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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불통, 홀대, 기소…정부·청와대가 禍 자초

외신(外信)들, 국경 초월한 한국 비판 공세

  •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불통, 홀대, 기소…정부·청와대가 禍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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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女의 언론 탄압?

2012년 대선 직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박근혜 당시 후보를 표지인물로 올리면서 ‘The Strongman′s Da-ughter’라는 제목을 붙였다. 국내 진보와 보수가 ‘스트롱맨’을 각각 ‘독재자’와 ‘실력자’로 번역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도 외신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독재자의 딸, 한국 대선 승리(Daughter of dictator wins South Korea presidency)’라는 제목을 붙였다. 미국 AP도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독재자인 아버지의 그림자가 승리를 덮고 있다”고 썼다. 영국의 BBC와 ‘가디언’도 “독재자의 딸”이라고 규정해 이견을 둘 여지조차 남기지 않았다.

산케이신문 기자 기소를 둘러싼 외신의 반응도 이런 시각의 연장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장년층에게 박 대통령은 ‘부모를 흉탄에 잃은 불행한 소녀 가장’ 이미지이겠지만 해외 언론에는 그런 동정의 여지가 없다.

세계의 메이저 매체들은 기자 기소를 일제히 비판했고 서울외신기자클럽, 국경 없는 기자회, 국제기자연맹도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언론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분위기다.



‘언론을 탄압했던 독재자의 딸’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 앞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겸허했어야 했다. 대다수 외신은 ‘불행한 개인 가족사’보다는 ‘민주주의’나 ‘표현의 자유’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훨씬 주목한다. 외신은 ‘언론을 탄압했던 독재자의 딸이 또 언론을 탄압한다’라는 점에 빙점을 찍었고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버린 셈이다.

한국 경제 관련 외신 보도는,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 대한 외신의 부정적인 논조는 경제 부문에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 11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초이노믹스가 주택담보대출과 총부채상환비율을 완화한 데 대해 “한국 가구부채 수준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자율이 오를 경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경환 부총리가 아베노믹스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고도 했다. 사실상 아베의 아류로 본 것이다.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화들짝 놀라 일주일 뒤 같은 신문에 반론을 실었다. 반론은 “초이노믹스를 오해한다”면서 기업 정책, 부동산 정책, 재벌 사면에 대해 해명했다. 언뜻 보면 비판과 반론이 점잖게 행사된 것 같지만 사후약방문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한 외신의 반응은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는 점에 대해서도 외신의 평가는 점점 까칠해진다.

외신의 이런 부정적 논조는 최근에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AFP통신은 ‘박근혜 전 비서실장 정윤회의 국정 관여 소문’을 전했고, BBC방송은 ‘산케이신문 기자,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부인’ 기사를 올렸다. AP는 ‘한중 FTA에 반발하는 한국 농민들과 노동자들’을 소개했다. 알 자지라는 ‘미국인 교사, 한국에서 피부색 때문에 일자리 거부당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MB에겐 찬사

흥미로운 점은, 박근혜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의 외신 논조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은 경영자 출신 특유의 독단적 결정방식으로 인해 국내에선 불통 논란에 휩싸였으나 외신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기업가 출신의 지도자로서 경제위기를 극복한 이미지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1년여가 지난 시점부터 외신은 한국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2009년 9월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같은 해 11월 프랑스 르 피가로가 각각 ‘한국이 금융위기에서 가장 빨리 회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통, 홀대, 기소…정부·청와대가 禍 자초

2014년 8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재 중인 외신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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