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호

개교 10년, ‘방송 특성화大’ 자리매김한 동아방송예술대학

“끼 넘치는 젊은이들, 속이 꽉 찬 방송예술인으로 키워냅니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7-06-07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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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인 지망생 100만명 시대’라고 한다. 그로 인한 폐해도 적지 않지만 대중문화의 위상이 높아졌음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10년 전 처음 신입생을 맞은 동아방송예술대학은 이듬해 교육인적자원부 방송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명실상부 ‘실습 중심 전문 방송인 교육기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일찍이 대중문화의 저력을 내다보고 기반을 닦은 것이다.
    개교 10년, ‘방송 특성화大’ 자리매김한 동아방송예술대학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한 지 1시간쯤, 중부고속도로 한편에 서 있는 노란색 광고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기자기한 글씨로 ‘동아방송대학의 새 이름 동아방송예술대학’이라고 씌어 있다. ‘얼추 다 왔나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30여 분 만에 동아방송예술대학(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정문을 통과했다.

    동아방송예술대학은 1997년 ‘방송문화산업을 선도할 정예 방송인력 양성’을 목표로 개교했다. 개교 당시 이름은 동아방송전문대학. 이듬해 교명(校名)을 동아방송대학으로 바꿨으나, 최근 방송제작뿐 아니라 방송연예 및 예술 분야 학과 비중이 높아진 것을 반영해 개교 10주년을 맞는 올 초 동아방송예술대학으로 새출발했다.

    학교에 들어서자, 최근 치러진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한 재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여느 대학이라면 그 자리에 각종 고시 합격자 명단 또는 대학평가 순위와 취업률을 내세운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을 것이다. 이 대학이 방송 분야에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임을 입구에서부터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아방송예술대학은 1998년 처음 방송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방송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됐다.

    대학 캠퍼스는 언제나 싱그럽다. 녹음이 짙어져가는 동아방송예술대학의 캠퍼스는 더 그랬다. 화려하되 요란하지 않고, 풍성하되 난삽하지 않은 조경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학 건물들을 아늑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인조잔디구장이다. 본관 앞에 펼쳐진 잔디구장에서 편을 갈라 축구하는 학생들의 함성이 캠퍼스 구석구석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광고홍보계열 정은경 교수에 따르면 ‘학교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이 학교의 기본 철학이다. “지방 대학에 다니는 학생 대부분이 수업만 듣고 학교를 떠나는데, 장차 ‘방송’ 일을 할 학생들이라면 학교에서 ‘즐거움’을 경험해봐야 즐거움을 창조해낼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학교 조경에 남달리 신경을 쓰는 것도, 인조잔디구장을 마련한 것도 그저 보기만 해도 즐거운 학교를 만들고,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즐겁게 놀아보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아방송예술대학은 방송국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학생의 잠재된 끼가 흘러넘치도록 자극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방송사 사장 출신의 하영석 동아방송예술대학장은 “웬만한 공중파 방송사에 버금가는 종합스튜디오와 주조정실, HD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방송장비와 송출장비까지 갖춰 가끔은 대학이 아니라 방송사에 근무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말한다.

    “기본기가 돼 있다”

    대학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종합TV스튜디오에선 마침 영상제작계열 학생들의 ‘카메라워크’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선 학생들이 돌아가며 스테디 카메라를 몸에 부착한 채 이동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크레인에 카메라를 매달고 촬영하는 지미집(Jimmy Jib)을 작동하고 있었다. 종합TV스튜디오는 3대의 디지털 EFP(Electronic Field Production) 카메라와 1대의 스탠더드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초대형 스튜디오로 쇼, 드라마, 연극 등 규모가 큰 제작실습이 가능하다. 종합TV스튜디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정실에는 디지털 스위처, 디지털 영상 효과 장비(DVE), 문자발생기, 편집기가 연결돼 있다.

    “손에 힘주지 말고, 모니터 보고, 왼발, 오른발….”

    스테디 카메라 워크를 지도하는 장병민 교수는 KBS 영상제작국에서 ‘미녀들의 수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낭독의 발견’ 등을 제작하고 있는 ‘현역’이다. 장 교수는 “동아방송예술대학 시스템이 웬만한 외주제작사보다 나은 수준”이라며 “제작실습 환경은 최상”이라고 평했다. 1998년부터 이 대학에서 강의한 장 교수는 “졸업 후 방송국에 진출한 제자들이 촬영, 음향, 편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대체로 ‘기본기가 돼 있다’는 평을 듣는다”며 뿌듯해했다.

    종합TV스튜디오의 절반 규모(45평)로 시트콤, 간담회, 뉴스 등을 제작실습하는 소형 스튜디오는 모두 4개인데, EFP카메라와 크로마키 보드가 있어 화상합성을 통한 생동감 넘치는 화면 연출이 가능하다.

    개교 10년, ‘방송 특성화大’ 자리매김한 동아방송예술대학

    표정이 살아있는 공연예술계열 학생들.

    디지털 오디오 믹서와 멀티 리코더가 설치된 미디실은 컴퓨터를 이용한 각종 음향 샘플링, 녹음, 음향편집이 가능한 음향 전문 스튜디오. 각 스튜디오와 야외에서 촬영한 소스들에 음향 및 더빙작업을 하는 더빙실도 있다.

    그 밖에 마스터 테이프를 제작할 수 있는 종합편집실, FX제작 및 아날로그와 디지털 영상 동시 편집이 가능한 특수영상편집실, 각종 영상과 음향자료를 기초 편집해 종합편집을 준비하는 가편집실과 개인편집실도 충분히 갖춰놓았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들 방송 기자재는 개교 당시 MBC 미디어텍에서 직접 설비했고, 100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었다. 방송국에 버금가는 학교 시설 덕분에 최근 개교 10주년 기념 CF도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개교기념일인 5월28일엔 ‘안성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를 여는데, “가수만 외주이고 나머지는 모두 학교 기자재와 인력으로 소화한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얘기다. 교내 행사뿐 아니라 지역 행사에도 동아방송예술대학 장비와 인력이 수시로 동원된다. 매년 가을 열리는 ‘안성 바우덕이 축제’를 비롯한 여러 지역 행사 무대 주위엔 늘 동아방송예술대학 학생들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하영석 학장 인터뷰

    “방송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균형감각”


    개교 10년, ‘방송 특성화大’ 자리매김한 동아방송예술대학
    지난해 동아방송예술대학 제4대 학장에 취임한 하영석(河永錫·65) 학장은 1968년 MBC에 입사해 정치부장, 뉴욕특파원, 베이징 지사장을 지냈고, 2002년 대전MBC 사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방송 일에 젊음을 바친 그는 방송인이 되겠다는 열정을 품은 학생들과의 생활이 즐거운 듯 보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교직원 숙소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의 ‘밤문화’를 관찰하는 등 ‘밀착 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 방송인에서 대학장으로 변신했는데, 어떻게 적응하고 있습니까.

    “방송 현장 경험을 대학에서 후진양성에 활용한다는 게 행운이고, 보람도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해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도 했습니다.”

    ▼ 방송현장에서 생각하셨던 방송인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입니까. 또 그것을 대학 운영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요.

    “방송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균형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인쇄매체와 달리 순간순간 소리와 영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자칫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고, 그러다보면 사실이 왜곡될 소지가 많죠. TV의 장점은 사건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거지만, 어떤 장면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크게 달라집니다. 균형감각이 없으면 어느 일방으로 사실을 왜곡하기 쉽죠. 그래서 교직원들에게 편견이나 선입관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접근하라고 권고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정직이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무기라는 인식을 강조하죠.”

    ▼ 직업인으로서 방송계 진출,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동아방송예술대학 출신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방송국과 같은 시설에서 현업 경력이 풍부한 교수님들이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이죠. 이론 수업과 함께 다른 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기자재를 학생들이 직접 만지고 익힐 기회가 많은 만큼, 취업했을 때 별도의 수습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훈련된 방송 인력을 구하기 힘든 미주한인 방송들이 우리 학교 학생들을 많이 원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공연예술계열의 경우 매년 대학 뮤지컬페스티벌에 참가해 수상하고,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을 우리 대학 음향제작계열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본 관련업계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이런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곳이 있었냐’며 놀라죠.”

    ▼ 졸업생들은 대개 어느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까.

    “우리 대학은 개교 당시부터 방송 스태프인력 양성에 주력해왔습니다. 화면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작에 가장 중요한 스태프로 상당수 활약하고 있죠. KBS, MBC, SBS 같은 공중파뿐 아니라 케이블TV나 DMB 관련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 신설한 대중예술분야에선 가수 이정, 개그맨 유세윤, 탤런트 여호민, 윤서희(‘생방송 TV연예’ 리포터) 등이 전공을 살려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요.”

    ▼ 방송 진출을 위한 디딤돌로 많은 젊은이가 대학 외에도 연예기획사학원, 각종 방송아카데미를 찾습니다. 2년제나 4년제 대학 졸업 후에 다시 그곳을 찾는 이들도 있고요. 동아방송예술대학은 이들과 어떻게 다릅니까.

    “단순히 제작기술을 가르치고 연기 훈련을 한다면 별다를 게 없겠지만 우리 대학은 다양한 교육 과정을 통해 진정한 방송인의 품성과 자격을 갖춘 준비된 인재를 양성합니다. 우리 대학의 교육을 ‘지성, 덕성, 기예’로 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솔직히 학원이나 아카데미가 우리 대학의 경쟁 상대나 비교 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 개교 10주년을 맞았는데,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지난 10년은 기초를 다지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0년은 발전의 시기가 돼야죠. 특성화대학으로서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나라 문화예술 분야에 한 획을 긋는 인재를 양성하는 게 우리 대학의 사명이자 목표입니다. 막연한 꿈을 가졌을 뿐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책임교수제’를 실시, 상담을 통해 개인별 ‘로드맵’을 짜서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21세기 문화시대에 걸맞은 문화인을 길러내는 전초기지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개교 10년, ‘방송 특성화大’ 자리매김한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제작계열 ‘카메라워크’ 수업.

    지자체와의 이 같은 협력이 학생들에게 실무교육현장을 제공하는 셈이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려면 축구공이 그 무엇보다 편해져야 하지만, 방송인을 꿈꾸면서도 방송 기자재를 제대로 작동해보지 못한 채 대학 문을 나서는 이가 많다. 방송기자재 대부분이 고가(高價)이다보니 이만한 시설을 갖춘 학교가 드물고, 시설을 갖췄다고 해도 ‘활용’보다 ‘관리’에 신경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런 점에서 동아방송예술대학 학생들은 방송기자재를 두려워하지 않고, ‘만지기를 즐긴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이 대학은 별도의 실습지원실과 장비유지보수실을 운영, 학생들에게 모든 장비를 대여해준다. 실습지원실에서 만난 음향제작과 학생은 “목적만 분명하면 누구나 언제든 필요한 장비를 빌려 쓸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지금 ‘촬영 중’

    사정이 이렇다보니 캠퍼스 곳곳의 학생 상당수가 방송장비를 들고 뭔가 ‘작업 중’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일단 말을 걸면, 아니 카메라를 들이대면 탁구공처럼 통통 튀었다.

    “콘셉트가 뭐죠?”

    방송장비를 어깨에 둘러멘 학생에게 사진 촬영에 응해줄 것을 부탁했을 때 나온 반응이다. “그냥 이쪽에 서서 얘기하는 것처럼 해봐요”라고 말하는 기자가 오히려 머쓱해진다. 나중에 사진 촬영에 응한 다른 학생들도 갑작스럽게 ‘데뷔’하는 양 신나하고, 무엇보다 ‘OK 사인’을 기다리는 모델처럼 열심이었다. 그리고 사진 촬영이 끝난 다음엔 사진 기자의 카메라를 스스럼없이 만지고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들이 모두 방송연예과 학생인 것도 아니다. 정은경 교수는 “뭘 하나 한다 하면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우리 학생들 특징이라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자연스러워한다”고 귀띔한다.

    “이렇게 지내다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인턴십’이 필요 없죠. 우리 대학 출신은 직업인으로서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에요.”

    방송사 수준의 실습기자재와 더불어 방송 및 예술 현장 경험을 전수해줄 수 있는 교수진 또한 동아방송예술대학의 강점이다. MBC 정치부장, 뉴욕특파원, 베이징 지사장, 대전MBC 사장을 지낸 하영석 학장을 필두로 지상파 방송국과 관련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인사들이 교수진에 대거 포진해 있다. 연기자 송옥숙·이영후·이재용씨, 뮤지컬 음악감독 김혜진씨가 예술분야의 대표적인 ‘현업’ 교수이며, 방송연예과 김상준 교수는 KBS 아나운서 출신이다. 영상제작계열 금웅명 교수는 KBS와 SBS PD를 지냈고, 방송극작과 홍용락 교수는 SBS 드라마 PD 출신이다.

    방송연예과 2학년 문종형군은 “TV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는 연기자 교수님 강의는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동아방송예술대학은 끼 있는 학생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가교가 될 만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Illinois State University, Normal), 시카고 예술대학(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중국광파학원(Beijing Broadcasting Institute), 러시아 게르첸교육대학, 쉐프킨연극대학, 모스크바 부기크영화대학과 학위협정 및 학사교류협정을 체결해 학생 교류의 길을 열어놓았다. 최근엔 졸업생 2명이 시카고 예술대학에 편입해 유학을 떠났다.

    1997년 개교 당시 9개 학과 720명이던 입학정원은 2007년 16개 학과 1152명으로 늘어났다. 한 해 졸업생 800여 명.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꿈을 키운 졸업생들이 방송·영화·공연·광고 분야에 고루 진출해 있다. 우선 가수 이정, 개그맨 유세윤·유상무·장동민, 드라마 ‘주몽’의 ‘오이’로 주목받은 여호민 등 연예계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근 여러 대학이 ‘특별전형’으로 ‘연예인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동아방송예술대학은 그렇게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다. 대학 관계자는 “영상음악과 인기가 특히 높다”며 작곡가로도 꽤 인지도가 높은 인기 가수가 두 번이나 영상음악과에 지원했다 낙방했다고 귀띔한다.

    ‘DIMA 엔터테이먼트’

    대중에게 노출되는 직업이다보니 연예인 졸업생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화면이나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스태프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졸업생이 더 많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하영석 학장은 “얼마 전 졸업생으로부터 한 공중파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제작방식을 놓고 제작진 사이에 다툼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양쪽 다 우리 대학 출신이라 서로 사과하고 웃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 정도로 우리 학생들이 각 분야에 두루 진출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예술 분야는 ‘취업률’을 파악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개그맨이나 연기자는 물론 영상 제작 스태프도 ‘프리랜서’가 많다. 물론 방송국에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진 않지만, 벽은 높고 문은 좁다.

    개교 10년, ‘방송 특성화大’ 자리매김한 동아방송예술대학

    학생회관 노천 카페에서 교내 방송(DBS)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학생들.

    2001년부터 방송기술, 영상제작, 정보통신, 인터넷방송 계열을 3년제로 전환해 교육 과정을 심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아방송예술대학은 최근 더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최첨단 방송기자재와 우수한 교수진, 재능 있는 예비 방송인을 기반으로 대학 자체 기획사를 세우는 것이다. 가칭 ‘DIMA 엔터테인먼트.’ 방송연예는 물론, 영상제작, 방송극작, 영상음악 등 분야별로 양성한 인재가 ‘제대로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모두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데, 몇몇 스타급으로의 ‘쏠림’ 현상 때문에 관련 산업이 왜곡되고 있어요. 촬영 스태프나 작가 발굴은 외면하니 외적 성장, 소위 ‘대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춥고 배고픈 사람이 많죠. DIMA 엔터테인먼트가 그런 관행을 깨는 시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영석 학장은 “종합뮤지컬 작품을 올려볼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연기자, 작가, 음악 감독, 무대연출, 음향, 조명 모두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고, 그 준비 과정 및 공연 실황의 녹화와 생중계도 가능하니 도전해볼 만하다 싶다.

    기자가 동아방송예술대학을 찾기 바로 며칠 전, 경북 영주 동산고 학생 30여 명이 인솔교사와 함께 이 대학을 견학했다. 기자보다 앞서 이 학교를 돌아본 학생과 교사는 하 학장과 학교 관계자들에게 “동아방송예술대학은 꿈의 대학”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목고 입시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지만, 모든 학생이 특목고를 징검다리 삼아 소위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건 아니다. 문화예술인으로 끼를 발산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도 많다. 그런데 이들의 간절한 꿈은 흔히 ‘바람 들었다’고 폄훼된다. 동아방송예술대학은 지난 10년의 성과를 발판 삼아 그러한 편견을 깨는 데 앞으로 10년을 투자할 계획이다.

    “끼 있는 젊은이를 제대로 된 문화예술인으로 성장시키는 게 우리 대학의 존재 이유입니다. 꿈에 부풀어 둥실 떠다니는 게 아니라, 속이 꽉 차서 기회가 왔을 때 꿈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도록 교육해야죠.”

    학교 홍보 CF 연출한 최원석 이사장, 저예산 영화 제작 야심

    개교 10년, ‘방송 특성화大’ 자리매김한 동아방송예술대학

    종합TV스튜디오에서 대학 홍보 CF를 촬영 중인 최원석 이사장.

    5월28일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공중파와 케이블 TV에 방영된 동아방송예술대학 홍보 CF엔 이 대학 출신 유명인이 총동원됐다. 탤런트 여호민·조윤미, 가수 이정, 개그맨 장동민·유상무·유세윤. 이들이 각기 연기, 노래, 개그하는 모습을 대학 내에서 촬영하고, 이들을 향해 교수들이 ‘멋지고 자랑스러운 제자이자 동료, 후배’라고 말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이 대학 상임이사인 장은영 전 KBS 아나운서가 등장해 “동아방송예술대학, 그 이름만으로 프로필이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알려졌다시피 동아방송예술대학은 동아그룹 창립자인 고(故) 최문준 회장이 설립한 공산학원 소속이며 현재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이사장이다. 최 이사장은 사업가 출신답게 교직원들에게 ‘학생은 고객’이라는 마인드를 강조하고, ‘오고 싶은 학교’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이 흙먼지 폴폴 풍기는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인조잔디구장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나, 화장실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비데를 설치한 것 모두 학생들이 학교생활 하는 데 불편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최 이사장은 방송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자주 카메라 장비를 들고 나와 잘 가꿔진 교정과 학생들의 모습을 촬영하곤 한다. 하영석 학장은 “최 이사장이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지 않았으면 방송 혹은 영화계로 진출했을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라고 전한다.

    그런 최 이사장이 묻어두었던 끼를 살짝 꺼내 보였다. 이번에 촬영한 학교 홍보 CF 연출을 그가 직접 했다. 최 이사장은 3개월여 동안 대학 내 CF 제작 실무팀과 머리를 맞대고 준비했고, 새벽 2시부터 다음날 자정까지 꼬박 이틀간 계속된 촬영 내내 자리를 지켰다. 학교 관계자는 “광고 카피를 비롯해 세세한 부분까지 최 이사장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장은영씨가 CF에 등장하게 된 연유도 남편인 최 이사장 때문일 거라 생각했는데, 학교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학 실무진에서 장은영 이사에게 출연을 강권했고, 최 이사장은 “당사자가 하겠다고 하면 하는 것이고, 싫다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두 분이 상대방의 의사를 철저히 존중하며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영석 학장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저예산 영화를 제작해 영화제에 출품하고픈 욕심을 갖고 있다. 하 학장은 “이사장의 이런 열정과 관심이 학생과 교직원에게 자극이 되고, 힘이 된다”고 말했다. 조만간 메가폰을 잡은 ‘최원석 감독’을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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