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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노무현 정부 ‘마지막 1년’에 바란다

‘승부수’로 뒤집으려 말고 ‘자연’으로 돌아가라

  •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parkp@snu.ac.kr

노무현 정부 ‘마지막 1년’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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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홍보에 유별나게 열의를 바친 국정홍보처는 권력자의 한과 서러움을 방출하는 기관으로 유명해졌다. 그 결과 여론과 언론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이른바 오기(傲氣)정치가 출현했다. 독선과 고집으로 일관해온 그의 통치에 대해 용감하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보다 동으로 가라면 서로 가는, 한사코 엄마의 말을 거부했던 청개구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 정권 특유의 ‘오기의 통치학’에는 아무래도 언론이나 국민의 책임도 있는 것 같다. 언론이나 국민은 참여정부 출범시 여느 때와 같이 “비판 없는 절대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라는 고전적 준칙을 떠올리며 ‘선출된 권력’에 대해 칭찬하고 격려하기보다는 감시와 비판으로 견제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절반’과 너무 쉽게 헤어져

노 대통령은 어떠했는가. 처음에는 ‘반통령’에 불과하다며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안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와 국민의 절반은 너무 쉽게 헤어졌다. 그들의 비판과 우려를 단순히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기득권자의 음모로 치부한 것이다. 만일 노 대통령이 모든 국민의 대통령, 즉 ‘온통령’이 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했더라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평화롭고 번영한 사회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소란스럽고 덜 어지러웠을 것이다. 심지어 지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반대하는 사람이 줄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편 가르기를 하며 싸움에 뛰어든 결과 우리 사회는 ‘만인투쟁의 장’으로 변모했고 ‘투쟁이 모든 것의 아버지’가 되는 살벌한 상황으로 일변했다. 운명은 노 대통령에게도, 국민에게도 가혹했다. 통합보다 투쟁의 길을 선택한 그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외롭고 슬픈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슬픔과 외로움은 국민의 불행과 불안, 탄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린은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 되었다고 하지만, 역전(逆轉)의 귀재인 노 대통령은 왜 ‘슬픈 대통령’이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그의 집권기간은 국민을 어떻게 다스릴지에 초점을 맞춘 ‘통치학’보다 통치자를 어떻게 섬길지에 주안점을 둔 ‘피(被)통치학’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제왕학’보다 ‘백성학’의 정립이 필요한 시기였다.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호소하고 설득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게 만드는 방법론보다 국민이 서러워하는 대통령을 달래고 격려하면서 바람직한 국정운영을 하게끔 유도하는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물론 언론도 이 사실을 몰랐다. 이것이 ‘노무현 정치의 비극’을 넘어 ‘한국 정치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주역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정상까지 오른 용은 후회할 일만 남았다는 의미다. 한국의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용이다. 그것도 물속에 엎드려 있는 ‘잠룡(潛龍)’도 아니고, 산속에 누워 있는 ‘와룡(臥龍)’도 아닌, 오로지 하늘로 오른 ‘비룡(飛龍)’이다. ‘용비어천가’야말로 이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 사람들이 서슴지 않고 “용 났다”고 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이 돼 최고 권좌에 오르면 찬란함과 인기도 잠시뿐 ‘고난의 행군’ 시기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여론의 요동이나 인기의 부침은 얼마나 심한가. 더구나 사면초가에 직면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지금 ‘항룡유회’의 비애를 곱씹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화가 나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냉소적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충실했던 노사모가 결사적으로 대통령을 옹위하는 것도 아니다. 전투적 성향을 띠던 친노(親盧) 매체들도 노 대통령 때문에 진보의 이미지만 구겼다고 불만이 대단하다. 대통령은 글자 그대로 ‘왕따’ 신세고 벼랑 끝에 섰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노 정부는 뭐니뭐니 해도 핵 문제와 부동산 문제에서 뼈아픈 실패를 했다. “남북 문제만 잘되면 다른 문제에서는 깽판 쳐도 된다”고 했는데, 북한이 덜컥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했으니 사람들이 대북 포용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포용정책은 차기정권도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성역(聖域)으로 만들고 있다.

하기야 이 정부에서 헌법처럼 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바로 부동산 문제가 그렇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횟수만 해도 부지기수다. 그 결과 중과세 위주의 정책을 남발했는데, 부동산 값은 어느 정권 때보다도 오르는 기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강남사람들과의 ‘전투’에서는 이겼는지 모르나 ‘전쟁’에는 졌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부동산 정책은 결코 실패가 아니며, 그 효과는 몇 년 후에 나타날 거라고 강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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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parkp@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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