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호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

잃어버린 대륙의 문명

  •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과학저술가/ mystery123@korea.com

    입력2006-03-14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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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 앤드루 콜린스 지음/한은경 옮김/622쪽/2만8900원

    거대한 섬이나 대륙이 갑자기 바닷속에 잠긴다는 것은 거기에 꽃피었던 문명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단 하룻밤 사이에 대륙이 사라졌다면 그 대륙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속물적인 근성으로 접근하자면, 그들이 갖고 있던 보물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하고 만약에 내가 그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게 된다. 바로 이런 공상이 가능하기에 사람들은 사라진 혹은 잃어버린 대륙의 문명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사라진 대륙이라면 흔히 ‘아틀란티스 대륙’을 떠올린다. 아틀란티스 대륙을 처음으로 거론한 사람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 그는 2300년 전, 아틀란티스 대륙을 실제 존재한 대륙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플라톤에 따르면 기원전 9570년경에 ‘헤라클레스의 기둥(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은 지금의 지브롤터 해협 동쪽 끝에 솟아 있는 두 개의 바위를 뜻함)’ 뒤편에 강력한 아틀란티스 제국이 있었는데 엄청난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 단 하루 만에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플라톤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묘사했는지는 수많은 사람이 플라톤의 설명을 진실로 믿고 아틀란티스 대륙을 찾아 나섰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아틀란티스 대륙과 관련해 발간된 책만 해도 무려 5000종이 넘는다. 그 많은 책에서 추정하는 아틀란티스 대륙의 위치는 전 지구에 걸쳐 있다. 대부분 대서양이나 지중해에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과 영국, 스웨덴, 사하라 사막이 아틀란티스라는 설도 있으며 카스피 해에 아틀란티스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허황된 이야기로 치부됐다.

    플라톤의 세 가지 명제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의 저자 앤드루 콜린스 또한 전세계 각지의 고대문명 유적지 탐사를 통해 아틀란티스가 ‘신화’가 아닌 ‘실재’였다고 주장한다. 그가 기존의 저자들과 달리 주목받는 것은 이제까지 불변의 것으로 여겨진 플라톤의 세 가지 설명에 수정을 가했다는 점이다.

    그는 우선 플라톤이 말한 ‘리비아와 아시아를 합친 거대한 대륙’이란 아틀란티스 제국의 실제 크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지배력이 미친 범위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금까지 아틀란티스를 찾는 사람들이 절대 명제로 여겨온 ‘기원전 1만년경’이라는 시기도 실제 아틀란티스가 존재했던 연도가 아니라 이집트인보다 자기 종족(아테네인)의 역사가 더 오래됐음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아틀란티스의 멸망에 대한 기술도 당시 아테네의 부패한 정치가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의미가 짙다고 설명한다.

    그의 새로운 해석대로라면 시기나 규모 면에서 사라진 제국이 실재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그는 아틀란티스가 지금의 카리브해 쿠바 지역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 저자는 신화·전설·고고학·문헌·과학·상상력·추리력을 모두 동원했다.

    그는 쿠바가 아틀란티스라고 주장하게 된 첫 번째 실마리를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의 미라에서 발견된 담배식물 흔적과 독일 뮌헨 박물관의 미라에서 발견된 코카인에서 찾는다. 이 두 가지가 콜럼버스의 항해보다 훨씬 앞서 고대 문명 간에 교역이 이뤄졌음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페니키아인과 카르타고인들의 탁월한 항해 능력이 이 같은 교역을 가능케 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고대 대서양 교역의 증거는 계속해서 제시된다. 1976년 브라질 과나바라 만에서 발굴된 커다란 항아리는 1500년 전 모로코 지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됐다. 1397년 베네치아의 지도 제작자가 제작한 항해도에는 ‘안틸리아’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이는 콜럼버스가 신대륙 항해를 떠나기 이전에도 유럽과 신대륙 간에 접촉이 있었음을 뜻한다. 저자는 콜럼버스도 항해 중 ‘안틸리아’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적고 있다. 또한 ‘해상왕’으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엔리케 왕자가 ‘사라진 일곱 개의 도시’를 찾기 위해 원정단을 지속적으로 파견한 것도 이와 같은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콜린스는 멕시코 신화에 나오는 “‘뱀의 사람들’이 기이한 배를 타고 메소아메리카로 건너와 멕시코를 지배했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신화에 따르면 ‘뱀의 사람들’이 동쪽의 ‘아스틀란’에서 건너와 일곱 개의 동굴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는데, 콜린스는 이 동굴에 해당하는 지역이 바로 쿠바에서 100km 떨어진 푼타델에스테 1호 동굴이라고 주장한다.

    쿠바가 아틀란티스라고 하면 대륙이 사라졌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전설에서 찾는다. 바하마와 카리브 해의 아메리카 인디언 사이에 전해오는 홍수 신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격렬한 폭풍우로 인해 땅이 가라앉았고…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오랜 달이 부서지고…바다가 몰려들었다.”

    저자는 이 대목이 플라톤이 묘사한 아틀란티스 멸망 장면과 아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오랜 달’이란 말에 중요한 단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오랜 달’을 외계의 물체, 즉 운석으로 간주한다. 이 운석으로 인해 지구 역사상 마지막 빙하시대가 도래했고, 아틀란티스 문명 또한 역사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1991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 끝에서 직경 160km의 운석 구덩이가 발견됐다. 카리브 해 일대에서 ‘베디아사이트’가 다량 발견됐다는 점도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베디아사이트는 운석이 충돌하면서 용해돼 대기 중에 분출된 바위조각을 가리킨다.

    운석 충돌, 결정적인 재앙인가

    그러나 콜린스의 주장에 고고학계는 크게 반발했다. 우선 콜린스가 신화나 전설, 그것도 카리브 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말한 것을 토대로 아틀란티스를 발견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한다. 아틀란티스인들이 1만년 동안 계속 쿠바에 살면서 전설을 남겼다는 것인가.

    고고학자들은 또한 운석 충돌에 의해 아틀란티스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는 주장은 작위적이라고 꼬집는다. 버뮤다 삼각지대를 포함해 인근 쿠바 지역이 해수면의 상승으로 수몰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단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적어도 7000~8000년에 걸쳐 일어났다.

    더구나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된 운석구덩이는 6500만년 전의 것이며(일반적으로 당시의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했다고 추정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설도 많음), 카리브 해에 떨어졌다는 운석이 결정적인 재앙을 몰고 왔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도 콜린스의 주장에 문제점을 제기한다.

    또한 1만년 전에도 카리브 해 인근에 인간이 살았을 가능성은 있으나 초고대문명이라고 알려진 아틀란티스 문명과는 거리가 멀고, 그가 구대륙과 연결됐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흔적들도 기원전 2000~1500년의 것이라 시간상 맞지 않는다.

    콜린스가 쿠바 지역이 아틀란티스라고 주장하자 “카스트로 수상이 아틀란티스인이냐”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아틀란티스 탐험자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던 절대 명제를 타파했다는 점에서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과 구대륙이 콜럼버스 이전에도 활발하게 교역했다는 주장은 구대륙과 신대륙의 역사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기도 한다.

    꿈과 희망의 대륙,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에는 매우 유명한 아이러니가 따라다닌다. 그것은 아틀란티스 대륙이 실존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하는 과학자들조차 심정적으로는 아틀란티스 대륙이 절대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거트루스 윌리엄스는 이렇게 말한다.

    “미지의 대상에 두려움을 갖는 인간의 정신 속에는 미지의 것을 희구하는 심리와 평범하지 않은 것을 탐구하려는 욕망이 내재해 있다.”

    아틀란티스 대륙은 찾을 수 없기에 오히려 매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틀란티스 대륙의 전설이 2000년 넘게 내려오면서 아틀란티스에 관한 책이 5000여 권이나 발간된 것은 그만큼 이 전설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음을 의미한다.

    아틀란티스의 진상이 알려진다는 것은 인류가 갖고 있는 오랜 꿈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틀란티스가 발견되지 않아야 아틀란티스 대륙의 보물들이 그대로 바닷속에 묻혀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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