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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정치적 균형자’ 집착 버리고 ‘경제통합 촉매’로 나서야

한·중·일 ‘政經 변주곡’과 동북아 균형자론

  • 글: 최영종 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oldchoi@catholic.ac.kr

한국, ‘정치적 균형자’ 집착 버리고 ‘경제통합 촉매’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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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합은 구성원들 사이에 평화를 가져오고, 이를 구심점으로 주변에 평화를 확산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우리 정부도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동북아 경제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통합과 안보 공동체는 서로 보완관계를 이루는 것으로서, 유럽통합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안보 공동체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NATO는 서유럽에서 경제통합이 원활히 진행됐기에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었다.

동북아 경제통합은 한·중·일 사이의 안보협력은 물론이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보유 시도, 정치적 폐쇄성과 불안정, 그리고 낙후된 인프라 등이 동북아의 경제협력 확대와 궁극적인 통합에 커다란 장애물로 존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중·일 3국간 협력 증진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지원할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 경제통합,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 그리고 한반도 평화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 현실은 서로 유익하다고 해서 항상 협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 자유화나 통합과 같이 서로 이익이 되는 방안이 정치논리에 의해 무산된 예는 무수히 많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생겨나게 마련이고, 국제적으로도 더 많은 이득을 챙기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아울러 경제통합은 불가피하게 국가의 정책 자율성과 주권에 대한 침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통합 시도

지역통합에 대한 이론을 보면 국력의 격차가 크지 않은, 발전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경제통합이 이뤄지기 쉽다고 분석하고 그 이유로 통합이 초래할 국가간, 집단간 갈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든다.



그러나 이러한 잣대를 동북아시아의 현실에 대보면 한·중·일 3국을 하나로 묶을 만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공통분모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고도로 발달한 선진 공업국이며, 한국은 경제발전 수준으로 볼 때 중상위층에 속하는 국가이고,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 시스템, 관습, 법·제도·인프라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부조화를 표출, 경제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최근 불거진 3국간 역사 및 영토 문제를 둘러싼 분쟁, 민족주의의 전면화 등은 동북아 경제통합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 경제통합은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동북아 경제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보다 중국 문제로 모아진다. 경제적으로 개도국 지위에 있는 정치적 강대국인 중국의 존재는 경제통합의 역사상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성공적인 경제통합은 선진국 사이에서 주로 발견되고, 개도국과 개도국의 통합은 말만 무성했지 실제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최근 들어 미국과 멕시코를 포함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EU의 동유럽 확대에서 보듯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통합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을 뿐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통합은 경제발전 수준이나 사회보장 수준의 격차 때문에 구성원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 선진국-개도국 경제통합이 성공한 경우는 개도국이 선진국과의 통합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민주화나 신자유주의적 개혁과 같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이 주문하는 자유화나 사회보장 수준, 혹은 환경기준의 강화 같은 조건을 수용함으로써 타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민족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멕시코가 역사적으로 앙금이 남은 미국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양보하면서 NAFTA를 체결했으며, 구 동구권 국가들도 EU 국가들이 내세우는 엄격한 정치적, 경제적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비로소 EU에 가입할 수 있었다.

따라서 동북아 경제통합은 개도국인 중국을 포함하는 선진국-개도국 통합 사례의 하나로 관심을 모을 뿐 아니라 개도국인 중국이 정치적 강대국이란 점에서도 독특하다. 중국은 군사력, 인구, 영토, 경제 규모를 종합해 볼 때 미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중국시장 의존도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중국과 이들 나라 사이의 경제관계가 단절될 경우 한국이나 일본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더구나 국민이 느끼는 고통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가 훨씬 더 클 것이므로,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에 대해서 경제관계 단절을 무기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중국과 마늘 분쟁을 벌이면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비록 지금은 개도국의 지위에 있지만 경제적으로 급상승하고, 정치적 영향력도 커진 중국이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이유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설령 나선다고 해도 선진국의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에 동북아 경제통합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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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영종 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oldchoi@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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