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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외환딜러 최세웅이 분석한 ‘BDA 문제’의 실체

“北 조치 늦어진 건 ‘박자병 비자금’ 조사 탓… 미국이 질 수밖에 없는 줄다리기였다”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탈북 외환딜러 최세웅이 분석한 ‘BDA 문제’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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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A 문제, 어떻게 흘러왔나

3월 송금 합의, 4월 동결 해제… 그러나 계속된 ‘수수께끼 속 버티기’


BDA 문제는 2005년 9월 미 재무부가 관보를 통해 이 은행을 돈세탁 우려 은행으로 고시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자국 내 은행에 BDA와의 거래를 주의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에 따라 마카오 행정청은 BDA에 북한 관련계좌를 동결하라고 명령했고, 서방권 은행들은 일제히 북한이나 BDA와의 금융거래에 난색을 표하기 시작했다.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BDA는 마카오 금융관리국에 의해 경영관리를 받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매각이 추진된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이후 1년여 동안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대사 등 북한측 인사들은 “BDA 문제가 해결되면 6자회담에 나가겠다”고 거듭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에서부터 실무자급 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채널을 통해 “비합법 자금은 놔두더라도 합법 자금은 풀어주자”고 미국을 설득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불법자금 거래 문제는 미 재무부 소관이므로 국무부가 담당하는 6자회담과는 별개’라며 타협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백악관의 대북정책이 급선회한 것. 이후 1월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 양자회동, 2월 열린 6자회담 등을 통해 미국측은 BDA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등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6자회담에서 결론이 나온 지 한 달 안에 미국은 BDA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그로부터 한 달 안에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등 이른바 ‘초기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당시 북-미 양측의 합의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이 열리고 있던 3월19일 북한과 미국은 이 문제를 두고 별도의 실무자 회의를 열었다. BDA에 동결된 자금 2500만달러를 베이징의 중국은행 내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북한은 이 자금을 인도적인 목적에 사용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3월21일 북한이 BDA에 제출한 52개 계좌 송금 신청서는 한 사람이 작성한 한 장짜리였고, BDA는 계좌 명의자나 그 합법적 권리 승계자 명의의 신청서 없이는 송금이 불가능하다고 거절했다. 중국은행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자금 중개에 관여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문제는 계속 공전하다 4월10일 미 재무부와 마카오 행정청이 ‘동결 완전해제’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다시 한 번 전기를 맞는다. 이로써 북한은 어느 때나 예금을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게 됐으므로 자신들은 할 일을 다 했다는 게 미국측의 설명이었다. 반면 북한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금 인출이나 다른 해외 은행으로의 송금을 마다하고 굳이 미국 내 은행을 통한 송금을 주장하며 ‘수수께끼의 버티기’에 나섰다. 4월 하순 52개 계좌로 분산돼 있던 자금을 조선무역은행 명의의 계좌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은 완료됐으나 북한은 계속 인출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5월 중순에 이르러 미국은 최종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이 자금을 중개할 자국 내 은행을 섭외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예치된 자금이 2500만달러’라는 초기 관련보도에 대해 평양은 깜짝 놀라 내역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마카오 소재 무역회사로 동남아 일대의 외환출납 루트인 조광무역 박자병 총지배인과 한광철 부지배인이 2006년 평양으로 소환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계좌의 명의자였던 박 총지배인은 사망했고, 한 부지배인은 숙청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그 직후였다. 조사는 공금횡령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박 총지배인이 처형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은 바보가 아니다”

▼ 평양 당국이 애초에 몰랐던 13개 계좌의 자금과 관련해, 몇몇 정부 관계자는 이 돈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외의 실력자가 만든 비자금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최근 북한이 내각 총리 등의 경질인사를 단행한 것을 이와 연결시키는 추론도 있다. 2·13합의 이후 BDA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들 계좌의 처리를 둘러싸고 비자금 주인과 당국 사이에 알력을 빚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당국의 승인 없이 13개 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쌓아놓은 주체는 오히려 박자병 총지배인 본인일 가능성이 크다. 평양의 실력자가 비자금을 만든다면 굳이 해외 계좌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박자병이 자금결제나 회사 운영과정에서 받은 리베이트를 계좌에 보관하다가 BDA 건으로 자금이 묶이면서 꼼짝달싹 못하고 유탄을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박자병은 예전부터 평판이 좋지 않았고, 1990년대 이전에도 무역사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

언론보도나 BDA의 통보를 통해 계좌수나 자금의 규모가 당국이 파악하고 있던 것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중앙검찰소(우리의 대검찰청)와 자금을 담당하는 중앙당 39호실의 검사부가 함께 조사를 개시했을 것이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 본인의 지시가 있었으리라고 본다. BDA 계좌를 관리해온 조광무역 관계자들이 소환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이후 조광무역은 새 총지배인을 임명하면서 마카오 사무실을 철수하고 중국 주하이(珠海)로 자리를 옮겼다-편집자).

금융은 투명하다. 계좌가 있으면 입출금 명세가 있고, 그럼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도 추적이 가능하다. 박자병 명의의 계좌로 평양 모르게 입금된 돈이 해외에서 왔다면, 동남아든 유럽이든 해당국 대사관이나 금융기관에 연수 나가 있는 직원들을 통해 역추적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까지 조사가 이뤄졌을 수도 있고, 박 총지배인이나 한 부지배인이 계좌자료를 들이밀며 윽박지르는 검찰소 직원들에게 자백했을 수도 있다. 박 총지배인 본인이 한때 39호실 검사부에서 일했던 만큼, 그런 추적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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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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