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문과 조현설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신화와 동아시아의 신화가 별개의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시도를 한다. 저자는 서른 개의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우리 신화와 만주, 하바로프스크 등에 전래되는 신화를 들려주며 정답을 유도한다. ‘단군신화의 웅녀는 어디로 갔을까?’ ‘단군의 어미는 곰인가 백호인가?’ 같은 물음이다. ‘단군신화’ 외에 농사 신 이야기인 ‘세경본풀이’, 삼신할미를 다룬 ‘삼승할망본풀이’, 집 신을 다룬 ‘성주풀이’ 등의 무가와 ‘나무꾼과 선녀’ 같은 민담을 통해 조상들의 최초 사유 형식을 엿보고, 중국·몽골·인도·베트남 신화와도 연관지어 보인다. 한겨레출판/309쪽/1만3000원
스펀지 4 KBS 스펀지 제작팀 지음
인기 오락 프로그램 KBS 2TV ‘스펀지’의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담은 책 ‘스펀지’ 그 네 번째 편이 나왔다. 지난해 출간된 1∼3편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만큼 4편 출간을 손꼽아 기다린 독자가 많았을 듯. ‘스펀지 4’는 2005년 1월1일 방송된 61회부터 5월14일 방송된 80회까지 매주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스펀지’ 초절정기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내용을 살짝 엿보면, ‘공중전화에는 우리가 모르는 기능이 있다’ ‘사자가 청국장 냄새를 맡으면다’ ‘먹으면 잘하는 약(藥)도 있다’…. ‘스펀지 연구소’ 코너에서는 ‘왜 직선 라면은 없을까?’ 같은 18가지 과학상식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동아일보사/304쪽/8500원
일본 군국주의의 괴벨스 도쿠토미 소호 정일성 지음
도쿠토미 소호는 일제 강점기 때 일제 군부에 침략이론을 주입한 극우 내셔널리스트다. 선전·선동정치의 귀재로 독일 괴벨스와 견줄 만하다. 도쿠토미는 기자 출신으로 수십년간 일본 정계를 주무르고, 패전 뒤에도 살아남아 일본 내셔널리즘을 부활시킨 장본인이다. 이광수 등 숱한 조선 지식인이 친일파로 변절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주인공 가쓰라 다로 총리의 정치고문이었으며, 한일강제합방 뒤 조선 언론 통폐합을 주도했다. 서울신문 기자와 일본 게이오대 객원연구원을 지내고 한일 관계사 연구에 천착해온 저자는 도쿠토미의 침략논리를 재조명하는 한편 극우 내셔널리즘 논리가 오늘의 일본 보수우익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구명(究明)하고 있다. 지식산업사/317쪽/1만5000원
한국 보수세력 연구 남시욱 지음
조선 말 개화 운동부터 최근의 뉴라이트 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보수세력의 역사와 인맥, 사상을 총정리하고, 보수주의의 미래를 모색한 책. 저자는 동아일보 편집국장, 문화일보 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세종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남 교수는 한국의 보수세력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정치적 이념으로 삼는 우파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그 기원을 조선조 말 개화파에서 찾는다. 이들 근대화 세력은 1920년대에 사회주의자들과 구분해 민족세력 또는 우파세력으로 불리게 되고, 해방공간과 6·25전쟁 당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는 데 앞장서면서 반공을 기치로 내세우게 됐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정치세계에서는 이념과 현실 사이에 항상 괴리가 있기에 한국의 보수세력도 긍정과 부정 양면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남 교수는 한국 보수세력이 범한 과오로 일부 세력이 친일파로 변절하고 분단 정권을 수립했으며 권위주의 정권 수립에 앞장서거나 협력했다는 점,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을 꼽는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건국과 민주화, ‘한강변의 기적’을 이루는 등 보수세력의 공로가 과오보다는 분명히 더 컸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2002년 대선과 지난해 4·13총선을 거치면서 보수세력이 한국사회 지배집단의 지위를 잃은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삼는 한국의 보수세력이 시대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남출판사/654쪽/3만5000원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유승훈 지음
‘목민심서’를 통해 관리의 청렴을 강조한 다산이 기생들과 노름을 벌이고 3000전이라는 거금을 뿌렸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는 삼국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도박의 종류와 놀이 방법, 도박에 얽힌 에피소드를 다룬 일종의 ‘도박사(賭博史)’다. 저자는 다산뿐 아니라 연암 또한 편지를 쓰다가 문장이 막히면 혼자서 왼손, 오른손을 양편으로 삼아 도박을 했으며 조선의 왕과 내시, 종친들도 도박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각종 기록을 근거로 해 보여준다. 궁궐에서 종과 종친들이 술내기 도박을 하다 화로를 걷어차 불을 냈으며 신라 안압지에서 발굴된 목제 주사위에 ‘술 세 잔 한번에 마시기’ 같은 벌칙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는 등 흥미로운 일화가 담겨 있다. 살림/252쪽/1만2000원
메피스토펠레스와 양성인 미르체아 엘리아데 지음, 최건원·임왕준 옮김
‘성과 속’ ‘종교형태론’ ‘세계종교사상사’ 같은 대작을 남긴 종교사가 엘리아데가 쓴 다섯 편의 에세이를 모은 책.
먼저 ‘신비한 빛의 경험’에서는 서양의 기독교적인 빛의 체험을 비롯해 유대교와 에스키모 샤먼, 동양의 여러 종교적인 현상에서 나타나는 풍부한 빛의 체험을 바탕으로 초자연적인 빛의 의미를 설명한다. ‘메피스토펠레스와 양성인 또는 총체적 신비’에서는 샤머니즘의 일부 의례에서 나타나는 무성이나 양성의 최종 목적 또는 신화적 당위성이 바로 인간의 변화에 있다는 점을 말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의 진행을 방해하는 신(神)의 악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방해는 인간의 활동을 자극하고, 생을 북돋는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선에 대항하여 싸우지만 결국 선을 행하는 것이다. 엘리아데는 이러한 대립과 합일, 그 총체성의 신비야말로 어떤 의미에서 신에 대한 완벽한 정의라고 말한다. ‘우주의 갱신과 종말론’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스러져가는 종교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법, ‘밧줄과 마술’에서는 석가모니의 일화라든가 중국의 밧줄 묘기에 관한 풍부한 사례를 근거로 줄, 밧줄, 엮기, 짜기 따위가 가진 신에 대한 소통과 종속이라는 양면성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종교적 상징주의에 대한 언급들’에서는 종교적 상징을 대하는 기본 관점과 함께 종교사학자의 의무를 언급하고 있다. 문학동네/304쪽/1만8000원
천지가 다정하니 풍월은 끝이 없네 마에노 나오아키 지음, 윤철규 옮김
중국 고전에 나타난 자연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 예전의 중국인들은 달과 구름, 이슬과 서리, 산과 바다, 초목, 새와 짐승 등을 어떤 눈길로 바라보았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당시(唐詩)와 육조 시대의 소설에 정통한 저자는 ‘시경’을 비롯하여 당·송 시대의 시가와 소설, 신화의 세계를 넘나들며 자연과 인간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을 둘러앉혀 놓고 이야기하듯 전개되는 저자의 글 속에는 제왕에서 서민에 이르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가장 보편적인 정서의 편린이 반짝인다. 중국의 자연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가 오랜 역사 속에서 변해온 흔적을 더듬어보게 된다. 비교·대조를 위해 일본의 이야기도 자주 언급된다. 학고재/304쪽/1만원
인샬라, 그곳에는 초승달이 뜬다 장원재 지음
2004년 가을부터 5개월간 혼자서 이집트, 시리아, 터키, 이란, 이스라엘,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를 두루 여행하고 돌아온 한 청년이 쓴 책. 무슬림의 삶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들과 밤새워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저자는 언뜻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들도 ‘사람’임을 이야기한다. 상업적 간판에 둘러싸인 사막,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죽 공장, 그 속에서 가난을 이겨내며 생을 이어가는 따뜻하고 맑은 눈동자의 사람들…. 자유와 개방이라는 피해갈 수 없는 대세 앞에 독특한 방식으로 서서히 빗장을 열고 있는 무슬림 여성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평민사/344쪽/1만2000원
구경꾼의 탄생 바네사 R. 슈와르츠 지음, 노명우·박성일 옮김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은 “대도시의 생활은 ‘보는 경우’에 거대한 우위를 둔다”고 말한 바 있다. 미셸 푸코는 ‘감옥의 탄생’에서 감시의 문제를 근대적 시선, 권력의 등장과 연결해 해석했다. ‘구경꾼의 탄생’ 또한 근대적 대중문화의 원형을 ‘시각문화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앞의 철학자들과 다른 점이라면 19세기 파리를 들여다보며 즐겁고 가볍게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 노천카페가 대로에 앉아 타인을 관찰하던 버릇에서 비롯됐고, 시체 구경을 위해 연일 수천명이 줄을 섰으며, 소설의 한 장면이나 범죄 장면을 실제처럼 묘사한 밀랍 인형 박물관이 인기를 끌고, 영화가 탄생한 배경을 살펴본다. 마티/352쪽/1만4500원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 김현식 지음
E.H. 카가 남긴 유명한 명제,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다”는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진실과 허구의 틈새에 선 절름발이”라는 명제는 어떠한가. 한양대 사학과 김현식 교수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믿는 것은 허황되다고 주장하며 역사적 사실과 해석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고, 그 간극을 보듬고자 노력해온 역사가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15통의 편지글을 통해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모든 장(章)을 세밀하고도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지금의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E.H. 카와 작별하고, 새롭고 인간적인 사고틀을 가진 역사학과 조우해야 함을 강조한다. 휴머니스트/248쪽/1만3000원
블랙 아테나 마틴 버낼 지음, 오흥식 옮김
‘검은 아테나 여신’이란 의미의 제목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이며 서구 문명의 아테나 여신의 기원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 이집트 여신이라는 것. 저자는 고대 그리스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식민지로 건설됐으며 우리가 익히 아는 그리스신화 속 신들뿐 아니라 페르세우스와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들조차 이집트계 혈통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 문명이 아프리카계 이집트인 또는 셈족인 페니키아인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1820년대 이후 식민주의와 인종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서구학자들에 의해 그리스 문명의 아프리카·중동 기원설이 몰락하고, 그리스 문명이 아리안족의 독자적 문명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역사가 날조되었다고 주장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코넬대 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명예교수로 있는 저자 마틴 버낼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고대 이집트어, 페니키아어, 미케네어, 그리스어를 익혔으며 400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집적된 각종 역사학, 언어학, 고고학, 인류학 자료를 총동원한다. 저자는 신화를 탈(脫)역사적인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문명의 전래를 기록한 전승으로 읽어야 한다며 이러한 전승을 신화로 만든 것은 유럽의 우월성에 해가 되는 사료를 신화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려는 근대 실증 사학의 음모라고 꼬집는다. 소나무/880쪽/3만원
밤비 오는 소리 이태동 지음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수필 중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수’만을 모은 수필집. ‘서재를 정리하며’ ‘작은 곱사등이’ ‘겨울 속의 봄’ 3부로 이뤄졌다. “내게 글쓰기란 존재의 감옥에 갇힌 인간이 벽을 넘어서려는 간절한 슬픈 욕망을 벽 위에다 처절하게 새겨놓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풍부한 예술적 감성으로 일상에서 발견한 추억과 삶의 아름다움을 격조 있는 문체에 담았다. 수필 한편 한편에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자기 다짐이 녹아들어 있어 지나친 자기도취나 값싼 감상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절제와 연륜이 묻어나는 노(老)교수의 잘 다듬어진 글은 수필의 매력을 한껏 드높인다. 문예출판사/302쪽/1만원
교양으로 읽는 세계의 종교 아르눌프 지텔만 지음, 구연정 옮김
인간이 아는 무수한 단어 중 ‘종교’만큼 인류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있을까. 그럼에도 종교는 너무나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올바르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목사이면서 종교 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 아르눌프 지텔만은 유신론자의 맹목적인 관점과 무신론자의 냉소적인 관점을 모두 지양하고, ‘성스러운 무신론자’로서 개인적인 관점으로 인류가 자기 초월 욕구를 채우기 위해 ‘종교’라는 문화적 산물을 어떻게 일구어왔는지 다채롭게 보여준다. 도교, 불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종교의 개인적·역사적·문화적 의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예담/356쪽/1만3800원
인도를 읽는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외 지음, 정택상 옮김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이자 세계적인 경제분석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재무관을 퇴임한 2000년 봄 인도를 처음 방문해 인도의 현 총리인 만모한 싱과 면담하고, 2002년엔 인도 3대 IT 기업의 하나인 위프로의 유일한 비인도인 사외이사가 되었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노동력과 소비자를 갖춘 초거대 시장 인도로 몰려들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인도 시장을 분석하고, 진출 전략을 모색한다. 인도 길거리에 넘쳐나는 한국 브랜드의 위력과 현대·LG·삼성 등의 약진, 인도 시장에서의 위상, 인도 진출 성공과 실패 사례 등을 통해 인도 시장 개척과 진출을 위한 최신 전략을 소개한다. 황금나침반/212쪽/1만2000원
이 시대의 말과 생각 황호택 지음
월간 ‘신동아’에 5년째 연재되고 있는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에 실린 10편의 최근 인터뷰 기사가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작가 김주영, 탤런트 최진실, 대법원장 이용훈, 만화가 허영만, 백범학술원장 신용하, 연극인 윤석화, 고려대 명예교수 김용준, 가수 조용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한승헌, 법무부 장관 천정배 등 각계 저명인사 10인의 생생한 육성이 담겨 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인 필자는 인터뷰를 “그 시대, 그 사람의 말과 생각을 기록하는 저널리즘 장르”라고 규정한다. 그런 만큼 그는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말만 받아 기록하지 않고, 상대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도록 집요하고, 때론 도발적인 질문을 서슴지 않았다. 동아일보사/359쪽/1만1000원
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 존 리더 지음, 김명남 옮김
지구 인구 중 절반가량이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다 도시에서 죽는 이 시대에 과연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도시 자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 책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수메르에서 솟아난 인류 최초의 도시에서부터 도쿄, 베를린, 파리, 뉴욕,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등 오늘날의 거대 도시에 이르기까지 60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른다.
저자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발전하고 번창했으며, 어떻게 쇠퇴하고 소멸했는지, 어떻게 스스로 치유했는지 밝혀낸다. 도시의 본성과 내적 기능 및 외적 형태, 도시의 역사와 삶, 예컨대 도시의 구조와 발전 그리고 도시 거주자들의 생활상이라는 광범위한 주제와 방대한 내용을 다루지만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저자는 도시 삶의 특수한 측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흥미롭다. 이를테면 멕시코시티의 쓰레기 처리, 런던의 식량 배급,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은 도시 베를린의 생태적 균형, 미국의 경제 봉쇄에 맞선 쿠바 아바나 시의 자급자족적 도시 농업 등. 저자는 도시의 기원에 관한 종래의 학설도 뒤집는다. 전통적으로는 농업기술의 발달로 생겨난 잉여 생산물이 도시의 생성을 부추긴 것으로 믿어왔다. 그러나 저자는 먼저 도시가 탄생한 다음 도시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농업기술이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도시화’를 묘사하면서 도시의 역사를 살아 쉼쉬는 유기체로 보고, 도시를 ‘문명화의 인공적인 산물’로 한정하는 견해를 비판한다. 지호/544쪽/2만3000원
중국의 강대국화-비교 및 국제정치학적 접근 정재호 외 지음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중국의 강대국화’ 프로젝트의 1년차 연구결과를 담은 것으로 ‘부흥(restoration)’하는 중국의 강대국화 과정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다루고 있다. 유럽(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와 영국), 미국, 일본 그리고 소련의 강대국화 사례에 대한 비교와 함께 중국의 강대국화 담론과 전략을 역사적이고 국제정치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능력(군사력, 경제력, 내부통제력, 대외환경 적응력, 규범력), 의지 및 인식 세 가지 측면에서 중국의 강대국화 노정을 평가하였다. 또한 중국이 과연 커가는 힘을 어디에, 어떤 식으로 투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4명의 중국 전문가와 4명의 유럽, 미국, 일본 그리고 소련 전문가가 참여했다. 길/372쪽/2만2000원
생명의 미래 에드워드 윌슨 지음, 전방욱 옮김
2005년 최대의 문제작 ‘통섭’에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대통합을 모색했던 저자(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002년 출간한 책. 환경주의와 경제주의, 생명 과학과 생명 윤리의 통섭 가능성을 모색하며 지구 환경의 위기, 인류의 장래, 그리고 지구 생명 전체의 미래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출간 당시 환경주의와 개발 지상주의가 항상 대립적이지만은 않으며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신선한 견해로 언론과 관련 단체의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절멸해가는 갖가지 동식물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하며 ‘인간은 왜 자연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한다. 사이언스북스/352쪽/1만5000원
메가트렌드 코리아 강홍렬 외 지음
트렌드를 읽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한다면 메가트렌드는 그보다 한 발 앞선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외부 교수들과 함께 3년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이 책은 20개의 메가트렌드를 제시한다. 접속사회로의 전환, 양극화의 가속화, 신유목적 민주주의의 출현, NEO 경제주도세력의 등장, 작은 힘들의 전면적 부상,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의 등장, 신중세적 국제사회로의 전환, 동북아시아의 다자주의화 등이 그것. 메가트렌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미래변화상을 제시하고,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한길사/408쪽/2만2000원
김혜영의 싱글벙글 요리김혜영 지음
19년을 한결같이 MBC 라디오 ‘싱글벙글쇼’를 진행하고 있는 김혜영씨가 요리책을 냈다. 결혼 18년차 주부로 방송가에서 손맛 좋기로 유명한 그는 4년간 EBS ‘최고의 요리비결’을 진행하며 최고의 요리 전문가들로부터 전수받은 요리 솜씨를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365일 써먹을 수 있는 ‘시골밥상 요리’부터 주말을 위한 별식, 동파육, 뉴욕페이퍼스테이크, 삼선누룽지탕, 씨돌이 김치 등 고수의 비법이 담긴 ‘금쪽 같은’ 레시피까지 정성스럽게 담았다. 직접 구운 도자기 그릇부터, 자신의 이름을 새긴 부엌칼과 앞치마, 손때 묻은 그릇장 등 자신의 주방 이야기도 시시콜콜 늘어놓았다. 건강 먹을거리와 보양수(水), 식재료 배달받을 수 있는 곳, 냉장고 수납법 등을 정리한 ‘살림 노트’도 유용하다. 중앙m&b/200쪽/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