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그것도 소설이 아닌 한국의 미래를 위한 책을 쓰겠다고 하자 가까운 지인들이 보인 첫 반응은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성장 잠재력과 위기, 그리고 도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은 10개월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책 프로젝트는 그전에 내가 컨설턴트로 담당했던 어떤 것보다 힘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은 9년의 한국생활 중 가장 강렬했다.
이번 호에서는 내가 ‘다이아몬드 딜레마’라는 책을 발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국어판과 영어판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나는 출판업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초보 저자로서 책을 내면서 배운 몇 가지 교훈을 독자와 나누고 싶다.
처음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한국어로 발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문에 목표 독자는 당연히 한국인으로 정했다. 내 책을 내줄 한국의 출판사를 물색하면서 나는 출판업계의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한국의 출판업은 아직 성숙한 ‘비즈니스’의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이아몬드’의 진짜 딜레마
출판업체나 출판인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기보다는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언론에 등장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인지 대다수 출판사의 수익성은 매우 낮았다. 출판사가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영세한 출판사가 많다보니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다섯 출판사의 시장점유율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몇 개의 대형 출판사가 70%의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한국판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내 책을 상업적인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묻히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출판사의 편집자는 한국에서 잘 팔리는 책은 ‘너무 튀지 않는 것’이라며 내 책의 제목을 ‘다이아몬드 딜레마’라고 짓지 말자고 했다. 그 대신 예전에 히트한 적이 있는 책의 제목을 따서 ‘한국을 보여라’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 편집자의 논리는 한국 독자가 ‘다이아몬드 딜레마’라는 제목만 보고 한국의 미래나 위기에 대해 쓴 것임을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책의 판매부수를 위해 나의 철학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딜레마’야말로 내가 평소에 한국에 기대하고 걱정하는 것을 가장 함축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말이라고 자부하던 터였다. 나는 이 제목을 미리 정해두고 책 내용을 구성하고 살을 붙였다. 다이아몬드 딜레마는 책 제목일 뿐 아니라 화두요, 내 생각의 근간이었다.
어쨌든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출판업계가 책 제목을 정할 때도 성공을 거둔 책을 모방하고 대중의 인기에 편승해 잠재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왜 외국영화의 제목이 유독 한국에서만 ‘이상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결정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초안이 완성된 후 나의 편집 에디터는 파트너이자 지원자로서 성실하게 일해 주었다. 그는 나의 초안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한국인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건설적이고 정연한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