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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대선의 해’에 쓰는 대통령論

국민이 품위 있게 ‘국민노릇’ 할 수 있기를

  • 한수산 작가, 세종대 교수

‘대선의 해’에 쓰는 대통령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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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태를 바라보면서 나는 혼자 안 해도 좋을 걱정을 한다. 이번에는 또 누가 대통령이 되어, 얼마나 국민을 괴롭힐 것인가. 불행하게도 내 개인사 속의 대통령은 언제나 국민을 괴롭히고 절망하게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언제 어떻게든, 꿈과 희망으로 우리를 보듬어준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나에게는 없다. 나에게 있어 대통령의 이미지는 언제나 한 곳에 가 머물렀다. 그것은 ‘참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노구를 이끌고 해외로 망명하는 첫 대통령의 모습을 보아야 했던 게 어린 시절 중학교 때였다. 우리 세대의 젊은 날을 온통 장악한(!) 채 공포로 얼룩진 ‘조치’를 이어갔던 18년이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에 찾아온 것은 그야말로 희화(戱畵)였다. 그 18년의 군사정권만으로도 정말 배가 부른데, 다시 체육관 출신 대통령이라는 희화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나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 아둔한 정치적 감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평생을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던 두 야당 지도자의 시대를 바라보면서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단 한마디였다. 저분들은 겨우 저런 대통령이 되려고 평생을 살았다는 것인가. 겨우 저렇게 하고 싶어서 그토록 국민을 볼모로 잡으면서 대통령에 집착했단 말인가.



그렇게 해서 시중에서는 솥을 가지고, 혹은 소를 가지고 역대 대통령들을 아프게 희화화해왔다. 어느 대통령은 밥솥을 준비했고 어느 대통령이 밥을 했는데, 어느 대통령이 그 밥을 누룽지까지 긁어 먹고 나자 누구는 밥솥에 ‘코드’를 잘못 끼워서 태워버렸다는 이야기다. 소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누가 대통령에게 소를 가져오니 어떤 대통령은 그걸 농민에게 보냈는데, 어느 대통령은 소를 잡아 잔치를 벌이고, 어느 대통령은 아들에게 주어버리고, 또 어느 대통령은 북한의 국방위원장에게 보냈다. 그런데 어느 대통령은 이 소를 끌고만 다니지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것이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그 대통령은 국민이 잊을 만하면 ‘나, 이 소 안 가질래!’를 되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찰 없는 대통령

그러나 이 말들을 속삭이는 마음속에는 다만 웃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어이없는 회한과 울분이 남는다. 그 대통령에게 기대와 지지의 한 표를 들고 투표장으로 향했던 유권자들은 조금 다를 것이다. 그러나 쓸쓸한 고백을 하자면 나는 내가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면서 한평생을 살아왔다. 오죽하면 내가 찍는 후보는 그때마다 떨어지니 이번에는 아예 떨어지라고 저쪽 사람을 찍어버릴까 생각했다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화들짝 놀란 적도 있다.

될 사람에게 표를 더해주지도 못할 정도로 우매한 정치적 감각을 가진 나를 스스로 잘 알기에, 나에게 2007년의 대선에서 이런 대통령을 기다린다는 희망 따위는 애초에 덧없는 것이 되고 만다. 이런 덕목을 가진 대통령, 저런 자질을 가진 대통령과 한시절을 살아보았으면 하는 꿈을 접은 지도 오래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하는 믿음이 있다면, 선거제도에 대한 나의 불신이다. 그 어떤 선거에서든 당선된 사람이 낙선한 사람보다 우수하지도 않고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다는 평범하고도 속상하는(!) 이 믿음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여름 정부는 ‘비전 2030’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거기 따르면 2030년이면 우리는 그야말로 낙원의 삶을 누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결코 공감할 수 없었던 국민의 하나다. 오직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1100조원이라는 세금이 쏟아 부어진다는 것이었다. 왜 그것이 희망이나 약속이 될 수 없었던가. 거기에서 나는 이 정부의 어떤 의지도 능력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비전 아닌 비전에서는 장밋빛 수치와 세금은 있지만 고통에의 동참을 호소하며 미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오늘의 희생을 국민에게 간절히 설득하는 대통령의 의지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앞장서서 이렇게 나가겠습니다’하는 대통령의 성찰(省察)이 없는 정부에 무엇을 기대하라는 것이었을까. 어느 역사에 고통 없는 미래가 있으며, 오늘의 희생이 없이 이루어진 약속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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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작가, 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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