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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外高

강력한 수요와 애매한 대처가 낳은, 이 똑똑한 사생아를 어찌할꼬!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뜨거운 감자, 外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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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外高

지난 4월, 연세대에서 열린 ‘특목고 입시설명회’에 초·중학생 학부모 3000여 명이 참석했다.

목동의 한 특목고 입시학원 관계자는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1등급과 2등급에게 똑같이 만점을 주기로 결정한 것에서부터 특목고생 유치에 대한 대학의 고민이 묻어났다”며 “내신 1등급에게만 만점을 주면 수능 성적이 좋은 특목고생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내신 만점 범위를 넓혀 특목고생의 내신 불리를 완화하려는 게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일반사립고 교사는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를 특목고에 안 보내면 마치 이류 인생으로 전락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대학이 나서서 특목고에 특혜를 주려고 하니 결국 고교등급제가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평준화제도와 영재교육

그러나 “성적이 월등히 우수한 아이들끼리 모여 있는 학교와 일반학교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순 없지 않으냐”고 말하는 일반고 교사도 있다. 이 교사는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려고 하는 건 탓할 수 없다”며 “문제는 특목고가 ‘특수목적’이 아닌 일반고와 같은 목적으로 운영되면서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는 특혜를 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의 지적처럼 특목고는 ‘지적 수월성을 신장시키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고 인정받으면서도 본래의 설립취지를 저버리고 세칭 ‘입시 명문고’ 기능에 충실하다고 비난받아왔다. 이러한 비난은 특히 외고에 집중되는데,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과학고 졸업생은 대부분 이공계로 진학하는 데 반해 외고 졸업생은 극히 일부만이 어문계열로 진학하기 때문이다. 일부 외고의 경우 줄업생이 어문계열보다 이공계로 진학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외고가 ‘어학영재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반한 채 대입준비기관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과학고는 모두 공립인 데 반해 외고는 사립 비율이 높다는 것도 외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한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외고가 특목고로 지정된 1990년대 초·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10년 넘도록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결국 외고 열풍이 평준화 제도의 근간을 위협한다고 우려하는 지경에 이른 건 왜일까.

‘8학군 병’에 대한 응급 처방

진단이 명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가능한 법. 사단법인 한국교육연구소 이종태 소장이 최근 펴낸 ‘특수목적고등학교의 중장기 운영 방향 및 발전방안 연구’는 특목고 제도 도입 당시 설정한 정책 목표와 수단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특목고의 현황과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다. 그런데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작성한 이 보고서는 서두에서 “특수목적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정확한 의미나 정책적 의도를 어디에서도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히고 있다. 정확한 의미 규정이나 정책적 의도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으니 제대로 관리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 보고서는 차선책으로 특목고가 걸어온 길을 추적하면서 특목고의 의미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추정하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다. 1974년 시행된 고교 평준화제도는 당시 중학생 과외 열풍, 고입 재수생 누적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선지원 후시험의 고교입학제도를 연합고사 후 추첨을 통한 배정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평준화제도 시행으로 명문고 중심의 학연·학벌주의가 크게 완화됐지만, 학교선택권 제한과 소위 영재들이 학교교육에서 소외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 있었다.

그러던 차에 1980년 ‘7·30 교육개혁’을 계기로 과학과 어학 분야 영재를 기르기 위한 특목고 설립이 계획된다. 그리고 1983년 경기과학고가 탄생했다. 이듬해 대원, 대일 같은 몇몇 외국어학교도 개교했지만 특목고가 아닌, 학력이 인정되는 ‘각종학교’ 지위에 머물렀다.

외국어학교가 정규 외국어고로 전환된 것은 1992년. 이 보고서는 “일명 ‘8학군 병’을 완화하기 위한 처방이었다”고 분석한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로 넘어오는 시기, 강남 학교들이 강북의 학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대학 진학률을 보이자 강북의 학부모들이 강남의 고등학교에 자녀를 취학시키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결국 문교부가 ‘고교평준화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는데, 여기에 과학고와 예체능계 고교를 추가 설립하고 ‘어학 영재를 위한’ 외고를 신설함으로써 고등학교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추진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각종학교로 출발한 외국어학교들이 정규 고등학교로 인가받고, 추가로 외고를 더 신설하도록 인가했다.

결국 외고는 강남 일부 고교로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어학 영재 양성’이라는 취지를 달았지만, 어학 영재 판별법은커녕 차별화된 교육과정이나 교재도 없이 외고를 정규고등학교 범위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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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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