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5월 헤로인 125kg의 호주 밀반입 과정에 개입돼 조사를 받고 있는 북한선박 봉수호가 시드니 항구에 강제 정박해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북한 당국의 개입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약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실사 임무를 준비하고 있는 기구는 유엔 산하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International Narcotics Control Board)로 알고 있으며, 북한 당국과 방문일정 등을 협의하는 단계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당초에는 1월 중순 방북할 계획이었지만 북한 내부 사정으로 연기됐으며, 늦어도 상반기 안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는 설명이었다.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미국이 대북 압박의 다음 단계로 마약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북한에 대한 국제기구의 마약관련 실사는 이를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동아’는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INCB 사무국에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INCB의 아시아담당 마약통제관은 “2006년 1월중에는 북한에 대한 실사 임무가 실시되지 않았으며,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사전에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INCB의 관련 임무는 수행된 이후에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INCB, “북한은 히로뽕 원료 주생산지”
INCB는 각 회원국이 유엔에서 정한 마약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 설립된 준(準)사법 독립기관이다. 기본적으로는 마약성분이 들어 있는 약품의 합법적인 제조와 거래, 판매와 관련해 의료용 및 과학용 마약류의 공급량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 임무. 마약류 의약품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거래되는지 동향을 파악하고 유출을 막는 한편, 마약류 원료물질의 불법 전용을 막기 위해 각 회원국을 지원하기도 한다.
불법적으로 제조되는 마약류의 유통과 관련해서는 국제법이나 각국 국내법상의 취약점을 파악해 이에 대한 수정을 권고한다. 각 회원국의 정책이나 법령, 정부체계 등에 마약을 단속하고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는지 실사하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마약류의 불법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이동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할 때는 준사법기구로서의 권한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대검찰청 마약수사과가 INCB의 업무 파트너다.
북한에 대한 INCB의 현장실사는 북한을 유엔이 정한 국제협약에 가입시키기 위한 실무교섭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간이 되는 것은 1961년 제정된 ‘마약단일협약(Single Conven-tion on Narcotic Drugs)’ 등 세 개의 국제협약. 이들 다자간 협약에 서명한 국가는 자국 내 마약류 관리실태와 유통상황, 국경반입 및 반출상황을 확인해 통계를 내고 INCB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2006년 현재 이들 협약에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며 통계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INCB는 그간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수차례 가입을 촉구하고, 한편으로 국제사회의 압력을 호소해왔다.
특히 INCB가 북한의 마약 실태와 관련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히로뽕의 원료인 메스암페타민이다. 2001년 2월 서울에서 개최된 INCB 연례총회에서는 북한을 중국, 필리핀, 미국 등과 함께 메스암페타민의 주요 생산지로 지목한 바 있다. 야쿠자 조직 등을 통해 일본으로 유입되는 메스암페타민 일부가 북한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 이때 발표된 마약 실태 보고서는 일본으로 운반되는 그외의 마약도 북한 영해에서 보트로 옮겨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