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위조 달러의 제조 및 국제적 유통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한반도 문제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도 위폐 문제로 2월 현재까지 재개 시점이 불투명하다. 또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는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 북한의 위폐 제조와 유통이 사실임을 한국 정부에 밝혔다.이런 상황에서 2월 들어 북한이 위폐 제조 방지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중한 입장이던 한국 정부도 태도를 바꿔 최근 이태식 주미대사가 북한의 위폐 제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이처럼 위폐 문제와 관련, 한국-미국-북한 사이에선 심상치 않은 정보 교환과 중대한 전략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북한 위폐 관련 정보를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다. 알려지는 내용도 매우 단편적인 정보들뿐이다. 북한이 위폐를 제조한다는 미 정부의 주장을 믿어야 할지도 의문이다.그런데 최근 정부는 북한 위폐 제조 의혹을 심층적으로 조사, 분석한 미국 스탠퍼드대 CISAC(국제안보협력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Security and Cooperation)의 북한 위폐 관련 보고서(THE “SOPRANOS STATE”?)를 국회에 제공했다. 정부는 “북한의 위폐 제조 및 국제 유통에 대해 미국측이 한국측에 제공한 정보의 수위는 이 보고서의 내용과 비슷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이 보고서는 북한 위폐 소관부서인 미 재무부 관리들과 고위급 탈북자들의 증언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의 증언을 근거로 북한의 대략적인 위폐 제조 규모, 제조 장소, 구체적인 유통방법, 북한 당국이 위폐 제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 북한의 위폐 제조가 달러 유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 위폐 문제를 이처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언론에 소개된 적은 없다.정부는 이 보고서와 함께 북한 위폐를 매입했다 되판 혐의로 체포되어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북아일랜드 노동당수 션 갈랜드에 대한 미 검찰 공소장을 국회에 보고했다. 이 공소장의 주요 내용도 게재한다.]
전통적으로 위조지폐 제조는 전략전(戰略戰)의 도구로 이용됐다. 독립전쟁 당시 영국의 위폐 공작에 시달린 미국은 1865년 재무부 산하에 비밀검찰국(The Secret Service)을 창설해 조직적인 위폐 범죄에 대응해왔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는 동안에도 미국의 적대국들은 달러화(貨) 위조를 전쟁수단으로 삼았고, 이런 까닭에 지금도 국가에 의한 위폐 제조는 전쟁행위로 간주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위폐 제조에는 국가보다는 범죄조직이 개입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재무부 비밀검찰국에 따르면 위폐 제조에는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로 위폐를 제작해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한 ‘P노트’라는 형태다. 그러나 P노트는 식별하기가 비교적 쉬우며 대부분 육안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범죄조직들이 오프셋 인쇄기를 이용해 위폐를 찍어내는 경우에는 구별이 좀더 어렵기 때문에 은행에서 쉽게 적발되지 않고 추적하기도 어렵다. 당국에서는 이들 각각의 위조지폐를 종류별로 진짜와 구분되는 ‘약점’의 유형에 따라 일련번호를 붙여 분류한다.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고품질의 위조 달러가 생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이란, 시리아, 러시아 등이 위폐 제작국으로 주로 거론됐는데, 최근에는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동유럽 국가, 북한 등이 핵심 조사대상이다. 각 생산지역마다 위폐의 품질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연간 대략 1000만달러 상당의 위조 달러화가 미국으로 침투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달러화 위폐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사용된다. 2004년 전세계에서 압수된 6300만달러의 위조지폐 가운데 미국 내에서 압수된 금액은 1070만달러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제조된 위조 달러는 전통적인 오프셋 인쇄방식을 사용하는 데 비해, 미국 내에서 제조되는 달러화는 주로 디지털 프린트 방식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