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세 차례의 경제위기에 직면했으나 그때마다 기적에 가까운 회생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던 우리가 1만달러 소득 국가로 발전하고 이제 2만달러 소득 국가 구상을 하게 된 배경은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동이는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론통합을 이룬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경제발전 리더십의 비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 전대통령은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자립경제를 이룩한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국가적 목표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외자도입과 내자동원, 그리고 국내 기업 육성을 기본으로 대외지향적 수출주도형 경제개발 전략을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 고도의 리더십과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는 “다음 세대에 영광된 조국을 물려주기 위하여 우리 세대가 허리끈을 졸라매고 희생하자”고 설득,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 시대상황에 맞는 성장엔진으로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해 그 후 20여 년간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 중추역할을 하게 했다.
국민적 합일을 바탕으로 국가 리더십이 실효를 거둔 또 하나의 경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이 경주한 열성적인 외환위기 극복 노력이었다. 우리 국민은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폭발력과 집중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저력 덕분에 우리는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 지금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비전이 확실하고 신뢰성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와 정부 인프라, 국민의식과 역량은 2만달러 소득 시대를 예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마의 분수령을 넘고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여 2만달러 소득 국가로 발돋움하려면 2만달러 정치, 2만달러 정부, 그리고 2만달러 국민이라는 기본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1만달러 소득 국가가 될 때까지 초고속의 ‘압축 근대화’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세계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있어서 전근대·근대·탈근대적 요소가 공존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갈등과 충돌을 정리하고 해소하는 것 자체가 선진 정치, 선진 정부, 그리고 선진 국민의 역량이라 하겠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래 동북아 경제중심 전략을 국정의 중심 비전으로 삼아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열고, 동북아시아에 형성되는 새로운 생존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동북아 정세의 변화에 적응해감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뿌리내리고, 경제적으로는 중국, 일본과 분업적 산업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접근점을 찾아나간다는 전략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그같은 이상을 실현하는 작업에 있어 방향과 정책 선택상의 혼선으로 인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데 미흡한 점이 많았다.
2만달러 소득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물적, 인적 자원을 집중하는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는 동북아 전략과 깊은 교호관계를 맺으면서 궁극적으로는 서로 만나게 될 것이다. 이는 국민소득 2만달러에 다다르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한국경제에 새로운 여건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경제·사회적 역동성의 회복, 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두 국정 비전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두 비전을 한데 묶어 체계화하면 상승효과를 일으켜 향후 실사구시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발굴이 용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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