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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공통어 에스페란토, 올해 노벨평화상 받을까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만국공통어 에스페란토, 올해 노벨평화상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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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명사 스펠링은 ‘o’로 끝나

먼저 에스페란토 글자를 배웠다. 알파벳 문자로 모두 28자인데 자음 23자, 모음 5자다. 발음기호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영어처럼 ‘철자 따로, 발음 따로’인 불규칙성을 없앴다. ‘bona’는 ‘보나’(좋은)로, ‘floro’는 ‘플로로’(꽃)로 읽으면 된다. 이 원장의 선창에 따라 수강생들은 큰 소리로 여러 단어를 몇 번 따라 읽었다. 일단 발음하기 어려운 글자가 없어서 좋다. 특히 모음은 ‘아, 에, 이, 오, 우’ 5개 기본음뿐이어서 발음하기에도, 듣기에도 편하다. 오페라나 뮤지컬에 사용하면 가사 전달력이 뛰어날 듯하다. 단어의 악센트는 끝에서 둘째 모음에 있다. 이는 스페인어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에스페란토를 언뜻 들으면 스페인어 같다.

‘amiko’(아미코, 남자 친구)라는 단어 하나로 몇 가지 문법 설명이 가능하다. 에스페란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명사의 스펠링은 ‘o’로 끝난다는 점이다. 형용사는 ‘a’로, 부사는 ‘e’로 끝난다. 그래서 ‘amiko’란 명사를 알면 ‘amika’(아미카, 다정한)라는 형용사와 ‘amike’(아미케, 다정하게)라는 부사를 자동적으로 알 수 있다. 여자 친구는 어떻게 표기하나. ‘amikino’(아미키노)라고 마지막 스펠링 앞에 ‘in’만 넣으면 된다. 소년은 ‘knabo’(크나보)인데 소녀라는 단어는 따로 외울 필요 없이 ‘in’을 넣어 ‘knabino’(크나비노)라고 하면 된다. 영어를 배울 때처럼 ‘boy’와 ‘girl’을 각각 외우는 수고가 없다.

형용사 앞에 ‘mal’이라는 접두사만 붙이면 반대어가 된다. 즉, ‘malbona’(말보나)라고 하면 ‘다정한’의 반대말인 ‘적대적인’이 되는 것이다. 에스페란토 단어를 하나 외우면 자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파생 단어가 많아 어휘력이 금방 풍부해진다.

대부분의 단어도 낯설지 않다. 여러 유럽 언어에서 공통적인 단어를 가능한 한 많이 차용한 덕분이다. 특히 라틴 계열(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의 단어와 비슷한 게 많다. 그럼 ‘libro’(리브로)와 ‘arbo’(아르보)는 무슨 뜻일까. 프랑스어를 배운 사람이라면 금방 짐작할 것이다. 프랑스어의 ‘livre’(책, 리브르)와 ‘arbre’(나무, 아르브르)와 거의 같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프랑스인들은 에스페란토를 쉽게 배운다.



동사 변화도 간단하다. ‘나는 학생이다’는 ‘Mi estas studento’(미 에스타스 스투덴토)다. ‘estas’가 영어로 치면 ‘be’ 동사다. 과거형과 미래형은 ‘estis’(에스티스), ‘estos’(에스토스)이다. 모든 동사가 마찬가지 원칙에 의해 현재, 과거, 미래형으로 바뀐다.

세계 금융계를 주무르는 헝가리 출신의 투자가 조지 소로스(Soros)도 에스페란티스토라고 한다. 그의 이름 끝부분인 ‘os’는 미래를 상징하는 접미사. 에스페란티스토였던 소로스의 아버지가 아들 이름을 에스페란토식으로 지었다. 소로스가 청년일 때 헝가리는 공산체제여서 해외여행 허가를 얻기가 어려웠다. 헝가리 정부는 세계에스페란토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에겐 여행허가를 비교적 쉽게 내주었다. 소로스는 1946년 스위스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가 영국으로 망명해 대학에 다녔다. 에스페란토가 그의 인생을 바꾼 셈이다.

첫날 수업에 일본인 에스페란티스토가 참관하러 왔다. 50대 남자인데 에스페란토를 사용한 지 30년이 됐다고 한다. 이중기 원장과 오랜 친구인 모양이다. 이 원장의 통역으로 그 일본인과 에스페란토의 인연을 설명했다. 그의 직업은 영어교사. 여름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니는데 에스페란토가 큰 도움을 준단다. 각지에 있는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안내 자원봉사를 해주는데다 집에서 재워주기도 해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 더없이 좋다는 것.

첫날 수업에 중국인과 대화

알고 보니 에스페란티스토를 위한 세계 민박제도가 체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민박을 제공하겠다는 사람이 자기 연락처를 협회에 알려 이들의 명단이 책자로 발간된다. 세계 각국의 도시가 거의 망라돼 있다. 이 책자에는 연락처와 함께 몇 가지 조건과 요망 사항이 적혀 있다. 이틀만 숙박이 가능하다든지,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연락해달라든지, 금연주의자만 받겠다든지 등이다. 한국인 에스페란티스토 가운데서도 이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도 한국인 에스페란티스토 집에서 묵거나 안내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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