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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의식한 검찰, 정몽헌 벼랑 끝으로 내몰다!

정몽헌 자살과 비자금수사 내막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특검 의식한 검찰, 정몽헌 벼랑 끝으로 내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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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재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할 것을 확신이라도 하듯 그 며칠 전 이미 중수부 1·2과를 주축으로 한 수사팀을 구성해 특검팀에서 넘겨받은 자료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것이 현대 비자금 수사의 시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특검수사기간 연장 논란에 대한 강금실 법무장관의 소신이다. 강장관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의견에 맞서 “특검수사는 특검이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며 수사기간 연장에 찬성했다.

만약 그때 노대통령이 강장관의 건의대로 특검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특검의 수사범위는 마땅히 박지원씨가 현대측으로부터 받았다는 150억원 비자금의혹으로 한정됐을 것이다. 물론 대검 중수부는 수사에 참여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 비자금의 실체는 영영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당연히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특검 치다꺼리로는 성에 안 차”

이렇게 보면 노대통령의 특검 연장 불가 결정은 현대에 크나큰 불운으로 작용했다. 겉보기엔 현대에 이로울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큰 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당시 정회장이 검찰 수사를 우려해 특검 연장이 이뤄지도록 정치권에 로비했다는 얘기가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불운하기는 4·13총선 때 현대 비자금을 끌어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차라리 한나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재특검법에 찬성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 검찰이 이토록 일을 크게 벌일 줄 알았더라면 말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 셈이다.

수사진행상황을 보면 애초 검찰의 수사 착수 명분이었던 150억원 비자금 의혹사건은 특별한 진척도 없고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 있다. 미국에 도피중인 김영완씨로부터 이와 관련된 자술서를 간접 전달받은 게 성과라면 성과다. 언론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카메라 초점이 박지원씨에서 권노갑씨와 민주당으로 옮겨간 것이다.

검찰은 현대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정경유착의 관행을 없애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이는 기업 비자금 수사의 긍정적 측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엔 특검과 차별화하려는 속셈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이 비자금 수사에 승부를 건 것은 특검보다 못할 수 없다는, 특검 수사의 치다꺼리는 하지 않겠다는 자존심과 오기의 발로라는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수시로 검찰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던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덧붙여졌으리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정치 검찰’의 오명을 벗는 계기로 삼겠다는 검찰 수뇌부 또는 수사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사실 대북송금 특검은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을 의식한 검찰이 스스로 수사 착수를 거부한 탓에 탄생한 것이다. 특검이 언론의 각광을 받으며 엄청난 수사성과를 낸 데 대해 검찰은 국민의 정부 시절 진행됐던 세 차례의 특검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괴심을 느꼈을 법하다.

이와 관련해 대검의 고위관계자가 수사 초기 사석에서 “검찰이 살기 위해서는 150억원이 아닌 새로운 비자금 수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전언은 주목할 만하다. 특수수사통인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검찰 입장에선 특검 밑닦이 노릇을 하기 싫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특검수사와는 다른 성과를 내고 싶었을 것이고 그것이 추가 비자금 수사로 나타난 것”이라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정회장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함승희 의원이 “검찰이 특검수사 내용과 다르게 국민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한 건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었음이 감지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 수사내용은 우리와 상관 없다”

이처럼 비자금 수사의 의도를 문제삼는 시각에 대해 대검의 한 고위간부는 이렇게 반박했다.

“법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이다. 걸리면 걸리는 대로 다 수사한다는 것이 요즘 검찰 분위기다. 비자금이라는 건 결국 한 구멍에서 나오는 것이다. 150억원이나 추가 비자금이나 한 통속 아니냐. 150억원의 행방을 쫓는 수사를 하다 보니 다른 비자금의 꼬리가 잡힌 것이고, 검찰이 이를 수사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검찰은 “특검에서 넘겨받은 수사자료가 단서가 됐다”며 추가 비자금 수사가 특검수사의 연장선에 있음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정회장의 자살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비자금 수사가 검찰이 자체 기획한 것이 아니라 특검수사와 연결된 것이라고 하면 정회장의 죽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정회장이 처음 소환된 7월26일에 이미 비자금 관련사실을 털어놓았다고 이례적으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특검팀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정회장 죽음이 특검수사와는 상관없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검팀은 정회장 자살 직후 특검수사가 정회장의 자살에 영향을 끼쳤다는 여론에 무척 곤혹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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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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