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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에세이

내세에 보고 싶은 사람

  • 일러스트·박진영

내세에 보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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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은요?”

“아, 굳이 ‘모택동’ 주석을 거론하는 일은 없습네다.”

그때만 해도 ‘주은래’는 꽤 알았지만 ‘호요방’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지 못했던지라,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죽은 뒤까지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꼽혔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호요방 동지는 유능하고 청렴한 지도자였습니다.”

중국 국민이 호요방의 진가를 확실하게 안 것은 천안문 사태 때였다고 했다. 당시 천안문 광장에 익명의 대자보들이 마구 나붙어 숨겨져 있던 국가 지도자들의 비리와 치부가 모두 공개됐다. 국가를 영도하면서 오류를 범한 지도자들, 각종 비리나 이권에 개입한 지도자들, 자신은 비리에 직접 손대지 않았지만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직책이나 업무 또는 이권상의 각종 특혜를 준 지도자들, 국가 지도자들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와 부패가 모두 대자보에 기록돼 나붙었다. 그리하여 지도자 본인의 비리는 물론 친척들의 비리까지 모두 밝혀지면서 모택동을 포함하여 거기 안 걸린 지도자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로지 호요방만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친척들까지 아무런 비리에도 관련되지 않고 흠없이 깨끗했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들이 ‘죽어서 보러 갈 인물’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절로 알 수 있었다. 같은 공산주의 지도자라 할지라도 살아 있을 때 권력을 크게 누린 지도자, 아무리 명성이 높다 해도 비리와 관련된 부패한 지도자는 일절 거론되지 않는 것이다.

‘유능과 청렴.’

공산당 간부로 활약했던 노인이 과거 자신들의 사회가 사랑한 정치 지도자인 ‘호요방’이란 인물의 장점으로 든 두 덕목은 비상한 감명을 주었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정치다. 정치인들이 문자 그대로 ‘유능과 청렴’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그 사회는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인가. 중국의 고사 중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것이 있다. 학정(虐政)을 일삼는 벼슬아치가 다스리는 지방을 떠나 차라리 호랑이에게 사람이 물려 죽는 호환(虎患)이 잦은 고장으로 피난 가는 여인이 남긴 말이다. 그 고사가 절로 그런 어법과 연결돼 떠올랐다.

나는 귀국한 이래 주변 사람들에게 죽은 뒤 ‘내세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고 더러 물어보았다. 대답은 여러 가지였으나 예상대로 한국 정치 지도자의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지난해 못지않게 다사다난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더욱이 내년의 대선(大選)을 앞두고 시행되는 5월의 지방선거로 정치판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앞으로 이 나라의 정치를 담당하겠다고 나서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내세에 보고 싶은 사람
宋友蕙
●194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간호학과, 한신대 신학과 졸업, 이화여대 석사(사학)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중편소설로 등단
●작품 : 소설집 ‘눈이 큰 씨름꾼 이야기’‘스페인춤을 추는 남자’, 산문집 ‘서투른 자가 쏘는 활이 무섭다’, 장편소설 ‘저울과 칼’‘투명한 숲’‘하얀 새’ 등


“당신은 얼마나 유능하고 청렴합니까?”

이제, 선거철을 맞아 자신의 직업을 ‘정치가’로 정하고 그 뜻을 이루겠다고 정계에 달려드는 이들에게 한 가지 뜻을 더 세우기를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한국인이 내세에도 보고 싶은 사람’이 되겠다”는 뜻을 함께 세워 달라는 것이다. 그런 뜻을 지닌 정치인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더 빨리 거듭날 것이다.

신동아 200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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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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