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에 이로운 술은 없다. 문제는 마시는 양과 빈도이다.
알코올은 바이러스성 간염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현재 B형 간염 환자 수가 예방 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감소하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조만간 알코올성 간 질환이 만성 간염 및 간경변증의 주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과 알코올이 주성분인 술은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분이 없어 장기간의 음주는 영양 결핍을 초래한다. 술은 원료나 제조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지만 통설로 알려진 것처럼 그 종류나 마시는 방법에 따라 간 손상 정도가 다른 것은 절대 아니다. 간 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섭취한 알코올의 양과 음주 횟수다.
물론 무조건 술을 다량으로 마신다고 모든 사람이 간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니다. 술로 인한 간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고 개인차도 있기 때문이다. B형이나 C형 간염 등 다른 간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술을 장기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알코올성 간 질환의 빈도가 현저히 높아지며 술을 마시는 사람의 영양상태, 음주량, 음주방법에 따라 간 손상의 정도가 각각 다를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술 종류와 상관없이 마신 알코올 총량과 얼마나 자주 마시느냐에 따라 간 질환이 발생하며 특히 여성은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간이 손상될 수 있다.
간경변증 부르는 술
일반적으로 65세 이하 남성은 하루 알코올 40g 이하(포도주 2잔, 소주 반병 정도에 해당), 모든 여성과 65세 이상 남성은 하루 알코올 20g 이하(소주 2잔 이하)의 음주량이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알코올 대사 능력이 큰 차이를 보이므로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알코올성 간 질환은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으로 구분되는데, 이 질환들은 환자에 따라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혈액검사만으로 알코올성 간 질환을 진단하거나 그 정도를 파악할 수는 없다. 특히 알코올성 간 질환은 아무런 증상 없이도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이 간세포에 지방을 과도하게 축적하게 해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간세포 자체의 손상은 거의 없는 질환으로, 알코올성 간 질환 중 가장 흔하다. 증상은 거의 없고, 건강검진 등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90%에서 관찰되며, 일반적으로 혈액검사에서 중성지방이 높게 나타나고, 간기능 검사 중 AST(SGOT)와 ALT(SGPT)에 비해 특히 r-GTP가 증가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회복될 수 있는 질환으로, 술을 끊으면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반면 알코올성 간염은 알코올에 의해 간에 염증이 발생해 간세포를 파괴하고 결국 간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증상이 아예 없거나 발열, 황달, 상복부 동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으며, 간이 심하게 붓고 복수가 차거나 수개월 내에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음주 정도 조사와 간기능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경미한 경우 술을 끊으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심한 경우 입원해 스테로이드 투여, 간이식 수술 등 특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간염이 생긴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올 수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또한 처음엔 아무런 증상이 없으나 점차 전신 피로감 및 식욕 감퇴 증상이 나타나고, 좀더 진행되면 복수, 식도정맥류와 출혈, 간성뇌증 또는 혼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일단 간경변증이 생기면 금주로 급속한 진행은 억제할 수 있으나 정상 간으로 되돌리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