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내 안의 동도서기, 양자물리학 속의 周易

  • 글: 정길생 건국대 총장 사진: 정경택 기자

    입력2003-06-26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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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동도서기, 양자물리학 속의 周易

    벽과 마주해야 하는 책상보다, 의자만 돌리면 창 밖으로 산이 보이는 책장 앞 비좁은 자리를 더 좋아한다. 가끔 먼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인공수정과 염색체 연구. 엄밀한 생명과학 한 분야만을 파고든 지 벌써 40여 년이다. 학교 연구실은 날마다 쏟아져나오는 외국 전문서적으로 가득하지만, 창 밖으로 우면산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28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내 집 서재에는 온갖 잡학과 인문학 서적이 빼곡하다.

    사람들은 내게 “자연과학자가 왜 주역을 읽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것도 이것도 모두 하나”라고 답한다. 서양과학이 실험을 통해 밝혀낸 양자와 전자의 관계를, 동양철학은 직관을 통해 ‘음양의 이치’라는 한마디로 축약해놓았다. 데이터를 검증하는 것은 서양식 귀납이지만, 가설을 만들고 결론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는 동양식 연역이다.

    내게 서재는 수십 년 지적 편력의 흔적이다. 이 곳에 가만히 서서 책장을 훑어보기만 해도 나라는 사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렇다. 내 안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자연과학 속의 동양철학을 따라 살아온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 서재다.







    내 안의 동도서기, 양자물리학 속의 周易

    기(氣)와 한의학, 역술 관련 책들을 모아둔 서가. 자연과학자와는 거리가 먼 책이지만, 논문보다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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