. 임직원에 대한 임금 보상 부분이 상대적으로 작고, 외주화에 따른 임가공비와 하도급 기업에 대한 보상이 인색할 경우 많은 이익잉여금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사내유보금 중 일부인 현금(혹은 현금성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면 그만큼 신규 투자나 이에 따른 신규 고용 창출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기업이론의 권위자인 마이클 젠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이 현금(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이유에 대해, 경영자가 자신의 재량권을 높이기 위해 되도록 많은 현금을 내부에 유보하려는 동기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현금이 기업 내부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현금을 낭비적인(수익성이 낮은) 투자에 활용하는 ‘대리인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얘기로 되돌아가면, 사내유보금의 확대 및 자사주 매입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삼성 경영진의 재량권은 커지고 소득과 일자리의 양극화는 심해질 수 있다. 아울러 국내 소득의 상당 부분이 투자이익의 형태로 해외로 빠져나가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과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주주 제안에 따라 삼성이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주주 배당을 늘릴 가능성도 높다.     

자사주 매입이 소득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필자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4년 9월호는 ‘번영 없는 기업이익’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자사주 매입의 폐해를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이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이익은 커지고 주식시장에는 붐이 형성되고 있지만, 미국인의 대다수는 그 성과를 향유하지 못한다. 소득 최상위 0.1%만이 소득 상승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는 직업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낮다.

기업의 이득이 사회의 광범위한 경제적 번영으로 연결되지 않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사주 매입에 있다. S&P 500에 속한 449개 기업의 2003∼2012년 이익잉여금 중 54%가 자사주 매입에, 37%가 주주 배당에 쓰였다. 생산설비 투자나 근로자에 대한 보상 확대는 극히 미미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70년대 말까지 기업의 이익잉여금을 주로 투자와 고용 확대에 사용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기업은 높은 임금 소득과 안정적 일자리를 가계에 제공해 평등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다고 이 논문은 지적했다.

최근 한국 기업의 행태는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자사주 매입만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대기업은 노동소득에 대한 분배를 최소화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내수 기반을 위축시킨다. 지난 2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의 비중은 69.6%(1995년)에서 64.3%(2013년)로 5.3%포인트나 줄었다. 같은 기간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가계소득 비중이 평균 0.2%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1/3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목록 닫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 극대화’ 아니다

댓글 창 닫기

2017/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