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호

건강검진, 제대로 받읍시다!

비용, 가족력, 생활습관 따져본 뒤 검진항목·기관 선택해야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입력2006-03-06 15:4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고가 정밀검사 불필요한 경우 많아
    • ‘패키지 검사’의 비효율성
    • 보건소는 5만원, 보험공단에선 16만원 안팎
    • 검사 후 추적관리 중요…집 가까운 전문병원이 낫다
    건강검진, 제대로 받읍시다!
    두달 전 일이다. 동네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권고를 들은 지인이 기자에게 어떤 병원을 가는 것이 좋을지 물었다. 꽤 이름이 알려진 검진 전문병원을 추천했다. 그런데 며칠 뒤 그는 내가 추천한 병원은 가지 않고 다른 병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A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싶은데요. 빨리 받을 수 없을까요?”

    “꼭 A병원에 가셔야 합니까?”

    “이왕 보는데 큰 병원이 더 낫잖아요?”

    서울 시내에 있는 A병원의 건강검진 예약상황을 확인해봤다.



    “기본검진은 내년까지 예약돼 있고 숙박검진은 할 수 있습니다.”

    “숙박검진은 비용이 얼마나 되나요?”

    “2박3일 경우 400만원 선입니다”

    ‘묻지마 대형 병원行’

    예전엔 일부 부유층만 관심을 갖던 건강검진이 점차 대중화하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이젠 서민도 아프기 전에 몸을 돌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도 건강검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여기에 대형 병원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골에 부모를 남겨둔 자녀들은 대형 병원에서 내놓은 ‘건강검진 효도 프로그램’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전에 자신에게 맞는 병원과 진단방법을 파악하지도 않고 대형 병원만 선호하는 이른바 ‘묻지마 대형 병원행(行)’은 경계해야 한다. 요즘엔 지방 주민도 고속철을 타고 와 고품격, 고급화를 지향하는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려고 줄을 선다. 이 때문에 속을 끓이는 곳이 중소 종합병원들이다. 시설과 규모에서 밀리다 보니 대형 병원의 고급화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개중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고가의 첨단장비를 구입,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홍보하면서 대형 병원에 맞서는 곳도 있다.

    건강검진은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 ‘노후 웰빙’을 위한 교양필수 과목인 셈. 따라서 투자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있어야 한다.

    건강검진에는 기본검사(표준검사)와 정밀검사가 있다. 기본검사에는 신체계측(신장 체중 체지방), 대소변 검사, 혈액검사, 흉부 X선 촬영, 혈압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위 내시경 검사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자궁암 검사, 유방 초음파 검사,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곁들여진다.

    정밀검사는 호흡기, 소화기, 심혈관, 뇌 등 신체 각 분야를 좀더 세밀하게 보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흉부 CT와 각종 호르몬 검사, 대장암 선별을 위한 S상 결장경과 골밀도 검사, 뇌 검사 등이 추가될 수 있다.

    현행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검사항목이 많고 복잡하다. 소비자들은 ‘심장정밀’ ‘폐정밀’ ‘스포츠 의학 정밀’ 등 검사 분야가 너무 다양해서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결국 고민 끝에 병원이 권하는 패키지형 종합검진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점검한다는 것 때문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아서 좋다는 것. 이 프로그램은 암 조기발견을 위해 CT, MRI, PET 등 고가장비를 동원한다. 그만큼 비용이 늘어난다.

    도시에 있는 종합병원의 경우 기본검사료는 평균 30만원에서 50만원 선, 정밀검사까지 하면 60만원에서 100만원 선이다. 국립암센터에서 특수정밀 검사를 받으면 성인남자 기준으로 215만원, 여자는 225만원이다.

    혈액 검사만으로 질병 찾기?

    건강검진, 제대로 받읍시다!

    건강검진을 받는 한 남성이 병원 관계자의 조언을 듣고 있다.

    유명 대형병원은 더 비싸다. 기본검사료는 50만원 선이지만 정밀검사를 받으면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지방에 거주하는 수검자를 위한 숙박 검진 프로그램도 있는데 서울삼성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2박3일 숙박검사가 350만∼400만원선이다.

    이처럼 비싼 검사료를 내면서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확도가 높고 시설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대형 병원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중대형 자가용을 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형차를 선택하든 소형차를 선택하든 차를 구입할 때는 운전 습관과 여러 가지 개인적 상황을 예상하고 옵션을 선택한다. 건강검진 항목을 정하는 것도 이와 같다. 개인의 특성에 맞게 실속 있고 현명하게 골라야 한다.

    건강검진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無症狀者)가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없는 수검자라면 꼭 필요한 검사가 피검사, 내시경 검사, 초음파 검사 정도라고 권고한다. 피검사를 통해 빈혈과 백혈병 등 조혈계 질환과 간염과 간 기능 이상, 혈당, 신장기능, 갑상선 질환, 에이즈, 매독, 류머티즘 관절염을 살펴볼 수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로는 간, 담도, 췌장, 비장 등의 암을, 내시경 검사로 위와 십이지장, 대장의 암을 발견할 수 있다. 폐암의 경우 흉부 X-레이 촬영으로는 미세한 암세포를 발견할 수 없어 CT와 MRI를 선별적으로 추가할 수도 있다. 골다공증을 진단하는 골밀도 검사는 폐경 여성이면 받는 것이 좋다.

    기본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CT, MRI, PET 같은 첨단장비 촬영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가령 위암 진단에서는 위 내시경 검사와 위 조영술이 더 정확하다. 대장암을 찾는 데도 대장 내시경이면 된다. 자궁경부암은 세포진 도말검사(PAP)가 가장 정확하고, 폐렴과 폐결핵의 경우 X-선 촬영만으로 충분하다.

    PET만 해도 그렇다. PET는 암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에 방사선표지자를 주입, 그 물질에 암을 모이게 해서 미세한 암과 잠복 암을 발견한다. 하지만 PET는 암 재발 추적에는 용이해도 암 초기 단계는 기대만큼 잘 파악하지 못한다. 대장암의 시초인 용종만 하더라도 PET보다 대장 내시경에서 주로 발견된다.

    또 하나, 혈액만으로 질병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혈액검사는 특정 암을 의심할 수 있는 종양표지자를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종양표지자는 암세포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물질로 암이 진행되면 혈중농도가 올라간다. 방광암, 전립선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난소암, 유방암이 종양표지자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검사일 뿐, 정확하게 조사하려면 초음파와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술고래’는 소화기 암 검사해야

    자신에게 맞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을 경우 가족력과 건강위험인자를 고려해 기본검사에 추가 항목을 정하라고 권고한다. 비만, 스트레스, 술, 흡연 등 개인별 건강위험인자와 스트레스 정도와 체력, 영양상태 등에 따라 정밀검사 항목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흡연자는 X-선 촬영과 폐기능 검사를 매년 받아야 하고, 골초들은 저선량 CT를 찍으면 좋다. 술을 많이 마신다면 복부 초음파를 통해 간 기능 검사와 소화기 암을 추적해야 한다. B형·C형 간염 보균자는 복부 초음파와 복부 CT를 정기적으로 촬영해야 한다.

    과로나 혈압이 들쑥날쑥하다든지 과음 하거나 흡연량이 많다면 심장초음파검사와 초음파를 이용한 혈관촬영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평소에 두통이 있다면 뇌졸중과 고혈압을, 손발이 저리다면 말초혈관 폐쇄증을 추적해야 한다.

    특히 질병에 있어 가족력은 매우 중요하다. 가족 중에 당뇨환자가 있다면 다른 가족들도 당뇨가 발생할 확률이 30∼40%는 된다. 남자는 대장암, 여자는 부인암(난소암 자궁경부암)이 가족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건강검진, 제대로 받읍시다!

    건강검진센터의 폐기능 검사.

    당뇨, 고지혈증, 혈압 가족력이 있을 경우 혈당과 혈압검사를 1년에 두 번씩 받아 자신의 혈압과 혈당량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을 경우엔 40대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안심할 수 있다.

    건강검진은 정밀도와 정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초음파 기계만 하더라도 몇천만원부터 몇억원대까지 가격폭이 크다. 물론 최신 기계가 해상도와 정확도가 높다. 하지만 검진 전문가들은 제아무리 최신 기계라 해도 질병을 찾아내는 데에는 사람의 노하우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해상도는 기계의 몫이지만 높은 정확도는 의사의 경험에서 나온다. 의사의 개인적 스타일과 경험, 그리고 실력에 따라 질병을 찾아내는 정확도에 차이가 있다. 오랜 경험이 있는 동네 병원 의사가 종합병원의 웬만한 ‘초짜’ 의사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건강검진은 검사 후 추적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검진 전문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보건소들도 건강검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울 동작구청 보건소의 경우 X-선 촬영, 심전도 검사, 혈액·소변검사 등 60개 기본검사항목을 개설했다. 기본검사를 받는 데 1100원, 그밖에 자궁암 5400원, 골밀도 4500원, B형간염검사가 3720원, 암표지자 검사가 2만3000원에서 3만4000원선으로 총 검사비용이 5만원 안팎이다.

    건강보험 가입자 중 40세 이상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무료 혹은 저렴하게 검사할 수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가입자 1337만명 중 보험공단의 검진을 이용한 가입자는 686만명에 달했다. 이중 239만3633명이 ‘건강이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3명 중 1명은 건강이 양호했다는 얘기다.

    수치를 알자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결과표에는 검사 수치만 나열돼 있어 일일이 분석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우선 건강검진 결과표에 나오는 혈액, 소변, 혈압의 수치를 따져봐야 한다. 혈액검사에서 혈색소는 헤모글로빈을 말한다. 건강한 남성의 혈액 100㎖에는 13∼18g의 헤모글로빈이, 여자의 경우 12∼16g이 포함돼 있다. 이보다 수치가 낮으면 빈혈이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10 이하로 떨어졌다면 운동은 해롭다. 빈혈이 심해서 숨이 차고 피곤하기 때문이다.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에 해당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18.5∼23의 범위 안에 들어야 정상이다. 혈당은 126을 넘을 경우 당뇨로 의심해야 한다. 혈압은 수축기 120mmHg, 이완기 80mmHg 이하를 유지하면 정상이다. 정상 혈압보다 높을 경우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140/90mmHg일 경우 고혈압위험군으로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간 질환 수치에는 GOT와 GPT가 있다. 간의 효소를 나타내는 용어다. 이들은 간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데 술을 많이 마셔 간이 손상되면 GOT와 GPT가 혈액 속으로 돌아다니게 돼 수치가 올라간다. 수치가 모두 40 이하면 정상이다. 간염 수치가 정상보다 2배 이상 올라갔을 경우엔 반드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약물과 음주 상태 비만일 때는 수치가 올라가기도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동맥경화, 고지혈증과 관련이 있다. 정상인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이 기준이다. 200∼240이면 콜레스테롤이 높은 편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혈관을 막아 혈액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 써야 한다.

    소변 검사는 단백뇨, 요로감염, 방광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정상인의 소변 내 pH수치는 5.5∼7.5로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다. 이보다 높거나 낮으면 강산성이나 강알칼리성으로 변해 방광염이 생길 수 있다.

    ‘도움말 : 전성훈 서울아산병원 검진의학과 교수, 한지혜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은철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 연구부장, 박상민 국립암센터 삶의질향상 연구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암 검진 무료로 받으세요

    40세 이상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2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보험공단에서는 고혈압, 비만, 당뇨 등 질병과 희망자에 한해서 특정암(위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 검진을 실시한다. 검진 비용의 50%는 보험공단이 부담한다. 현재 성인병과 특정암까지 검진할 경우 본인부담금이 16만원 선이다. 올해부터 위암, 유방암, 대장암, 간암 등 4대 암 검진비의 본인부담금이 현행 50%에서 20%로 낮춰질 전망이다.

    또한 40대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 중 하위 50%에 해당되면 암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일 경우 30대라도 무료검진자에 해당된다. 하위 50%는 월 3만9430원 이하를 내는 저소득층으로 약 150만명 정도가 해당된다. 이 검진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송한 통지서가 있어야 한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1년에 2차례 건강검진표가 가정에 도착한다. 검진표를 받은 가입자는 공단 인터넷 홈페이지(www. nhic.or.kr)나 공단지사로 전화(1599-1125)해 검진기관을 선정한다. 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검진기관은 한양대병원 등 종합병원 280곳, 병·의원 1847곳, 보건기관 106곳 등 전국에 2233곳이 있다.

    1차 검사에서는 종합혈액검사, 흉부방사선 촬영 등 22개 항목을 진단한다. 정밀검진이 필요한 가입자에겐 1차 검진 결과를 발송할 때 안내서를 동봉한다. 2차 검진 안내를 받은 가입자는 30일 이내에 당뇨병 고혈압 등 질환이 의심되는 항목을 정밀하게 검사받을 수 있다.



    5대 암 검진 권고사항
    검진대상 검진주기 검진방법
    위암 40세 이상 남녀 2년 위내시경 검사 또는 위장 조영술
    간암 40세 이상 남녀로 간경변증이나
    B형 간염바이러스 항원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 항체가 양성으로 확인된 자
    6개월 간초음파검사+혈청알파태어단백 검사
    대장암 50세 이상 남녀 1년 분변잠혈반응검사 이상 소견시 대장내시경 검사 또는 이중조영바륨 검사
    유방암 30세 이상 여성 매월 유방 자가진단
    40세 이상 여성 2년 유방촬영술+유방 임상진찰 권장
    자궁경부암 30세 이상 여성 2년 자궁경부 질세포검사




    건강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