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무용수 출신 배우 리경(23)은 사춘기 때 부모의 손에 이끌려 두만강을 넘는다. 그후 4년 동안 중국 공안을 피해 쫓겨 다닌 세월은 영화 ‘태풍’에서 최명주(이미연 분)가 겪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행히 2002년 한국으로 들어와 지난해부터 TV 드라마 조연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종영된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에서 탈북자 출신 내레이터 모델을 연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리경은 북한 예술인 최초로 우리나라 상품 광고(삼성전자 애니콜)에 출연해 화제가 된 조명애씨의 한 해 후배. 어릴 적 평양에서 함께 무용을 공부했다.
이성에 눈뜰 무렵 도피 생활을 시작했고 낯선 남한에 와서는 문화 차이에 시달렸을 테니 아직 남자친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도 “한 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섹시한 포즈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은 무리일 듯했다. 남자를 유혹해본 적도, 유혹 당해본 적도 없으니까. 예상대로 그는 TV에 자주 나오는 섹시한 여가수의 자태를 흉내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촬영 중반을 넘기던 어느 순간 ‘농염한 여인’으로 돌변했다.
“사실은, 학교(동국대 영화과)에 유혹하고 싶은 남학생이 있는데, 카메라가 그 친구라고 상상했더니 좀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여자가 먼저 유혹하면 남자가 싫어할 수도 있다고 하자, 정색을 하면서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유혹하고 싶다”며 당돌하게 받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 남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